혹시 강용석 의원을 아십니까? 사실 이름만 들으면 바로 떠오르지는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나운서 비하발언으로 고소당하고, 반대로 개그맨 최효종씨를 고소한 국회의원이라면 아실 겁니다. 더구나 서울시장 박원순을 비롯해서 여러 정치인을 상대로 고소를 남발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얼마전에는 '화성인 바이러스'에 고소집착남으로 나와서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이런 강용석 전 의원이 고정코너를 맡게 되었습니다. tvN에서 방영하는 '강용석의 고소한19' 라는 프로그램입니다. 전직 국회의원이 진행하는 방송이라니 과연 어떤 걸까요? 놀랍게도 정치풍자 토크 프로그램입니다. 정치인이 직접 진행하는 정치 풍자 방송은 아직까지 한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말하자면 자기 손으로 치부를 드러내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요.



과연 내용은 어떨까? 강용석씨가 말이라도 잘 할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을 가지고 방송을 시청해보았습니다. 방송은 처음부터 화끈하게 들어갑니다. 지금 가장 화제가 되는 정치행사인 대선 후보부터 분석하는 것이지요. 후보자들의 인형을 놓고 인적사항부터 자세히 파헤치는 것이 제법 재미있습니다. 



강용석은 생각보다 재미있고 좋은 토크를 펼칩니다. 무엇보다 바로 직전까지 정치인이었다보니 생생한 체험담을 잘 포장해서 전해주는 것이 능숙합니다. 때로는 날카로운 표정으로, 때로는 쑥스러운 표정으로 각 후보자들의 경력과 특징을 전합니다. 특히 여당 시절의 경험담을 가끔 전해주는 점이 솔깃합니다.






두번째 방송은 더욱 날카롭습니다. 국회의원의 특권을 순위를 매겨 정리해 줍니다. 스스로가 국회의원이었던 만큼 조사해준 자료의 진위 파악도 해주고 덧붙여서 여러 가지 말도 해줍니다.



정치풍자 방송이니 이 방송을 보고 있다보면 웃음이 나옵니다. 하지만 단순한 웃음만 나오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무관심한 사이에 슬슬 넓혀간 국회의원들의 특권과 예산낭비는 분노까지 느끼게 합니다. 경쾌한 음악과 현란한 영상은 그것을 재미있게 포장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강용석이 진행하기에 더욱 흥미있지만 동시에 아슬아슬합니다. 가끔 강용석은 멈칫하면서 '이거 꼭 말해야 하나' 이런 식으로 웃으며 얼버무리려 하기도 합니다. 제작진과 대화도 주고 받으며 농담을 던집니다.


다른 정치풍자 프로그램과 차별성이라면 강용석의 스타일을 들 수 있습니다. 보통 다른 프로그램은 이런 정치인의 뒷이야기를 파헤치면 무게를 잡고 당당히 꾸짖거나, 비웃으면서 지나갑니다. 하지만 강용석은 웃으면서 도리어 인간적인 멘트를 날립니다. 



예를 들어 국회의원 전용 사우나를 이야기하면서 '아! 어서 다시 저 곳에 들어가야 할 텐데.' 라든가 특권을 이야기하면서 '아! 그립다!' 라고 말합니다. 또한 그렇게 좋아요? 라고 제작진이 물으면 '안되어 본 사람은 몰라요~' 라고 미소를 짓습니다. 그 미소 뒤에 효과음이 삽입되어 분위기를 명랑하게 만들어줍니다.



하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이 방송은 유쾌하면서도 동시에 씁쓸합니다. 말하자면 전직 조폭이 나와서 조폭의 해악을 이야기하다가 '아, 하지만 그때가 좋았죠.' 라고 말한다면 어떨까요? 가볍게 따라서 웃을 수 있을까요? 강용석은 분명한 그 특권집단에 있었으며 힘센 여당의원이었습니다. 특권을 가지고 있을 때는 아무 말도 안하다가 더이상 누릴 수 없게 되자 방송인이 되어 폭로한다는 걸 어떻게 봐야 좋을까요? 그리 유쾌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이 방송은 가치없는 프로그램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의 각종 권력과 그 뒤에 숨은 적나라한 비리를 보여주는 데 거리낌이 없습니다. 세번째 방송에서는 국회의원 선거보다 더 치열한 대한민국의 선거를 순위로 보여줍니다.



여기서 말하는 충격적인 사실은 이명박 대통령이 딱 세번의 선거를 치러서 모두 붙었지만 오직 하나 떨어진 선거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3년 넘게 주차장에서 봉사활동까지 했으면서도 재수로 붙은 그것은 바로 교회 장로 선거였습니다. 얼마나 힘든 선거인지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인기있는 선거와 아닌 선거를 가리는 기준도 제시해줍니다. 아주 간단 명료합니다. 돈 내는 자리이냐, 돈을 쓰는 자리인가 하는 것입니다. 결국 권력과 돈이 몰리는 선거에 사람이 몰리고 사건이 터진다는 아주 간단한 사실을 전해줍니다. 물론 그 가운데는 강용석이 몸담았던 국회의원 선거를 포함해서 전직 국회의원 들로 이루어진 헌정회장 선거도 있습니다.



네번째 방송은 한국 사회의 파워엘리트를 이어주는 학연을 소개해줍니다. CEO를 가장 많이 배출한 고등학교라는 휘문고를 비롯해서 각종 명문들이 있습니다. 이런 학교를 소개해주면서 그 본질적인 이유를 정보롸 함께 설명해주는 것이 유익합니다. 방송에서 이런 정보를 주는 곳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더구나 강용석은 점점 특유의 입담을 발휘하면서 지루하지 않게 해줍니다. 



강용석의 고소한19는 정치풍자이면서도 인간적인 웃음이 있는 방송입니다. 강용석이란 이름이 지닌 상품성과 대중성을 철저히 이용한 점이 돋보입니다. 그런 면에서 어떻게 보면 강용석이 방송인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맡았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한때 스스로 이야기하던 특권층이었던 강용석입니다. 그가 정치가 아니라 날카롭게 폭로하는 특권을 폭로하는 방송- 고소한19를 통해 한국 사회의 특권을 타파하고 공정한 사회를 위해 역할을 해준다면 어떨까요? 그렇다면 이 방송은 더욱 가치있는 콘텐츠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방송을 우리가 날카로운 시선으로 지켜보면 어떨까요?



* 이 글은 CJ E&M 블로그에 기고된 글입니다. (원문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