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하는 농담이 있다. 악의가 가득담긴 댓글인 '악플'보다 더 무서운 것은? 바로 아무런 관심도 없기에 아무 댓글이 없는 '무플'이라고.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미움보다 더 무서운 것이 무관심이라고 하는 말은 그냥 흘려듣기 좋은 말이 아니다. 



애플에 대해서 비교적 잘 안다고 하면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흔히 간과하는 것은 애플의 역사다. 이제까지 그것은 거의 스티브 잡스의 역사와 동일한데  그나마 이제는 팀쿡이 만들어가는 역사이기에 조금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사람 성격을 근본부터 바꾸기는 어렵다고 하듯이, 기업성격을 어느날 근본부터 바꾸기는 어렵다. 못믿겠다면 애플 직원에게 전부 양복을 입고 출근하라고 해보자. 아마 그건 스티브 잡스가 그렇게 말해도 지키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애플의 고착화된 기업성격이다.


애플제품인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한국의 정부에서 실시한 보안적합성 검사에서 탈락했다. 이에따라 내년부터 100만명에 육박하는 국내 공무원들은 애플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을 사용하기 어려워졌다. 정부가 추진하는 공무원 모바일 행정업무(전자정부) 서비스가 보안문제로 애플의 iOS 탑재기기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출처)



11월 12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애플 기기에는 앞으로 공무원의 행정업무에 필요한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할 수 없다. 이는 애플이 모바일전자정부가 요구하는 보안 요구사항을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모바일전자정부 서비스는 기존처럼 이용할 수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난해 말 공무원대상 모바일전자정부 서비스에 앞서 국가정보원에 시중에 유통되는 주요 단말에 대해 보안성 검토를 의뢰했다"면서 "이에 소스코드 공개와 같은 국정원의 보안 요구조건을 삼성전자와 LG전자, 팬택 등 주요 제조사에 전달했지만 애플만 아직까지 이를 수용하지 않아 결국 애플을 제외하고 시스템 구축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애플이 내년 1월까지 정부의 요구사항을 따르지 않을 경우 애플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사용하는 국내 공무원들은 전자정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 현재 국내 중앙, 지방의 행정 및 교육 공무원은 98만 7000여명에 달한다. 국내 아이폰 사용자는 300만, 아이패드 사용자는 100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모바일전자정부시스템은 공무원들의 출장이나 민원현장에서 업무처리를 지원하는 시스템인 만큼 원활한 업무수행을 위해서는 사실상 안드로이드폰으로 교체가 불가피한 것이다.


한편, 애플코리아측은 이에 대해 "특별히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이 뉴스를 둘러싸고 안드로이드폰에 대한 특혜라거나 특정 대기업 제품에 대한 밀어주기 식으로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조금 오래된 일이지만 심지어 미군에서도 보안성 문제를 들어서 아이폰이 아닌 안드로이드폰을 군사용 프로토타입으로 개발한 적이 있다. 미군이 특별히 안드로이드에 특혜를 줄 이유가 없지 않은가?



아이폰이 보안기기로 적합하지 않은 이유는?


요즘 애플 제품이 워낙 많아지고 종류도 다양해져서 사람들이 잊고 있는 사실이 있다. 애플은 근본적으로 완전히 대중화된 기기를 지향하지 않는다. 또한 그들은 기업용 같은 특수시장도 노리지 않는다. 애플은 언제나 '프리미엄 개인 사용자'만을 노린 제품을 내놓았고 그것 외에 관심이 없었다.


매킨토시가 그렇게 편리한 인터페이스를 탑재하고 나왔을 때조차도 애플은 기업용 맥을 제대로 지원하지 않았다. 한때 빅맥 프로젝트라고 해서 맥에 A/UX 라는 애플 유닉스를 탑재하고 나왔던 적이 있긴 했다. 하지만 그다지 주력하지 않았으며 그나마도 잡스가 없던 시대에 이뤄졌다. 복귀한 잡스의 제품 정리 계획에 따라 이 프로젝트는 없어졌으며 현재 맥은 개인용 단일 운영체제만 채택하고 있다.





애플은 교육용 시장 외에 다른 어떤 단체 공급 시장에도 관심이 없다. 그러니까 이건 애플 기기 자체의 보안성이 어떻다고 말하기 이전의 문제이다. 기업에서 아이폰에 대한 특수정보를 요구하든, 각국정부에서 아이폰 운영체제의 소스코드를 요구하든 애플의 답변은 똑같을 것이다. '내가 왜 그런 걸 해야하지?' 라는 답이다. 그건 애플 직원에게 거래처에서 양복을 입고 오라고 했을때 '내가 왜 양복을 입어야 하지?' 라고 묻는 것과도 같다. 그냥 애플의 기업문화이자 고정 관념이다.


그러니까 애플 제품은 어떤 기술적 취약점을 따지거나 고차원적인 논란을 벌이기 이전에 이미 보안기기로 적합하지 않다. 보안이 필요한 특수시장과 기업시장 같은 곳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정히 필요하고 쓰고 싶다면 개별 회사가 알아서 고쳐서 쓰는 거야 자유다. 하지만 애플로부터는 어떤 관심이나 지원을 기대하지 말자. 아마도 미국 연방정부가 요구한다고 해도 답변은 같을 듯 싶다.



물론 한 가지 희망은 남아있다. 생전의 잡스가 열의를 보였던 교육시장을 위해서라면 애플은 보안성을 강화하거나 약간의 유연성을 보일 수 있다. 그때 일괄적으로 기업이나 정부를 위해서도 적용가능한 솔루션이 나올 여지가 있다. 그런 것으로 만족하지 못한다면? 애플 제품은 포기하는 게 마음 편할 것이다. 직장에서는 업무기기로 안드로이드를 쓰고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퇴근 후 집에서 마음껏 쓰자. 이런 것도 다양성을 위해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