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의 발전이 늦어지고 있다. 시장은 그런대로 커져가고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기술의 발전속도와 제품의 혁신이 그에 따라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패드1이 처음 나오고 스티브 잡스가 전자책을 위한 아이북스를 내놓은 것은 좋은 자극제였다. 





아마존이 새삼 긴장하고 다른 태블릿 들이 앞다투어 전자책을 위한 솔루션을 만들 때가 가장 좋은 때였다. 그 뒤에 폭발적 성장이 기대된 분야가 바로 태블릿과 결합된 전자책 시장이었다. 그렇지만 기대와는 달리 전자책은 명쾌하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무엇때문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전자책이란 미디어 자체가 그렇게 색다른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아예 다른 것이라면 처음 나올 때를 기반으로 해서 깔끔한 형태로 자리를 잡을 수 있다. 거기에는 이미 형성된 견고한 이권이나 고정관념도 없을 것이고, 혁신을 가로막는 복잡한 감정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전자책은 너무도 간단하게 생각할 수 있었던 미디어였다. 컴퓨터가 제대로 반응하는 화면을 가지게 된 이후로 컴퓨터를 통해 책 내용을 저장했다가 이것을 다시 본다는 아이디어는 아무 간단히 모든 컴퓨터에 구현되었다. 전자책의 핵심수단인 글자는 가장 원시적이고 간단한 기호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사람들이 혁신을 기대하는 회사인 애플의 아이북스를 살펴보자. 그러면 이런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해서 알게 된다. 애플은 지난 10월 23일에 아이패드 미니와 함께 전자책 앱인 아이북스의 최신 버전을 내놓은 바 있다. (출처) 





애플이 10월 2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 위치한 '캘리포니아극장'에서 가진 신제품 발표 행사에서 새로운 아이북스(iBooks) 앱을 공개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에 따르면 새로운 아이북스는 아이클라우드와 접목돼 사용자들이 서로 다른 iOS 기기들로 동일한 책을 이어볼수 있다. 또한 아이북스를 통해 책을 볼 때 페이지를 넘기는 형태가 아니라 스크롤을 계속해서 내리는 방식으로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뿐만 아니라 기존 아이북스 앱에서 빠져있던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등이 새롭게 포함돼 총 40개 이상의 언어를 지원한다.


한편 현재까지 4억건의 다운로드 수를 기록한 아이북스 앱을 통해 150만 권의 책을 볼 수 있다.


애플 아이북스는 현재 전자책 시장에서 아마존의 킨들과 함께 주목받는 전자책 솔루션이다. 비록 시장에서 1등은 아니지만 의미있는 점유율을 가지고 있으며 기술적으로는 오히려 이끌어가는 위치에 있기도 하다. 아이패드가 전통적으로 태블릿 소비자 가운데서도 고급 소비자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면에서 말하자면 아이북스는 전자책으로서 애플이 취하고 있는 기존 전략이란 틀에 너무도 묶였다. 진정한 혁신을 위한 행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북스, 진정한 혁신을 이룩하는 방법은?




아마존은 소프트웨어 회사다. 따라서 하드웨어적인 플랫폼에 구애받지 않는다. 아마존의 전자책 앱인 킨들은 안드로이드와 PC, 맥은 물론이고 아이폰과 아이패드 같은 경쟁회사의 하드웨어까지 들어와있다. 어떤 기기를 쓰든 킨들을 써서 아마존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이것은 아마존의 장점이다. 반면에 아마존은 콘텐츠 유통업자의 위치 때문에 전자책의 판매 그 자체에만 집중한다. 생산을 위한 배려는 없다.


애플은 하드웨어 이윤이 대부분인 회사다. 그 한계 때문에 플랫폼에 구애받지 말아야 할 아이북스는 아이패드와 아이폰이란 하드웨어에 묶여있다. 심지어는 자기 하드웨어인 맥에서도 아이북스는 없다. 맥에 아이북스가 들어오면 전자책을 보려는 소비자가 아이패드를 추가로 사지 않을까 염려해서이다. 아이북스는 그만큼 소극적으로 나가면서 적극적인 아마존의 킨들과 경쟁하고 있다.





재미있는 부분은 애플은 아이북스의 콘텐츠 확보와 교육시장 진출을 위해 아이북스 어서를 만들어서 이것을 맥에만 배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아이북스 어서는 아이패드에도 나와있지 않다. 철저히 생산 플랫폼과 소비 플랫폼을 분리하고 있다.


아이북스가 진정한 혁신을 이룩하는 방법은 이런 소극적인 자세를 깨는 것이다. 아이튠스가 윈도우용으로 나온 것이 진정한 애플 생태계의 승리를 가져온 위대한 결정이었다. 그렇다면 아이북스와 아이북스 어서가 윈도우용으로 나오고 맥용으로도 나오며, 안드로이드에도 진출하는 것이 진정한 애플 전자책의 확산과 승리를 가져올 수 있다.  그것이야 말로 애플이 하드웨어 집착에서 벗어나 전반적인 콘텐츠 회사로 거듭나는 길이기도 하다.



스티브 잡스는 그의 철학을 통해서 애플을 최고의 IT회사로 만들었다. 팀 쿡이 그저 잡스의 길을 답습하는 것만으로 애플이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면 이대로도 문제없다. 하지만 가장 혁신적이면서도 좋은 평가를 받을 팀쿡의 첫번째 결단이라면 바로 아이북스를 이용한 공격적인 진출이다. 쿠퍼티노의 사과요리사에게 내가 던지는 진심어린 화두이다. 아이북스와 아이북스 어서를 좀더 널리 퍼뜨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