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렸을 때 이해하지 못했던 말이 한가지 있다. '세상에는 영원한 적도 아군도 없다'는 말이었다. 도저히 함께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사람들이 분명 현실에 있는데 그런 사람들을 두고 저 말을 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궁금했다. 또한 이런 건 무슨 '극과 극은 통한다.' 같은 선 문답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점점 어른이 되면서 그 뜻을 이해하게 되었다. 사람과 세상의 생각이 한번 프로그램 되면 영원히 변하지 않는 칩이나 회로가 아니기 때문이다. 모든 생각은 변한다. 또한 그 생각을 변하도록 상황이 같이 변한다. 그러고 나면 정말로 손 잡을 수 없을 것처럼 보인 사람이 손을 잡고, 절대 갈라설 수 없을 것만 같던 사람들이 갈라선다. 


때에 따라 이익과 감정이 충돌하고, 그에 따라 상황이 파국을 향해 가는 것은 어디나 공통적이다. 하지만 특히 IT업계에서는 그 속도가 더욱 빠른 듯 싶다. 며칠전에 애플 IOS의 책임자 스콧 포스톨이 애플을 나오게 되었다는 뉴스가 나왔다. 이런 뉴스에 맞춰 외국에서는 더욱 진전된 가정을 내놓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 것이 바로 '삼성이 애플 운영체제 책임자를 영입한다면?' 이란 주제이다.(출처)



비즈니스인사이더는 10월 31일(현지 시간) 최근 애플에서 해고된 스콧 포스톨은 IT 역사상 최고 '자유계약 선수(FA)'라고 평가해 눈길을 끌었다.


한때 스티브 잡스 후계자로 거론됐던 스콧 포스톨은 애플 지도 앱 문제로 팀 쿡 최고경영자(CEO)와 정면 대립한 뒤 해고됐다. 포스톨은 15년 동안 애플에 몸 담으면서 아이폰과 아이패드 운영 체제를 만들어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한국의 삼성을 비롯해 페이스북, 아마존, 야후 등이 지금 당장 2억 달러 연봉을 지불하고서라도 포스톨을 영입 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에 대해선 소프트웨어 부문 보강 차원에서 포스톨이 큰 힘이 될 것으로 주장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일단 삼성의 모바일 하드웨어 디자인은 벌써 애플과 대등한 수준까지 올라섰다고 평가했다. 또 "삼성은 훌륭한 소프트웨어도 갖고 있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문제는 그 소프트웨어가 다른 회사 제품이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삼성이 포스톨을 영입할 경우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모두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 역시 포스톨을 영입하면 괜찮을 것이라고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평가했다. 페이스북이 겉으론 휴대폰이나 관련 운영체제를 만들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속내는 다르다는 것. 지난 2년 동안 휴대폰 개발 프로젝트를 비밀리에 진행해 왔지만 실패했다고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지적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구글 역시 포스톨을 영입할 만한 기업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이 정도의 인재라면 어느 기업에서나 탐나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그의 높은 몸값과 특성화된 능력에 비춰서 과연 어떤 곳에 쓸 수 있을 지를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아무런 구상 없이 그냥 데려오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삼성은 근래에 애플의 집중 견제를 받고 있다.



스콧 포스톨의 영입을 정말 생각한다면 그를 데려와 무엇을 할 것인지에 깊은 계획이 있어야 한다. 위에서 거론된 바와 같이 그의 연봉은 2억 달러이다. 결코 싸지 않다. 허드렛일이나 시키자고 데려와서 쓸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삼성이 애플 운영체제 책임자를 영입한다면?


가장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건 새로운 스마트폰 운영체제 개발이다. 가장 시장규모도 크고 이익도 많이 나고 있는 분야다. 갤럭시 시리즈의 새로운 운영체제를 장기적으로 개발하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 특히 스콧의 스큐모픽 디자인은 갤럭시에 들어가도 사랑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하면 스마트폰 운영체제는 이미 승부가 갈렸다. 애플의 iOS와 구글의 안드로이드의 2파전이 예상되며 기껏해야 MS의 윈도우8이 아주 작은 파이를 차지할 수 있을 정도이다. 여기에 이제와서 호환성이 부족한 오리지널 운영체제를 들고나와서는 성공 가능성이 너무 낮다.


PC운영체제는 어떨까? 유감스럽게도 여기에는 애플의 맥OS X조차 한 자리수에 머물 정도로 강력한 윈도우 시리즈가 대기하고 있다. 아무리 뛰어난 운영체제라고 해도 이미 파고 들어갈 수 있는 여지가 없다.



가장 가능성이 높고 괜찮은 것은 태블릿 운영체제다. 스마트폰과 달리 이 시장은 아이패드 하나가 너무도 독보적으로 버티고 있다. 하지만 아이패드는 다소 비싸고 유연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새로운 또 하나를 원하는 목소리가 높다. 안드로이드도 좋지만 태블릿에 최적화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이 있다.


파고 들 수 있는 틈은 바로 PC와 태블릿 양쪽에 쓸 수 있는 하이브리드 운영체제다. 리눅스와 안드로이드 쪽과 어느 정도의 호환성을 확보한 상태에서 태블릿에서 쾌적하게 돌아갈 수 있는 전혀 새로운 느낌의 운영체제가 있다면 시장을 차지할 수 있다. 삼성에는 마침 갤럭시노트라는 좋은 태블릿 시리즈가 있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 안드로이드는 리눅스 커널을 쓴다. 또한 공개된 운영체제다. 호환성을 가진 다른 운영체제의 개발을 막을 이유도, 권한도 없다. 삼성의 하드웨어 기술과 스콧의 운영체제 기술이 만난다면 매우 뛰어난 작품이 나올 수도 있다.



물론 이것은 단지 상상이다. 삼성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제안을 한다고 해도 스콧이 받아들일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때로는 상상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는 어떤 것이 있다. 영원한 적도 아군도 없는 세상에서 잠시 즐겨본 과감한 상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