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태블릿에 가려서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시장이 있다. 이제까지 우리의 IT발전을 책임져왔던 전통적인 컴퓨터 시장이다. 흔히 PC-개인용 컴퓨터라고 부르는 이 기기는 책상 위에서 쓰는 데스크탑부터 시작해서 가지고 다니는 노트북, 초소형 PC를 포함한다.



사실 넓게 본다면 스마트폰과 태블릿 역시 컴퓨터이다. 제품전략이란 면에서 볼 때 이전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소형 태블릿PC, 윈도우CE를 탑재한 PDA와도 같이 종래의 컴퓨터를 소형화해서 목적을 이루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느린 반응속도와 짧은 배터리 시간, 만족스럽지 못한 소프트웨어로 인해 모두 실패했다. 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새롭게 구성한 하드웨어와 앱이 소비자를 만족시자 안드로이드 진영이 이를 따라와서 현재의 스마트폰, 태블릿 시장이 만들어졌다.

 

그런 면에서 애플이 이번에 내놓은 뉴 아이맥을 보자. 이 기기는 어떻게 보면 상당히 전통적인 형태의 컴퓨터이다. 전원을 연결해서 책상 위에 올려놓고는 마우스와 키보드를 써서 조절하는 그런 기기란 뜻이다. 그리고 이런 데스크탑 분야는 점점 치열하고 이익 없는 경쟁 속에 정체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대만과 중국에서 나오는 부품을 조립해서 만드는 조립PC에 미국과 일본의 전통있는 업체들도 밀리고 있다. 얼마전 HP가 하드웨어 부문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소한의 이익률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플이 내놓은 아이맥은 다르다. 아이폰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한 이익률을 유지하면서도 순조롭게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뉴 아이맥을 소개한 간단한 기사를 보자. (출처: IT 동아)



2012년 10월 23일, 애플은 아이패드 미니, 4세대 아이패드와 함께 새로운 '아이맥(iMac)'을 선보였다. 이번에 선보인 아이맥의 특징은 두께가 5mm에 불과한 외형 디자인과 인텔 3세대 쿼드 코어 프로세서, 엔비디아(NVIDIA) 외장 그래픽, 플래시 메모리와 기존 하드디스크를 결합한 '퓨전 드라이브(Fusion Drive)' 등을 탑재해 지금까지 애플이 출시했던 기존 데스크탑PC 중 가장 높은 성능을 탑재했다는 점이다.


이번에 선보인 아이맥의 측면 두께는 5mm로 이전 제품 보다 40%가 얇아졌다. 물론, 곡선형으로 디자인되어 가장 얇은 끝 부분의 두께가 5mm라는 뜻이지만, 기존 올인원PC와 비교해 확실히 얇다. PC가 아닌 모니터로 착각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 애플 발표에 따르면 이전 제품 보다 최대 40%의 용적을 감소했다.


디스플레이 제조 공법도 이전보다 향상시켰다. LCD가 전면 유리 커버 뒤에 있는 것이 아니라, 유리 커버와 바로 맞닿아 있다. LCD 두께도 이전보다 5mm 얇다. 반사방지 코팅된 유리 커버는 반사 현상을 75%까지 감소시켰다. 플라스마 데포지션이라고 불리는 빛 반사 방지 기술은 이산화규소와 오산화니오븀으로 유리를 여러 겹 코팅하는 기술로 카메라 렌즈나 전투기 조종사 헬멧과 같이 소형 표면에 적용되던 기술이다. 때문에 색상이 더 생생해졌고 정밀해졌다.



이 기사를 잘 보면 매우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아이맥이 잘 팔리는 이유로서 독특한 제품전략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유명한 업체들도 고전하는 PC시장에서 애플이 잘나갈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뉴 아이맥으로 분석한 애플의 제품전략은?


1. 일체형 - 새로운 사용형태를 제공한다.


아이맥은 상당히 독특한 제품이다. 디스플레이와 일체화된 컴퓨터 부품들이 아주 작은 뒷면 공간에 잘 배치되어 있다. 키보드와 마우스는 선이 없는 형태이다. 아주 단순하고도 실용적이고 쾌적한 사용을 보장한다. 


또한 아이맥은 구입하자마자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운영체제를 따로 인스톨한다든가, 주요 앱을 별도로 설치해야되는 수고가 거의 없다. 고급 가전제품에 최대한 가깝게 만든 데스크탑 컴퓨터라는 이런 점이 다른 제품과 차별성을 준다.


우리가 보통 말하는 조립형 컴퓨터는 부품을 구입해서 조립해서 만든다. 부팅하면 요란하게 여러 개의 냉각팬이 돌고 철컥거린다. 마치 기계를 운전하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사용자는 윈도우와 각종 소프트웨어를 열심히 깔아서 자기 사용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아이맥은 이런 수고를 모두 없애준다. 또한 복잡한 연결선을 없애고 연결을 할 필요조차 최소화 시켰다.



이렇듯 새로운 사용형태를 제공해서 다른 제품과 철저하게 차별성을 부여하는 것이 애플이 잡은 제품전략이다. 그렇게 하면 사용자들은 다른 컴퓨터와 동등하게 비교하지 못하므로 이익률에 의한 다소 비싼 가격을 감수하면서도 구입할 가치를 찾을 수 있다.


2. 디자인 - 고급 사용자에게 심미적 만족감을 준다.


아이맥은 그동안에도 상당히 아름답고 멋진 외관으로 칭찬받아왔다. 그런데 이번 아이맥은 이런 점을 극한으로 추구했다. 5밀리에 달하는 얇은 옆면 두께를 만들고 전체적으로도 5킬로그램 정도로 상당히 가벼운 무게를 실현한 것이다.


물론 이런 디자인은 그냥 가능한 것이 아니다. 아이맥의 특징은 디자인을 위해서 다소의 성능희생을 했다는 데 있다. 사실 아이맥은 하드웨어 성능으로만 보면 비슷한 가격대의 PC에 비해 조금 떨어진다. 공간을 절약하고 소음을 적게 하기 위해 절전형 데스크탑 CPU를 썼고, 노트북용 메모리와 그래픽 카드를 썼다. 말이 데스크탑이지, CPU를 제외하면 맥북프로의 부품을 모니터 뒤에 재배치한 것과도 다름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소음이 적고 운영체제의 가벼움으로 인해 빠르다. 노트북 부품을 쓴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빠르고 좋은 성능을 제공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래픽 디자인을 하는 사람들도 충분히 쓸 수 있는 컴퓨터로서 책상 위에 올려놓는 외관으로도 만족감을 주기에 비싼 가격을 지불할 수 있게 만든다.


정리해보자. 뉴 아이맥이 보여주는 애플의 제품 전략은 다른 저가형 데스크탑이 구현하지 못하는 사용성과 디자인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서 돈을 더 지불하고도 쾌적하고 아름다운 컴퓨터를 가지고 싶은 사용자를 끌어들이는 전략이다. 여기에 디자인 작업을 위해 맥 운영체제를 이용해야 하는 사용자까지 안고 갈 수 있다.



요즘 다른 업체들이 아이맥을 따라서 일체형  컴퓨터를 만들어 내놓고 있다. 하지만 단순한 일체형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그런 일체형 디자인 위에서 어떻게 하면 애플이 제공한 것과 같은 쾌적한 사용감을 느끼게 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이 있어야 한다. 독특한 차별성을 부여하고자 하는 노력만이 애플처럼 높은 이익률을 주면서도 기꺼이 소비자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