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드라마 가을동화의 한 장면 같다. 여주인공을 향해 남자배우가 외친다. "얼마면 돼? 난 돈으로 사랑을 사겠어!" 라고 말한다. 아름답고 청순한 여자에게 꽃미남 배우가 멋있는 자세로 이런 대사를 외치면 로맨틱한 분위기가 되는 듯 싶다.




그런데 이번엔 상황과 대사는 똑같이 인물만 바꿔보자. 똑같은 여자를 향해 나이들고 못생긴 아저씨가 외친다. "얼마면 돼? 난 돈으로 사랑을..." 음! 이건 끝까지 말할 필요도 없이 전혀 다른 상황이 된다. 로맨스는 커녕 성희롱 수준이 되는 것이다. 덤으로 여주인공을 미성년자로 바꿔 놓는다면 당장 경찰이 와서 현행범으로 체포해도 할 말없는 상황이 된다. 


똑같은 행동을 해도 어떤 사람이, 누구를 향해서 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사람이 만들어가는 세상은 수학이나 물리학 공식이 아니기에 같은 공식을 향해 비슷한 값을 입력해도 비슷한 결과를 내놓지 않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최근 애플의 소매점 전략을 보고 따라하려고 한다는 뉴스가 있다.(출처)




그동안 마이크로소프트(MS)는 새롭게 내놓은 윈도 운용체계(OS) 판매 전략을 소매점에게 맡기는 편이었다. 기업용 수요가 많았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용까지 손을 뻗칠 여력이 없었던 것. 하지만 오는 10월 26일(현지시각)로 예정된 `윈도8` 시판에는 전례없이 소매판매까지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MS는 이번 주 내로 미국 내 34개 `팝업 스토어(임시 매장)`를 설치하고 신제품 스마트패드인 `서피스`와 윈도8 OS 마케팅을 연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MS는 2009년 27개 매장을 오픈한 후 이들 매장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더 이상 개점도 않았다. 즉 소매점이라고 하기엔 이용률이 적었던 것. 애플이 393개 애플스토어를 운영하며 9개월만에 146억달러를 벌어들이는 것과 대조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MS는 이번 팝업 스토어 설치를 기점으로 소매점 전략에 집중하고 대(對) 소비자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하겠다는 복안을 세웠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매장 구성이다. 새로 오픈한 팝업 스토어에는 `앨리스 브라운`이라는 가상의 여성 도우미가 설치된다. 고객들이 컴퓨터를 구매할 때 보다 개인적인 조언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고객들은 윈도 PC에 나와 있는 이 여성의 이메일 주소와 가족사진을 보며 친근감을 느낄 수 있다. 남미에서는 `앨리시아 곤잘레스`, 독일에서는 `프란체스카 피글러`로 명명했다. 


협력 유통사에 대한 전략도 바꿨다. MS는 인텔과 함께 수천명의 직원을 훈련해 베스트바이 등으로 파견했다. 베스트바이 측은 “MS의 윈도8 출시를 계기로 매장 내 평균 7%가량이었던 컴퓨팅 디바이스 매장 면적을 12%까지 늘렸다”고 밝혔다. 



이번 변신은 아무리 봐도 분명 애플스토어의 성공을 보고 따라했다는 느낌을 감출 수 없다. 뭐, 가장 잘 나가는 기업의 성공을 보고 그 요소를 배우기 위해 모방하는 것은 오히려 좋은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이해가 가는 면도 있다.


MS가 애플을 따라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그러나 한번 생각해보자. 스스로가 가진 특징과 상대가 가진 장단점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고 무조건 따라하는 것이 얼마나 도움이 될까? 이번 MS의 행동은 이런 냉철한 분석이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애플은 최초부터 지금까지 소비자 기업이었다. 기업시장이 아닌 개인 소비자 취향을 연구해서 제품을 내놓고는 치열하게 개인에게 그것을 마케팅한다. 문화현상이나 인문학을 도입하려는 시도는 모두가 이런 개인지향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니 애플 스토어는 그런 개인 소비자의 취향을 맞추는 좋은 시도였기에 성공했다.


MS는 어떤가? MS는 게임기 XBOX를 제외하면 개인사용자가 주된 수익원을 주는 고객이 아니다. 기업역사를 보아도 항상 기업시장이나 비즈니스 시장을 지향해서 제품을 만들었다. 또한 개인 판매도 노트북이나 각종 컴퓨터 회사와 도매방식 계약을 통해 이뤄진 경우가 많다.


정말로 MS가 개인을 상대로 팔려고 했다면 30만원에 달하는 리테일제품 가격정책 같은 건 예전에 수정되었을 것이다. 부품 몇개만 바꿔도 쓸모가 없어지는 DSP버전 같은 일방적 약관의 제품도 예전에 폐기되었을 것이다.



냉정하게 말해서 MS는 한번도 개인 사용자의 고민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반영하면서 제품을 만든 적이 없다.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써서 개량하면서까지 개인에게 제품을 팔기 위해 노력한 적도 없다. 그런 MS가 정말로 변하고 싶다면 제품 개발 과정부터 변화해야 한다. 무조건 애플 스토어와 비슷한 소매점을 먼저 만들어서 얻을 수 있는 게 없다. 건 머리부터 그려야 하는 용을, 꼬리부터 그리는 꼴이다.


MS가 나쁜 제품을 만든다거나 형편없는 회사라는 뜻이 아니다. 비유하자면 MS 제품은 외관은 좀 떨어지고 내성적이지만 건실하고 모범적인 우등생이다. 애플제품은 잘 생겼고 말주변도 좋지만 막상 외모에 비해 실속은 좀 떨어지는 인기인이다. 이 두 사람이 맘에 드는 여자를 향해 접근하는데 똑같은 방법을 쓴다면 누구 하나는 실패할 게 분명하다. 원빈에게는 원빈의 방법이 있지만, 일반인에게는 일반인에게 맞는 방법이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