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K가 열었던 한국의 오디션 열풍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니, 오히려 더욱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모델과 요리사, 밴드 등 가수 이외의 모든 분야까지 오디션을 통해 선발하는 프로그램이 생기고 있으니까요. 지상파에서도 오디션 프로그램을 꾸준히 만들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쯤에서 한번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과연 이렇게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얼마나 차별화되어 있을까요? 단순히 분야가 다르다는 것 빼고는 오디션 프로그램들의 개성이 어느정도까지 드러나는지 생각해볼 일입니다.


최초에 오디션 프로그램은 성공하지 못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오디션 프로그램의 형식은 단순하고 재미가 없었습니다. 형식이 딱 정해진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와도 비슷하다고 할까요. 후보를 모아서 보여주고 결과를 보여주는 것에만 치중했습니다. 그러다가 슈퍼스타K에서 완전히 변신하게 됩니다. 선발과정 그 자체가 하나의 드라마이고 쇼이며 엔터테이먼트가 된 것입니다. 


그렇게 슈퍼스타K가 성공하고 난 뒤에 이번에는 모든 오디션 프로그램이 슈퍼스타K를 닮아갑니다. 성공한 공식으로 불리는 '악마의 편집'부터 시작해서 후보자들 사이의 드라마를 만드는 방법, 진출자를 세련되게 포장해주는 방법까지 따라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것은 어느정도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이렇게 모든 오디션 프로그램이 성격은 다른데 형식은 똑같아지는 현상을 보일 때, 슈퍼스타K는 어떻게 발전해야 할 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그것이 최초에 성공을 만든 리더로서의 역할입니다. 그리고 그런 역할을 제대로 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아직도 슈퍼스타K를 최고로 꼽으며 열광하는 것이겠지요.


이제 탑7이 선발된 때까지 진행된 슈퍼스타K4는 그런 점에서 보면 매우 흥미롭습니다. 정체성과 전통을 지키기 위해서는 당연히 스스로의 성공공식을 어느 정도 지켜야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과의 차별성을 만들기 위해서 새로운 변화를 추구해야 합니다. 말이 쉽지 이건 정말 어려운 과제입니다. 그럼 이제부터 이번 슈퍼스타K4에서 본 흥미요소를 알아보겠습니다.


1. 심사위원의 중심축, 이승철의 독설은 재미있다.

이승철의 독설은 슈퍼스타K를 줄곧 관통해온 하나의 전통입니다. 처음에는 단지 흥미요소의 하나였지만 이제는 이승철과 독설이 없는 슈퍼스타K를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습니다. 잘못한 점은 거침없이 지적하고, 그 안에서 뼈있는 농담을 통해 가르침을 주는 것이 항상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이런 독설에 대해서 많은 말들이 있습니다. 타 오디션에서는 독설을 배제하기도 하고, 어떤 곳에서는 노골적으로 독설은 나쁘다고 평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 각자의 개성일 뿐이지, 옳고 그른 문제는 아닙니다. 독설의 목적이 무슨 망신을 주자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노력하지 않는 참가자, 부족한 점이 많은 참가자에 대한 신랄한 독설은 프로그램과 시청자에게 생기를 불어넣습니다. 시청자들은 참자가들이 그야말로 사력을 다해 노력해주기를 원합니다. 어깨동무하고 화기애애하게 아무나 1등 하면 된다고 웃는 그런 내용을 원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승철의 독설은 시청자에게 더 많은 것을 보여주라는 요구를 대변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더구나 이승철의 독설은 그 자체로 개성입니다. 왜냐하면 다른 곳에서 독설 자체는 따라할 수 있어도, 이승철의 독설은 따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애정과 경험, 질책이 동시에 녹아있는 이승철의 독설은 이번 슈퍼스타K4에서도 여전히 빛나고 있습니다.


2. 악마의 편집? 악역은 이제 없어졌다.

수퍼스타K의 지난 시즌에서 논란이 되었던 것이 악마의 편집과 함께 일부러 악역을 만든다는 비난입니다. 사실 극본이 준비되어서 누군가 대본대로 하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닌데, 악역이 일부러 만들어질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참가자 가운데 정말로 악한 성격의 인물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준비과정에서 있는 사소한 갈등이 증폭되어 크게 확대되고, 이것이 방송을 통해 극적으로 고조되면 시청자가 느끼는 악역이 생겨버리는 것입니다. 


물론 제작하는 입장이나 시청자 입장에서는 선명한 갈등이 있으면 좋습니다. 치열한 경쟁을 원하기에 그 과정에서 상당한 수준의 갈등이 있어야 재미있으니까요. 다만 그러다가 다시 또 극적으로 화해하고 멋진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것을 원합니다. 그런 과정을 제작하는 입장에서도 원하게 되는 면은 있습니다.


이번 슈퍼스타K4에서는 악역 캐릭터는 없었습니다. 악마의 편집이나 악역 캐릭터는 슈퍼스타K의 정체성이나 전통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저 흥미요소의 하나에 불과한 이것이 일부러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란 점이 이번에 증명된 셈입니다.


3. 선발과정의 극적반전이 더욱 강해졌다!

한 개그프로그램에서 슈퍼스타K는 시청자를 낚는 방송이라고 패러디 되었습니다. 떨어졌다 싶으면 붙고, 붙었다 싶으면 다시 또다른 과정이 생겨서 탈락시킨다는 것이지요. 참가자와 시청자와의 간절한 마음을 희롱한다는 비판입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우리는 언제 반전될 지 모르는 스포츠경기처럼 손에 땀을 쥐고 슈퍼스타K를 보는 게 아닐까요? 서두에 예를 들었듯이 그냥 미스코리아 선발처럼 진행했다면 과연 시청자 가운데 어느 정도가 재미있어할까요? 그런 면에서 슈퍼스타K4의 시청자 낚시는 계속 되어야 합니다.


4. 개성넘치는 캐릭터들이 실력까지 갖췄다.

지난 시즌에도 개성넘치는 캐릭터들이 많았습니다. 또한 탑10에 진출한 참가자들도 많은 개성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개성이란 측면에서만 본다면 이번 슈퍼스타K4는 가장 우수한 시즌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멋있는 외모에 실력까지 갖춘 언더밴드 출신의 정준영은 스스로를 똘아이라고 거침없이 말합니다. 만화원작의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재벌 집안의 미남 로이킴은 가창력과 준수한 외모까지 갖춘데다 겸손하기까지 합니다.


사차원 캐릭터를 자랑하는 어린 소녀 이지혜는 연신 '대박! 대박!'을 중얼거립니다. 그러면서도 가창력과 노래실력도 뛰어납니다. 기타를 잡고 편곡까지 하는 16살 소년 유승우은 착한 성격까지 갖춰 사랑스럽지요.


이런 참가자들의 면면은 이번 슈퍼스타K를 사실상 만화에서나 나올 법은 개성넘치는 캐릭터로 채워버렸습니다. 일부러 과장하거나 연출하지 않아도 저절로 드라마가 만들어질 듯한 캐릭터가 너무도 재미있었습니다. 


오디션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 슈퍼스타K4


이번 슈퍼스타K4는 시청자들의 관심을 풍부한 캐릭터성으로 돌려놓았습니다. 전혀 다른 특성을 가진 개성있는 참가자들이 준수한 실력까지 갖춰서 서로 조화와 대립을 통해 재미를 줍니다. 슈퍼스타K4는 이런 개성에 힘입어 결선 방식까지 라이벌 대결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제 7명이 가려진 후에도 계속 남아있는 캐릭터들이 치열하게 그들의 스타성과 음악성을 자랑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은 앞으로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의 새로운 기준과 모범사례가 될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슈퍼스타K4를 계속 지켜보며 응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