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젠테이션을 많이 하는 사람에게 있어 스티브 잡스는 아주 중요한 연구대상이다. 그가 무대에 서서 제품을 소개하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빨려들 듯 집중하게 된다. 무대 위에서 잡스가 하는 말은 어떤 미사여구도 진실한 말로 들린다. 잡스의 감탄사는 아이돌 스타의 노래처럼 쾌감을 주며, 심지어 잡스가 하는 변명이라도 당연한 진리로 느껴진다.


아마도 잡스를 위해서 설계되고 만들어졌다는 애플의 솔루션인 키노트에 그 답이 있을 것이다. 키노트를 경쟁 솔루션인 MS의 파워포인트과 비교해보자. 키노트는 글자를 많이 늘어놓고 조목조목 논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복잡한 내용 가운데서도 가장 핵심을 간략한 아이콘과 재미있는 그림으로 압축한 다음, 키노트를 통해 열정적인 마음을 담아 발표해보자. 그러면 아마 스티브 잡스의 프리젠테이션이 가진 장점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궁금해하는 스티브 잡스란 사람을 이해할 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어려운 텍스트, 보기도 힘겨운 도표를 통해서 분석적이고 학술적인 방법으로 스스로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건 아마 죽은 잡스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 스토리 그래픽은 바로 이런 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책이다. 김석기, 강재민이 지은 이 책은 말 그대로 '그래픽' 이다. 글보다는 아이콘과 재미있는 그림으로 메시지를 가져다 준다.


사실 나는 스티브 잡스에 대해 상당히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일반인보다 훨씬 많이 아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지식들은 대부분 이미지가 아닌 텍스트에 불과하다. 예를 들면 잡스가 언제 누구와 애플1을 만들었다든가, 매킨토시를 세계적으로 알린 광고가 어떤 것인가 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이런 정보를 하나의 이미지로 차분히 쌓아두지는 못하는 편이다. 필요하면 그때 한참 다시 생각하서 연관성을 그려나간다. 


보고 감동하자, 스티브 잡스 스토리 그래픽.


이 책은 이렇게 이미지를 연결하는 게 약한 사람을 위해서 아주 좋은 책이다. 스티브 잡스의 많은 정보들이 마치 매킨토시의 아이콘처럼 형상화되어 눈에 쏙 들어온다.


스티브 잡스 스토리 그래픽는 정보량으로만 보았을 때 그렇게 많은 정보가 들어있지는 않다. 하지만 재미있을 정보만을 모아서 잘 그려놓았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바쁜 현대인에게 있어 텍스트를 꾸준히 읽을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에서도 효과적이다. 글자를 긴 시간 읽다보면 눈도 피곤해지고 머리도 무거워지기 쉽다. 그러나 그림은 다르다. 재미있는 만화체 그림도 들어있어 눈을 확 잡아끄는 것도 특징이다.


이 책은 가까이 두고 가끔씩 보아주면 좋다. 그림책처럼 언제 보아도 편하게 정보를 되새김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티브 잡스 스토리 그래픽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