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컨텐츠 개발자가 가장 힘들어 하는 부분을 말해보자. 바로 수익모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급자가 상품을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하다. 돈을 벌기 위해서다. 소비자가 상품을 사기 위해 지불하는 돈은 다시 공급자에게 생산활동을 할 수 있는 의욕과 자본을 준다. 그러면 다시 공급자는 좋은 상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이런 순환현상이 원활한 경제활동을 가능하게 한다. 공익을 위해 생산하는 극히 일부의 경우는 제외하면 이 원칙은 철저하게 지켜진다.


상품과 달리 눈에 보이지 않는 컨텐츠를 만드는 사람 역시 마찬가지다. 컨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원하는 것은 많이 팔아서 돈을 버는 것이다. 돈을 번다는 것을 특별히 천박하게 생각할 건 없다. 컨텐츠로 보다 많은 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도 창의적인 일이다.

옛날에는 상품과 컨텐츠를 막론하고 모든 생산활동의 원칙이 간단했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상품을 만든 뒤에 자기가 받고 싶은 가격을 붙여 내놓으면 된다. 팔리면 좋은 것이고 팔리지 않으면 가격을 낮추든가 다른 가치를 덧붙이면 된다. 그런데 현대 사회에 와서 눈에 보이지 않는 컨텐츠란 개념이 나타나면서 이런 원칙에 변화가 생겼다.

무료 컨텐츠. 혹은 번들이란 개념의 상품은 현대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새로운 상품이다. 분명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 상품이지만 그 자체에는 값을 받지 않는다. 무료로 누구든지 쓸 수 있게 한다. 옛날에는 자선사업이 아닌 이상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현대에는 무료 컨텐츠로도 돈을 벌 수 있다. 첫번째로는 광고를 붙여서 수익을 만드는 것이고, 두번째로는 컨텐츠를 소비하기 위한 플랫폼 가격에 붙여서 이익을 취하는 것이다.

유명한 스마트폰 게임 앵그리버드를 예로 들어보자. 앵그리버드는 아이폰에서는 유료앱이지만 안드로이드에서는 무료이다. 대신 안드로이드에서는 광고를 붙이고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아이폰에서 직접 앱을 팔아서 엄청난 수입을 올린 앵그리버드가 안드로이드에서도 많은 수입을 올렸다는 것이다.


무료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다운로드했는데 여기에 광고를 붙인 업체가 준 광고수익이 직접 앱을 팔아서 얻은 수익에 몫지 않은 것이다. 결국 수익모델은 굳이 유료 컨텐츠에만 있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한 셈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이 나올 수 있다. 유료와 무료 컨텐츠 가운데 어느 쪽이 보다 유리한가? 라는 의문이다. 컨텐츠를 개발해놓고 이제 소비자에게 내놓으려는 공급자에게는 매우 심각한 고민일 것이다.

기본적으로 공급자는 당연히 유료 모델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내가 힘들여서 만든 컨텐츠를 공짜로 주고 싶은 생각은 누구에게도 없을 것이다. 또한 유료 컨텐츠를 팔면서도 광고를 적당히 붙일 수도 있다고 볼 때 유료 컨텐츠가 매력적인 건 당연하다.

유료 컨텐츠는 우선 잘 만든 컨텐츠로서 판매에 상당한 자신감이 있을 때 가능하다. 이 정도의 효용가치를 지녔고 이 정도의 가격이면 기꺼이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 거라는 결론이 가능해야한다. 실패하는 유료 컨텐츠를 보면 공통점은 공급자들이 객관적인 가치검토에 소홀했다는 것이다.


공급자의 시선으로만 보면 아무리 허접한 컨텐츠도 가치가 높다. 결과물이야 어떻듯 그 과정에 들어간 자기 스스로의 노력을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자의 시선은 다르다. 그들은 과정을 알지도 못하고 공급자의 노력은 알 바 아니다. 소비자에게는 오로지 결과물 자체의 품질과 가치만 보인다. 그것이 그만큼의 가치가 있으면 사고, 없으면 사지 않는다. 이것을 냉정히 판단해야 한다. 가치가 충분히 높다면 유료 컨텐츠로 가는 것이 유리하다.

하지만 무료 컨텐츠라고 해도 특별히 열등한 것은 아니다. 무료 컨텐츠가 유리한 경우는 단순히 컨텐츠의 가치가 절대적으로 떨어져서가 아니다. 예를 들어 가치는 높지만 시중에 이미 비슷한 컨텐츠가 많이 나와있어서 특별히 차별성을 부여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기능 자체가 비슷한데 다른 컨텐츠가 천원이나 이천원이라고 치자. 그럴 때 이쪽이 오백원을 매긴다고 해도 그리 눈에 띄지는 않는다. 아예 '무료'를 선언하면 확 눈에 띄게 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때부터 가격차이가 중요하지 않고 아예 무료로 쓸 수 있는 앱에 무조건 우선권을 주기 때문이다.


혹은 번들 컨텐츠 개념도 있다. 컨텐츠 자체는 무료지만 그 컨텐츠를 쓰기 위해 구입해야 하는 하드웨어나 플랫폼의 수익에서 이익을 취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마리오 브라더스를 즐기기 위해서는 닌텐도의 게임기를 사야한다. 마리오는 현재 유료 컨텐츠지만 설령 무료로 한다고 해도 분명 수익이 발생한다. 같은 회사에서 만드는 게임기 가격에 컨텐츠 가격을 포함시키면 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 일종의 착시 현상이 발생한다. 닌텐도 게임기 가격이 10만원이고, 마리오의 가격이 1만원이라고 치자. 게임기 가격을 11만원으로 출시하는 대신 마리오를 공짜로 끼워줄 수 있다. 이럴 경우 사용자는 게임기가 비싸졌다고 느끼지 않고 오히려 이렇게 높은 품질의 컨텐츠인 마리오가 공짜로 생겼다고 좋아할 것이다.

그렇다고 모른 것을 무료 내지 번들로 만든다고 좋은 것도 아니다. 한번 무료가 된 컨텐츠는 다시 유료로 만들기 어렵다. 사람들의 심리는 유료였던 것이 무료가 되면 좋아하지만 무료였던 것이 유료가 되면 강한 거부감을 가진다. 따라서 처음 결정에 신중해야 한다.

대표적인 실패사례로 프리첼의 커뮤니티 유료화를 들 수 있다. 대표적으로 잘 나가던 프리첼이 커뮤니티를 상대로 유료화를 감행했을 때 모두가 우려했다. 그렇지만 당시 마땅한 수익모델이 없이 트래픽만 몰리던 프리첼은 유료화를 강행했다. 결과는 네이버 커뮤니티를 비롯한 다른 곳으로의 엑소더스 였다. 프리첼은 그것을 계기로 다시는 일어서지 못했다.



유료 vs 무료 컨텐츠, 유리한 조건은?

정리해보자. 유료와 무료를 막론하고 사람들은 가치를 창출하고, 돈을 벌고 싶어한다. 유료와 무료는 단지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일 뿐이다. 보다 현명한 판단을 통해서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