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으로 위대한 리더란 어떤 사람일까? 세계사를 깊이 공부하게 되면 누구나 하게 되는 고민이다. 언뜻 사람들이 흔히 영웅이라고 부르는 사람들, 그러니까 징기스칸이나 알렉산더 대왕, 카이사르나 세종대왕 같은 사람을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피상적인 관찰이 아닌 정말 깊은 조사를 거쳐 분석하면 누구를 선뜻 꼽기가 어렵다.


삼국지만 해도 그렇다.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물리쳤다.'는 말을 낳은 일화를 보자. 촉의 제갈공명이 자기가 죽은 후에도 살아있는 듯이 허세를 이용한 계교를 펼치차, 죽음조차 계략이 아닌가 의심한 사마중달이 절대우세의 병력을 뒤로 물렸다는 이야기다. 이 말은 곧 공명의 우수함을 뜻하지만, 동시에 중달의 우수함을 뜻하기도 한다.

사실 중달은 이미 커다란 전략에서 이겼기에 굳이 전투 하나에서 속았다고 해도 전세에 아무런 지장도 없었던 것이다. 진정으로 위대한 리더는 사람들이 비웃든 말든 자기 목표를 달성하는 사람이라 규정할 수도 있다.

최근 애플의 새로운 iOS6 운영체제에 탑재된 부실한 지도서비스를 두고 말이 많다. 오랫동안 써오던 구글 맵을 버리고 대체한 애플 맵 서비스는 부실하고 오류도 많았다. 때문에 팀쿡의 지도력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미국의 저명한 경제지에서는 매우 강경한 어조까지 써가며 이를 비판했다. 우선 뉴스를 보자. (출처)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10월 2일(이하 현지시간) "스티브 잡스가 살아 있었다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를 해고했을 것"이라는 혹평을 내놨다.

'아이폰5'와 함께 공개된 새 운영체제(iOS6)의 핵심 기능인 지도 서비스가 완벽하지 않고 오류가 많기 때문에 애플이 그동안 이뤄온 명성에 큰 흠집을 냈기 때문이라고 포브스는 전했다. 

팀 쿡은 지난달 28일 "최고의 경험을 선사하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지도 서비스는 이 같은 약속에 미치지 못했다"고 밝히며 공개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그는 대안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나 구글의 지도를 내려받아 사용해달라고 말해 경쟁사 제품을 추천하는 수모까지 겪었다.


일각에서는 이른바 이번 '매플게이트'(MappleGate)과 관련해 iOS 부문 책임자인 스콧 포스톨의 책임론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별다른 징계를 받지 않으면서 쿡의 리더십에 의문를 표시하기도 했다.

포브스는 잡스였다면 이와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 같은 실수에 대처하는 방식도 달랐을 것이라며, 쿡은 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분야에서 탁월했지만 잡스만큼의 통찰력이나 카리스마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아이폰5의 지도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의 오류 문제로 애플은 지난 21일부터 8일간 자사 주식 시가총액의 4.5%인 300억달러(약 33조원)의 손실을 입은 바 있다. 

그동안 내 글을 꾸준히 읽어온 독자들은 알겠지만 나는 애플을 거침없이 비판한다. 스티브 잡스에 대해서도 많은 비판과 우려를 했다. 또한 한편으로는 애플의 방향에 대해 지지도 아낌없이 보냈다. 그런데 나는 미국 잡지의 이번 비판에 대해서는 그 방향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라면 정말 팀 쿡을 해고했을까?

이미 죽기 전에 잡스는 팀쿡에게 말한 바 있다. '잡스라면 이렇게 했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지 말고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라.' 고 말이다. 이것은 위대한 리더를 잃은 후의 조직들이 가장 많이 빠지는 어리석음을 경고한 것이다. 잡스가 속한 디즈니의 이사회는 매번 '월트 디즈니라면 이렇게 했을 것이다.' 는 생각으로 기회를 낭비했다. 아무리 위대한 리더일지라도 죽은 후에 조직을 이끌 수는 없다. 조직은 살아있는 사람들의 것이다.

팀쿡이 구글맵을 버리고 애플맵을 채택하게 된 것은 구글 의존도를 줄이고 애플만의 서비스를 확립하려는 장기계획에서 비롯된 것이다. 잡스라면 채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은 할 수 없다. 

잡스라면 이렇게 설익은 서비스를 하지 않았을 거란 예상 역시 무의미하다. 왜냐하면 잡스도 시기가 충분하지 않았는데도 유행에 따라가기 위해 소셜 서비스인 핑을 무리하게 추진했다. 핑은 현재 애플에서 공식적으로 실패를 인정하고 중단했다. 또한 잡스는 설익은 서비스인 클라우드 모바일미를 서비스했었다. 사용자들의 외면과 악평이 계속되고 잡스가 크게 호통을 친 후에야 아이클라우드로서 자리를 잡았다.


그러니까 팀쿡이 설익은 애플맵을 내놓은 자체로 비난받을 수는 있어도 '잡스라면 이렇게 하지 않았다.'는 비난은 받을 이유가 없다. 잡스가 살아있어도 애플맵은 예정대로 나왔을 것이다. 오히려 잡스라면 이 시점에서 팀쿡처럼 진솔한 사과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스티브 잡스라면 팀쿡이 애플 맵을 내놓았기 때문에 해고하는 게 아니라, 필요없는 사과를 했기 때문에 해고했을 지도 모른다. 아, 물론 이건 농담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스티브 잡스가 팀쿡을 후계자로 선택한 것을 안타까워한다. 하지만 동시에 이 선택이 최선은 아닐 지라도 차선 정도는 된다는 점을 인정한다. 팀쿡은 애플을 큰 탈 없이 무난하게 이끌 수 있는 리더이다.


스티브 잡스라면 팀쿡을 해고했을까? 천만에! 스티브 잡스라면 팀쿡에게 더 힘을 실어주며 언론에게 당당하게 말했을 것이다. 몇 년만 지나면 애플 맵이 구글맵을 능가하게 될 거라고. 현실왜곡장을 펼치면서 말이다. 그게 바로 내가 알고 있고 우리가 익숙한 리더 스티브 잡스의 모습이다. 알고 있지 않은가?


P. S : 그동안 공상제작소에서 애플과 잡스에 대해 다뤄오던 카테고리인 '사과나무와 잡스이론'이 끝났습니다. 더이상은 잡스의 애플이 아닌, 팀쿡의 애플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쿠퍼티노의 사과요리사' 카테고리에서 향휴 애플과 관련 IT소식을 전하고 평론하고자 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