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각광받는 개념이 바로 플랫폼이다. 쉬운 말로 '틀'라고도 말할 수 있는 이 플랫폼은 매우 다양하다. 그것을 몇 가지로 분류해서 특성을 알아보자. 이 플랫폼의 특성에 딱 맞는 컨텐츠를 만들어 공급한다면 그것이 바로 좋은 컨텐츠가 될 것이다.


1. 블로그 : 블로그는 기본적으로 개인의 자유로운 기록물이다. 그것도 짧은 단문이 아닌 꽤 복잡한 장문을 위한 플랫폼이다. 쉽게 말해서 블로그는 인터넷을 통해 기록되고 유포되는 일기장이라고 볼 수 있다. 일기는 짧게 쓸 수도 있고 길게 쓸 수도 있다. 그림일기처럼 사진이나 동영상을 붙일 수도 있다.

블로그의 특징은 이중성에 있다. 블로그는 글로서 개인의 생각을 담은 사적인 내용을 적는 것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그와 연결된 인터넷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그 내용을 공개하고 배포할 수 있으며 댓글을 통해 소통할 수 있다. 개인적인 영역에 머물러서는 내용을 공개하거나 발행하지 않으면 그저 사적인 글모음이다. 그렇지만 남에게 보일 생각으로 글을 쓰고 발행해서 공감을 얻는 순간 블로그는 강력한 개인 미디어로 변신한다. 지금 주목받고 있는 파워블로거는 이렇게 블로그가 공적인 영역으로 나와서 만들어진 계층이다.

플랫폼으로서 해석하는 블로그의 특성은 여기서 비롯된다. 1) 자유롭게 개인이 취득한 정보를, 2) 개인적인 해석을 붙여서, 3) 비교적 긴 장문으로, 4) 사진과 동영상을 곁들여서 5) 불특정다수가 볼 수 있도록 문서 형식으로 6) 인터넷을 통해 배포하고 7) 결과물에 대해 독자와 소통할 수 있다. 이것이 블로그란 플랫폼의 뚜렷한 특성이다.


2. 전자책 : 전자책의 특성은 전반적으로 블로그에서 사적인 요소를 완전히 뺀 것과 같다. 그대로 사람들에게 읽힐 목적 그 자체로 만든 컨텐츠다. 길고 세련된 문장과 잘 정제된 사진, 동영상을 삽입해서 만들게 된다.

그렇다면 그 외에 전자책은 블로그와 완전히 같은 플랫폼 특징을 지닐까? 그렇지는 않다. 전자책은 책이란 전통적인 매체의 특징을 이어받았다. 책은 인터넷에서 비롯된 미디어와는 다르다. 책은 소설과 잡지, 실용서에 이르기까지 넓은 범위를 포괄한다. 블로그와는 달리 문학성이나 작품성이 보다 중시되기도 한다.

플랫폼으로 볼 때 전자책은 자유로움이 약간 줄어든다. 하지만 1) 보다 완성도가 높고 2) 잘 짜여진 구성과 3) 더 높은 상업적 가치를 지니게 된다. 가장 중요한 전자책의 특성은 차세대 컨텐츠로의 가능성이다. 와이어드 같은 잡지에서 보듯이 4) 미래의 전자책은 컴퓨터 게임에 가깝게 될 것이다.
 


3. 페이스북 : 페이스북은 무섭게 진화하고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한국의 싸이월드와 비슷하게 친구사이를 이어주는 미니앨범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제는 그 안에 전자상거래와 게임을 포함하고 보다 높은 플랫폼을 노리고 있다. 따라서 페이스북의 플랫폼 특성을 쉽게 정의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하지만 최소한의 개념규정을 통해 알맞는 컨텐츠를 찾아내보자.

페이스북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다. 1) 친한 사람들 사이를 이어주는 네트워크를 구성해서 2) 실시간에 가깝게 정보를 올리고 3) 빠른 반응을 통해서 4) 정보와 즐거움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 트위터가 비교적 불특정 다수를 위한 미디어 특성을 가진다면, 페이스북은 거기에 사적인 요소가 좀더 강하다. 다소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5) 페이스북은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계모임에 비유할 수 있다.

최근까지의 발전한 특성을 보자면 페이스북은 정보의 유통수단에 가깝다. 블로그와 뉴스같은 정보를 연결하고 개인의 각종 사진을 보여주며, 함께 게임을 즐기거나 상거래를 할 수도 있다. 따라서 페이스북에 맞는 컨텐츠 특성은 계속 확장되고 변화할 것이다.


4. 팟캐스트 : 팟캐스트는 최근 ‘나는 꼼수다.’란 미디어 방송을 통해서 유명해진 플랫폼이다. 그 출발점은 애플의 아이팟에서 시작되었다. 단순히 음악을 다운로드해서 보관하거나 스트리밍을 통해서 듣기 위한 아이튠즈가 보다 발달되었다. 사람들이 음원을 통해서 정기적인 방송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음악만이 아니라 소리를 통해서 할 수 있는 라디오 방송 같은 모든 컨텐츠가 가능해진 것이다.

팟캐스트란 플랫폼은 1) 소리로서 2) 애플의 아이튠스를 통해서 3) 서버에 저장되었다가 4) 스트리잉 형태로 배포되는 5) 녹화방송이다. 따라서 그 속에서 모든 장단점이 들어있다. 소리는 영상보다 직관적이지 않다. 하지만 영상에 비해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으며 컨텐츠 제작이 쉽고 싸다.


팟캐스트는 미디어이며 방송인가? 아니면 단지 인터넷으로 주고받는 음원파일에 불과할까? 이 문제는 현재 법적으로 아직 명확한 규정이 나와있지 않다. 아직 방송법의 통제를 받지는 않으며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그렇지만 사적인 방송의 특성을 많이 가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따라서 컨텐츠를 만들 때는 녹화된 라디오 방송을 연상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5. 유튜브 : 유튜브는 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다.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스스로 촬영하거나 가공한 영상을 업로드하고 다운로드해서 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의 플랫폼 특성은 단순하다. 개인이 만든 재미있는 동영상이면 된다. 그 주제와 소재가 무엇이든 거의 제한이 없다.

물론 유튜브란 플랫폼만의 제약은 분명히 있다. 1) 10분 남짓한 짧은 동영상을 2) 스트리밍 형식으로 보여주며 4) 인터넷 특성상 아직 충분한 고해상도는 아니며  3) 기본적으로 무료이다. 따라서 이런 특성을 잘 이해하면서 컨텐츠를 만들면 좋을 것이다.

유튜브의 개성이란 것도 생각해 볼만 하다. 사람들이 기존의 잘 만들어진 방송과 깔끔한 상업용 동영상 외에 유튜브 동영상을 즐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이 기존 방송에서는 보기 힘든 어떤 개성있는 영상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가기 힘든 현장을 직접 찍은 영상이라든가, 상업성을 확신하지 못해도 실험적으로 만든 영상이 유튜브를 통해서 주목받고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


좋은 컨텐츠란? 플랫폼의 특성부터 파악하자.

굳이 이렇게 원점으로 돌아가서 하나씩 짚어준 이유는 이것이 어떤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는 확고한 규칙이기 때문이다. 시중에는 이런 깊은 고찰은 생략하고 단순히 그 하부에서 터득한 기술적인 팁만을 나열한 책이 많다. 이런 글은 아주 쉽고 간단해보인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고 기술이  발달하면 이런 팁은 바로 뒤떨어진 사실이 되기 쉽다. 플랫폼의 원점을 제대로 알고 있다면 변화를 예측하거나 바로 적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