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자기가 잘하는 것을 남에게 더 강조하고 싶다. 또한 잘 못하는 것은 언급하지 않거나 축소하고  싶을 것이다. 그냥 개인만 봐도 이 점은 확실하다.

운동을 잘 못하고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 '운동선수가 될 거 아니라면 운동 잘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결국은 공부 잘해야 착실한 사회인이 될 수 있습니다.' 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그 반대편에서 운동 잘하는 사람은 '공부 같은 거 잘해봐야 그저 고리타분한 직장인이 될 뿐이겠죠. 운동을 잘해서 억대 프로선수가 되겠습니다.' 라고 말할 것이다.


스마트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애플 아이폰이 멀티태스킹과 듀얼코어를 제대로 지원하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아이폰4 행사장에 나온 스티브 잡스는 말했다. '멀티태스킹이 된다고 실질적으로 스마트폰이 더 나아졌냐?' 고 말이다. 이 말은 반은 맞지만 반은 자기가 여태까지 못했던 것을 축소한 의미다. 실제로 이후 아이폰을 포함한 모든 스마트폰은 멀티태스킹으로 인해 더욱 좋은 혁신을 이뤄냈다.
   
엘지전자가 오랫만에 홈런을 한 방 터뜨렸다. 그룹의 총력을 모아서 발표한 플래그쉽 스마트폰 옵티머스G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비록 12일에 먼저 발표된 아이폰5의 기능, 최근 17만원까지 떨어졌던 갤럭시S3와 가격이 압박하는 상황이지만 이번 발표는 매우 성공적이다. 적어도 이제까지 한번도 없었던 관심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떨어져 있었던 존재감 회복이 급선무였는데 그걸 해냈다.

그런데 이번 발표장에서 LG측은 철저히 디스플레이를 강조했다. 특히 삼성과의 비교에 주력하고 애플에 대한 언급은 삼가했다. (출처)


“경쟁사 AMOLED는 우리 상대가 안 된다.”
“(아이폰5 질문에) 별도 언급할 내용 없다.”

숙적 삼성전자와 애플에 대한 LG전자 휴대폰 부문의 공식 입장은 이렇게 요약된다. 삼성전자 대비 기술 우위를 강조했지만 계열사 LG디스플레이의 ‘고객’인 애플 관련 언급은 철저히 피했다.

LG전자가 9월 18일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서 연 ‘옵티머스G’ 언론공개 행사서는 삼성전자 ‘갤럭시S3’와 애플 ‘아이폰5’ 등 경쟁 제품 관련 질문이 쏟아졌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 패권을 놓고 다투는 두 제품에 LG전자가 어떻게 대항할 것이냐는 궁금증이다.

우선,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직접 회사명과 제품명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꽤 적극적인 공격자세를 보였다. 삼성전자 AMOLED 디스플레이가 타깃이었다. 마창민 LG전자 MC(휴대폰)마케팅센터 상무는 “우리의 ‘True HD IPS+’가 AMOLED 대비 해상도가 1.6배 높으면서 작은 글씨까지도 또렷하게 보인다”고 강조했다.


LG전자는 이날 행사장에 갤럭시S3를 전시, 옵티머스G와 비교 시연까지 열었다. 삼성전자 로고는 테이프로 가렸지만 적극적인 도발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아이폰5에 대해서는 LG전자 임원들이 직접적인 답을 피했다. 애플이 LG디스플레이의 대형 고객이기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LG디스플레이는 아이폰5 패널도 공급했다. 박종석 LG전자 MC본부장은 아이폰5 관련 질문에 “경쟁사 제품에 대해 어떻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우리는 우리만의 방법으로 경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옵티머스G는 기존 제품들과 완전히 차별됐고 세계 최고 사양을 갖췄다”며 자신감도 감추지 않았다.

LG전자는 옵티머스G를 이달 말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을 통해 출시할 계획이다. 약정에 따른 보조금을 제외한 출고가는 99만9천900원에 달한다. 그만큼 고급 제품임을 자신한다는 뜻이다.

옵티머스G는 4.7인치 디스플레이와 1280×768 해상도, 68.9mm×131.9mm 크기, 8.45mm 두께, 145g 무게, 안드로이드4.0(아이스크림 샌드위치) 운영체제(OS), 일체형 배터리 등이다. 터치센서와 유리를 일체형으로 만든 고해상도 디스플레이가 최대 무기다.

이번 옵티머스G는 장단점이 뚜렷한 스마트폰이다. 장점은 LG 전자의 최고역량이 전부 모여서 만들어진 만큼 디스플레이부터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세심한 배려와 고품질에 대한 노력이 들어갔다는 점이다. 단점은 일종의 선택이었겠지만 외장 메모리가 지원되지 않고 일체형 배터리라서 자유로운 탈착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핵심 경쟁력은 무엇인데? 라고 묻는 사람들에게 엘지가 내세우는 것은 디스플레이다.


LG 옵티머스G, 최고 경쟁력은 디스플레이?

삼성의 AMOLED에 맞서 IPS기술로 만들어진 디스플레이를 내세우는 모습은 어쩐지 지나간 싸움인 텔레이젼의 3D 디스플레이 방식 싸움을 연상하게 만든다. 화면을 순차적으로 내보내고 셔터로 끊어서 입체감을 구현하는 것이 삼성의 셔터글라스 방식이었고, 화면을 한번에 내보내고는 편광필터로 분리해서 입체감을 구현하는 것이 엘지의 편광필터 방식이었다. 보다 오래되었지만 원숙한 방식인 엘지 방식이 결국은 최종 승자가 되었다.

엘지 입장에서는 현재의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도 마찬가지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이다. IPS는 나름 원숙기에 들어간 기술이다. 고해상도 실현도 쉽고 생산단가나 설비면에서도 경쟁력이 높다. 더구나 엘지 디스플레이가 이미 시장의 최고 강자 위치에 올라있다. 반대로 AMOLED는 특성이 좋은 신기술이다. 아직은 기술 개발에 장애물도 있고 번인 같는 단점이 드러나기도 한다. 이 부분에서는 삼성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엘지가 선택할 수 있는 전략에서 디스플레이 강조는 좋은 해답이다. 다른 기술적인 부분은 어차피 강조해봐야 소비자가 곧바로 알아차리기 힘들다. 직관적으로 체감하게 해주는 기술은 눈으로 볼 수 있는 디자인과 디스플레이가 가장 좋은 것이다.

문제는 똑같은 디스플레이 기술을 쓴 아이폰과의 차별성을 강조하기는 힘들다는 점이다. 그래서 엘지도 아이폰5에 대해서는 말을 아낀 것이다. 단지 부품을 공급하니까 그렇다기 보다는 디스플레이 기술이 같으니 아이폰에 대한 비판은 그대로 돌아와서 옵티머스G에 대한 비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옵티머스G의 최대 경쟁력은 디스플레이다. 당분간 엘지의 마케팅 포인트를 이것이 될 것이다. 엘지의 남은 과제는 그동안 다소 떨어졌던 엘지 스마트폰의 '품격'을 어떻게 올리느냐 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내놓았더라도 그것이 최종적으로 '고급스럽다'는 인상을 주지 못하면 실패다. 옵티머스G가 엘지 제품 가운데 최초로 고급스럽다는 이미지를 주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