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전 한 가지 뉴스를 본 기억이 난다. 영국에서 공공장소마다 설치된 보안 카메라에 대해 논란이 있다는 것이다. 보안카메라는 일정한 장소에 설치되어 항상 정해진 장소를 찍는다. 그만큼 범죄예방과 검거에 탁월한 효과를 보여서 엄청난 속도로 설치가 늘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이 동시에 개인의 사생활 침해로 이어진다. 어디를 가도 카메라 촬영으로부터 안전한 곳이 없다는 뜻이니까 말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서울 시내 어디를 보아도 카메라가 노골적으로 렌즈를 들이대고 있다. 덕분에 경찰들은 이제 범죄가 발생하면 다른 것보다 최우선으로 영상확보에 나선다고 한다. 특별히 무슨 현장감식을 하고 지문을 대조하고 추리를 할 필요도 없다. 그냥 화면에 당시 장면이 찍혀서 나오니까 말이다. 애초에 검사와 변호사가 법정에서 치열한 논쟁을 할 필요도 없어진 셈이다.

이런 카메라와 각종 보안기술은 길거리에 있는 카메라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카메라와 메모리가 있는 개인용 IT기기에까지 확장되고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그리고 노트북 같은 제품이 있다. 이것들은 비싸기에 도난과 분실 위험이 있다. 그런데 카메라와 마이크가 달렸고 인터넷까지 가능한 지능형 제품이다. 따라서 보안기능을 넣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실제적인 예를 들어보자.


미국 미시간 주에 사는 로건 차드란 사람은 노트북을 도난당했지만 보안 프로그램을 깔아놓은 덕에 컴퓨터를 되찾았다. 빈집에 침입해 노트북과 현금을 훔쳐 달아난 도둑은 노트북에 설치된 보안 프로그램 때문에 경찰에 잡혔다고 한다.

이때 이용된 보안프로그램은 ‘오비큘(Orbicule)’이란 이름이다. 사용자가 로그인을 하지 않고 손님(게스트) 신분으로 컴퓨터를 실행할 때 자동으로 작동한다. 로그인하지 않고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의 사진을 찍고, 컴퓨터로 어떤 작업을 했는지 인터넷을 통해 주인의 메일로 전송한다. 심지어 도둑이 채팅으로 컴퓨터를 얼마에 어디서 팔지 대화하는 내용까지 볼 수 있다. 따라서 범인은 경찰에 알린지 하루만에 잡혔다.

기업용 솔루션에서는 IT기기에 담긴 정보를 조절하기도 한다. 인텔은 새로운 제품에 도난방지 기술인 ‘AT’를 도입했다. 제품을 분실하거나 도난당하면 세계 어디서든 원격으로 노트북 사용을 차단할 수 있다. 울트라북을 되찾으면 데이터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고 다시 사용 가능하게 만든다.HP는 암호인식-지문인식-안면인식-블루투스 인식이란 4단계 보안 수준을 사용자가 지정할 수 있는 보안 솔루션을 제공한다. 기업용 노트북에 탑재한 기술이다.

애플은 이전에 일명 ‘아이스파이’란 기술을 등록한 적이 있다. 도난당했다고 등록된 아이폰을 사용하는 순간 전면 카메라로 사용자의 얼굴을 찍고 소리를 녹음하면서 GPS를 통해 위치를 송신하는 기능이다. 잃어버린 아이폰을 찾는 데는 매우 유용한 기능이다. 하지만 이것이 단지 분실이나 도난당한 기기에만 쓰이게 될 지 바로 그 점을 불안해하는 사용자 때문에 아직은 제품에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


보안기술의 발달, 우리가 경계해야할 것은?


이런 편리한 보안기술은 당연하 올바른 방법으로 제품을 구입해서 사용하는 주인에게는 반갑다. 늘어가는 공공 카메라를 걱정하는 사람에게 ‘죄 짓지 않고 떳떳하면 뭐가 문제냐?’ 고 묻는 사람도 있다. 부분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염려할 필요없이 받아들이면 되는 기능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실을 보자. 편리하고 유용한 기능이 올바른 목적만을 위해 쓰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 편리한 전화망은 때로는 정부나 기관에 의해 불법적으로 감청당하기도 한다. 본인확인을 위해 수집한 개인정보와 주민등록번호는 때로 몇푼의 돈을 받고 마케팅 회사에 팔려나가서 범죄나 스팸전화에 이용된다. 따라서 우리는 보안기능이라고 개발된 기능의 순기능만 보아서는 안된다. 그것이 부정적으로 이용될 경우 얼마나 파급력을 가질 것인지도 생각해야 한다.


옛날 영화 ‘네트’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여기서 주인공을 맡은 산드라 블록은 누군가 권력이 있는 사람의 비위를 건드렸다는 이유로 혹독한 일을 당한다. 인터넷에 입력된 개인증명이 지워져서 신원이 불분명한 사람이 된다. 어디를 가든 카메라가 그녀를 감시하며 신용카드와 전자금융은 일체 이용할 수 없게 된다. 누군가 명령 하나 내리는 것만으로 한 사람의 인생이 확 바뀌어 버린다. 보안프로그램은 악용되면 순식간에 개인을 불법 감시하는 시스템으로 변한다.

정치권력이나 기업권력을 온전히 백퍼센트 신뢰할 수 있다거나, 해킹으로부터 완벽히 안전한 시스템이 있다면 아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그저 원하는 대로 보안시스템을 깔고 이용하면 그뿐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보안기술을 접할 때 항상 순기능과 함께 역기능도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만 기술의 발달이 좀더 인간을 편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어디까지는 감시 카메라가 들어와도 되고, 어디는 안되는지를 정해야 한다. 또한 IT기기에 보안기술이 어디까지는 적용되고, 어디까지는 허용되어서는 안되는지 사회적 합의를 해야한다. 이것이 우리가 기술에 지배당하지 않고 인간다움을 유지할 수 있는 현명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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