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좋아하는 것은 의외로 단순하다. 어떤 복잡한 미학이 필요없다. 어린 남자아이들의 장난감이란 것이 뻔하지 않는가? 장난감 자동차 아니면 장난감 무기다. 이 둘의 공통점은 가진 사람에게 힘을 준다는 것이다. 그렇다. 남자는 항상 힘을 원한다. 그리고 자동차가 남자에게 주는 힘은 속도이다.


그런 면에서 내 안에도 이런 본능이 꿈틀거리는 지 모른다. 평소에 그저 덜컹거리는 지하철이나 느릿한 버스만 타던 내가 어느날 굉음을 울리며 시속 3백킬로미터로 달리는 자동차 핸들을 잡는다는 상상을 하면? 생각만으로도 짜릿짜릿하다. 그래서 평소부터 카레이싱 대회를 직접 보고 싶었던 가운데, 강원도 태백에서 열리는 슈퍼카레이스 취재를 요청받았다.


어떻게 보면 IT평론가란 내 위치와 카레이스는 전혀 다른 영역이다. 하지만 크게 본다면 상관이 있다. 여러 가지 신사들의 기기를 취급하는 잡지 스터프에 주로 나오는 제품은 첨단 IT기기와 섹시한 미녀, 그리고 멋진 자동차다.


강원도 태백에서 개최되는 이번 레이싱대회의 정보를 얻기 위해 마침 좋은 스마트폰 앱이 나와있다. 아이폰 앱스토어과 구글 플레이 마켓에서 '슈퍼레이스'란 검색어로 찾으면 나오는 앱을 받아서 실행시켰다. 그러자 멋진 화면과 함께 대회 정보를 볼 수 있었다.   

정식 명칭은 슈퍼레이스 챔피온십. 국제 규격과 규정에 의해 열리는 정식 카레이싱 대회다. 체급에 따라 선수를 나눠 경기하는 복싱 경기와 비슷하게 자동차 배기량에 따라 나눠서 경기를 치른다. 1600cc 이하인 넥센N 9000 대회, 1600cc-2000cc인 ECSTA GT, 2000cc이하인 벤투스,6200cc이하인 슈퍼 6000이 있다. 이런 네 개의 레이스 대회가 하이라이트다.


이런 레이스에 다양한 팀이 참가하는 것은 물론이고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유명한 레이서다. 레이싱에 대해 잘 모르는 나도 몇 번의 들어본 적이 있는 유명한 레이서 김의수가 CJ팀의 감독이자 레이서도 대회에 참가한다.


마침 CJ에서 초청받은 관계로 나는 일반인은 볼 수 없는 팀의 미케닉(정비원)들이 일하는 곳까지 가서 경기 직전의 차량과 정비 현황을 볼 수 있었다. 그 바로 옆은 실제로 레이싱이 펼쳐질 트랙이었다. 


마침내 레이싱을 위한 시간, 사람들이 피트로 쏟아져들어간다. 레이서와 팬들을 위한 촬영시간이다. 여기서 바로 카레이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꽃 - 레이싱모델이 포즈를 잡는다. 여러 모터쇼와 행사를 통해 이름을 알 정도의 모델도 많았고, 처음 보는 모델도 있었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주목한 것은 프로야구나 축구 같은 집단 서포터의 등장이었다. CJ 헬로 모바일 서포터는 같은 색상의 옷을 맞춰입고는 레이싱 경기장에 열기를 전해주었다. 이것을 계기로 각 팀들이 모두 서포터를 갖추게 된다면 우리는 카레이싱 경기장에서 치어리더와 함께 함성을 지르는 열띤 응원전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특이했던 것은 레이서로 출전한 한류스타 류시원을 보기위해 일본에서 백명의 관광객이 왔다는 점이다. 이들은 경기장에서도 시종일관 류시원을 향해 시선을 향하며 단체응원의 힘을 보여주었다. 


마침내 첫 레이스가 시작되려는 때였다. 줄지어 트랙에 늘어선 차량들이 장난감 자동차처럼 보였지만 엄청난 엔진 굉음을 내며 출발하는 모습은 전혀 장난감이 아니었다. 가공할 속도와 함께 달려나가는 차량들이 신기하기만 하다. 


이번 슈퍼레이스는 흥미로운 점이 풍부하다. 흥행을 위해 레이스를 하나의 커다란 쇼처럼 꾸민 것이다. 먼저 야간에 펼쳐지는 경기다. 주말 저녁이 보통 사람들이 가장 쉽게 즐길 수 있는 시간이란 점을 고려했다. 또한 하나의 레이스가 끝나고 다음 레이스를 준비하는 중간에 락밴드의 공연을 넣었다. 사람들을 최대한 지루하지 않고 즐겁게 해주려는 것이다. 프리미엄 티켓을 받은 나는 좋은 자리에 앉아 편하게 관람할 수 있었다. 



본격적인 레이스가 시작되었다. 장내방송으로 중계하는 소리가 지식을 전해주고, 폭풍처럼 몰아치는 배기음이 흥분을 전해주었다. 어두워지는 가운데 스마트폰 앱으로 각종 정보를 보면서 동시에 번개같이 지나치는 자동차들을 보는 기분은 각별했다. 

슈퍼레이스 앱과 함께 본 야간 카레이싱 대회.



어두워지면서 점점 볼 거리가 늘어갔다. 슈퍼스타K3에서도 나왔던 예리밴드가 멋진 공연을 선사해주고 CJ 서포터즈는 함성을 높였다. 각 레이싱의 우승자가 속속들이 결정되었고 어느새 가장 배기량이 높은 자동차인 슈퍼6000 경기만 남았다. 이 경기에서는 아까 직접 본 CJ의 김의수 선수가 출전한다.


완전히 어두워진 피트에서 드디어 최고로 빠른 차량들이 나타났다. 잠시 사진촬영을 마친 이들이 드디어 27바퀴의 긴 레이스를 시작했다. 이 차들은 배기음부터가 아까와는 달랐다. 이전에도 크다고 느껴지긴 했지만 이번 차량들의 폭음은 가까이 가면 고막을 아프게 만들 정도였다.


숨가쁜 레이스의 우승자는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준 김의수 선수였다. 시작후 얼마 지나지 않아 선두를 확보한 뒤에 한번도 선두를 빼앗기지 않고 차이를 벌려가며 이겼다. 시상식에서는 어디선가 늘 보던 샴페인 세레머니도 펼쳐졌다.


감미로운 락밴드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공연을 마지막으로 슈퍼레이스는 끝났다. 이날 레이스를 끝까지 보면서 느낀 흥분은 아마 평생 내 가슴속에 남을 것 같다. 그것은 전자제품의 첨단 기술이 담긴 IT평론가로서 기계제품의 첨단 기술이 담긴 레이싱카의 향연을 보는 감동이었을까. 스마트폰 앱으로 그 사이를 좁혀주었다.



사람의 인생은 길지만 그 가운데 대부분의 시간은 늘 하는 활동으로 채워진다. 밥먹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출퇴근을 거쳐 직장에서 일한다. 이런 인생에서 색다른 경험을 하고 감동을 간직할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슈퍼레이스는 나에게 있어 그런 소중한 경험을 하는 시간이 되었다. 부디 다른 사람들이 이런 좋은 경험을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