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셰프 코리아는 요리를 통해서 단 하나의 우승자를 뽑는 프로그램입니다. 수많은 참가신청자들이 나름의 사연과 꿈을 가지고 왔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여러가지 이유로 떨어져서 대회장을 등지게 됩니다. 예선을 통과하고, 다시 결선에서 계속 과제를 해내온 참가자들도 대부부은 결국 어느곳에서인가 떨어지게 됩니다.



마스터셰프는 어떤 프로그램일까요? 약간 건조하게 설명하자면 떨어지는 참가자들이 왜 떨어지는지, 올라가는 사람이 왜 올라가는 지 과정을 보여주는 방송입니다. 궁극적으로는 단 한 명의 우승자를 뽑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운전면허처럼 누구나 자격만 되면 올려보내 줄 수는 없습니다. 대입시험처럼 여러 명이 합격할 수도 없습니다. 



마스터셰프 8화는 빛과 그림자가 극단적으로 교차된 프로그램입니다. 팀미션으로 블루, 레드로 나뉜 미션에서는 수제 소세지를 이용한 요리로 진행되었습니다. 팀미션이니까 한 두명의 실력이 크게 승패를 좌우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나름 밝은 분위기로 진행되었습니다. 심사도 심사위원이 아닌, 초대된 평가단이 하는 것이라서 다소 너그럽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패한 팀의 탈락미션은 긴장 그 자체입니다. 만두를 맛보고는 그 만두속 새료를 맞춰야 합니다. 가장 적게 맞추는 한 사람이 탈락합니다.보통 요리의 고수라고 하면 음식을 척 한번 맛보고는 그 안의 재료를 줄줄이 내놓는 사람을 연상합니다. 그러나 여기 참가한 사람들은 그런 가공된 컨텐츠 속 인물이 아닙니다. 실제 평범한 요리사들입니다. 



이변이 나옵니다. 가장 요리경험이 짧아서 불리할 거라 생각했던 19살의 윤아름 도전자가 13가지나 되는 재료를 맞췄습니다. 중간에 하나라도 틀린 재료가 나오면 그대로 멈추는 룰이 문제였습니다. 신중하게 확실한 것부터 맞춰나가는 사람이 유리합니다. 반대로 자존심 때문에 쉬운 재료를 나중에 미뤄놓는 사람은 중간에 함정에 걸려 탈락합니다.



여기서는 파가 문제였습니다. 부추와 양파는 있었지만 파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요리에 나름 일가견이 있는 것처럼 보였던 참가자들이 연이어 초기에 파가 들어있다고 말해서 적은 점수를 받습니다. 서바이벌 게임이기에 자존심이 문제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탈락자들은 약속이나 한 듯 파에서 탈락했습니다. 



김태욱 도전자가 4개 밖에 맞추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당연히 탈락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의 배동걸 도전자는 4번째에서 파가 있다고 말해버립니다. 결국 그가 탈락합니다. 아마도 평소 실력은 아닐 겁니다. 식당에서만 몇 년을 일해왔던 배동걸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서바이벌 게임에서 진 그는 이 실수로 마스터셰프를 떠납니다.



밥짓기 미션을 거친 후에 나온 9화의 미션은 길거리 음식의 고급화입니다. 요리대결 만화에서 많이 나오는 주제입니다. 순대를 비롯해서 떡볶이, 호떡, 오뎅, 닭꼬치 등등 열 가지의 음식을 가지고 레스토랑에 나올 수 있는 럭셔리 음식을 만들어야 합니다.



외국인까지 끼어있는 이 도전자들이 이런 음식을 그대로 재현하기도 어려운데, 고급화까지 하라니! 정말 엄청난 미션입니다. 밥짓기에서 우승한 오보아 도전자가 누구에게 어떤 재료를 줄 것인지 배분합니다. 그녀는 정말 독한 마음을 먹고는 참가자들에게 가장 궁합이 안좋은 재료를 배치합니다.



그 결과 외국인 달라스에게 순대가 돌아갔습니다. 외국에서 레스토랑을 경영하던 김미화 도전자에게는 붕어빵이, 매운 것을 못 먹는 박준우씨에게는 떡볶이가 갔습니다. 이 정도 되면 완전히 약점을 찌른 것입니다. 도전자들은 당연히 멘탈붕괴에 접어들었습니다.



모두 최선을 다했지만 한계는 뚜렷했습니다. 제대로 성공한 사람은 달라스, 박성호, 김승민, 최문기 정도였습니다. 건강한 어묵탕을 만든 박성호의 착한 마음은 돋보였지요. 



반대로 여지없이 실패한 사람도 있습니다. 붕어빵을 만드는데 제대로 익히지 못한 실수를 한 김미화씨가 먼저 탈락합니다. 타임스퀘어에서 붕어빵 장사 할까 하고 농담하던 그녀는 종목을 호떡으로 바꿀 거라며 농담을 하며 영원히 떠납니다. 



튀김을 만드는 데 실패한 사람이나 핫도그의 느끼한 맛을 잡기 위해 함께 내놓은 소스가 너무 강해서 요리맛을 망쳐버린 경우도 있습니다. 최연소 도전자인 윤아름 도전자였습니다. 그리고 가장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유리한 재료인 닭꼬치를 선택한 오보아 도전자가 우승합니다.



10화의 시작은 팀미션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팀미션은 심사위원이 아닌 평가단이 심사합니다. 그런데 이번은 만만하지 않습니다. 스테이크 식당에서 직접 주문을 받아 서빙하는 겁니다. 더구나 이번 미션의 평가단은 일반인이 아닙니다. 스테이크 전문가인 요리사 51명입니다.



블루팀은 떠들썩하고 언쟁하고, 실수를 연발합니다. 팀장 오보아가 중심을 못잡는 가운데 외국인 달라스가 혼자가 분투합니다. 그러나 그게 오히려 팀의 화합에는 안좋은 영향을 줍니다. 레드팀은 팀장 김태욱의 지휘도 조용하고 이것을 따르는 팀원도 조용하고 노련합니다. 얼핏 보아서는 블루팀이 질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이전에도 이런 가운데 오히려 음식맛과 서빙 분위기로 승패가 뒤집힌 적이 있었죠?



그러나 이번에는 그런 이변은 없었습니다. 홀의 분위기가 그대로 점수로 이어졌습니다. 전문가들의 평가는 냉정했습니다. 레드팀은 26표를 얻고 블루팀은 5표에 그칩니다. 압도적입니다. 분위기가 점점 서바이벌로 가는 것이 부쩍 실감납니다.



그리고 최악의 점수차로 패배한 블루팀은 탈락미션을 치르게 됩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스테이크 굽기입니다. 안심과 등심이 붙어있는 티본 스테이크로서 난이도는 최고입니다. 안심이 빨리 익고 등심이 늦게 익습니다. 그 차이를 잘 조절해야 합니다. 미디엄으로 굽기정도만을 보고 심사하니다.



그런데 가장 스테이크에 익숙하다는 달라스가 심사에서 실패합니다. 인생 최악의 스테이크를 구웠습니다. 그리고 박준우 도전자가 멋지게 성공합니다. 오보아는 고기를 헤집으며 고기맛을 포기하고 구웠고 박성호는 신중하게 머리를 쓰며 연구합니다.



달라스는 너무도 자신에 넘친 나머지 오만해졌던 걸까요? 결국 탈락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남은 박성호와 오보아에게 재도전 기회가 주어집니다. 두 사람 모두 등심에서 성공하고 안심에서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여기서는 기본기에 충실한 박성호 도전자가 이기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오보아 도전자는 미묘한 차이로 승리합니다. 맛을 생각하지 않고 모양만 내기 위해 굽던 모습으로 인해 악녀역할까지 예상되었지만 서바이벌 룰은 결국 이기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그런데 좀 이상합니다. 마스터셰프 코리아는 분명 한식의 세계화를 시키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계속 서양요리인 스테이크가 나오는 등 차이점이 없습니다. 양식 요리사한테만 유리한 방송이고, 처음의 말은 그냥 해본 말이었나? 하는 순간 11화에서 결정적 한식 미션이 나옵니다. 산가요록이란 조선 최초의 요리책이 나옵니다. 세종의 건강을 생각한 어의가 집필한 이 요리책 속의 레시피- 육면을 재현해야 합니다. 



단 세 줄의 레시피. 그거 고기를 국수 형식으로 만들어 된장국에 말아먹는다고 합니다. 나머지는 스스로 생각해야 합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만 있는 요리입니다. 이걸 제대로 재현하면 그대로 엄청난 히트 요리가 탄생할 수도 있습니다. 과연 이 대결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지구상에서 가장 평화스러운 특기가 있다면 아마도 요리는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요리는 만드는 사람에게는 재료 조합과 가공의 예술이 됩니다. 반대로 그 요리를 먹는 사람에게는 맛을 평가하고 즐기는 즐거운 식생활이 됩니다. 결과적으로 만드는 사람이나 먹는 사람이 서로 교감하기 쉬울 뿐더러 그 과정에서 서로에게 최고의 만족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요리도 대결이란 형식이 되면 판이하게 달라집니다. 먹는 사람에게는 여전히 즐거운 형태가 되지만 요리하는 사람에게는 엄청난 과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서바이벌 형식까지 들어가고 나면 더욱 느낌이 다릅니다. 요리의 목표가 스스로의 취향을 만족시키거나 먹는 사람을 즐겁게 하는 것이 아니게 됩니다. 모든 것은 오로지 심사위원의 과제를 해내고 커트라인을 통과하는 목표로 고정됩니다.   



그러기에 어쩔 수 없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서의 잔인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누군가가 잘해도 다른 누군가가 더 잘한다면 모자란 사람이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남아있을 수 있는 인원이 그나마 많을 때는 이런 점이 두드러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점점 숫자가 줄어들고 남은 사람들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게 되면 치열한 생존게임이란 점이 드러납니다.



보는 시청자 입장에서 보면 어떨까요? 시청자는 이런 경쟁이 치열해질 수록 긴장감과 재미를 느낍니다. 따라서 상당히 진행된 지금의 마스터 셰프는 점점 재미있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요리과제의 난이도도 올라갑니다. 어려운 요리에 도전해서 시원하게 성취하는 사람에게 쾌감을 느낍니다. 또한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떨어지는 사람에게서 안타까움을 봅니다. 


마스터셰프 코리아는 이제 결정적인 우승자 한 명을 내기위해 달리고 있습니다. 점점 어려워지는 미션과 그 가운데 최선을 다하는 도전자, 탈락자들의 눈물과 생존자들의 환호성을 함께 들어보면 어떨까요? 그것도 가장 맛있는 예술 - 요리를 통해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