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서 내 블로그 활동이 다소 한산해졌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것은 올해의 내 목표가 블로그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이미 내가 지금 서있는 IT블로그로서 단기간에 이룰 수 있는 것은 대부분 다 이뤘다고 생각한다. 그런 상황에서 무의미하게 누군가 새로 두각을 나타내려는 사람의 장애물이 되고 싶지 않다. 온라인에서 상을 타거나 특정 카테고리에서 1위를 지키는 것은 더이상 내 목적이 아니다. 나는 보다 높은 곳을 보면서 새로운 준비를 하고 있다.

그렇지만 가끔 요새 올라오는 블로그 글을 보며 아쉬운 생각이 든다. 분명 나보다 훨씬 노력하고 잘 쓰는 글이지만 무엇인가 빠져있다. 보다 간략하면서도 보다 깊이 있는 생각이 아직 부족하다. 눈앞의 현상을 걷어내고 그 뒤에 있는 보다 큰 움직임과 지혜를 도출해내는 사람이 없다. 하긴, 이런 부분은 아직 누구도 쉽게 채워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그러니까 아직은 내가 블로그 공간에 필요한 지 모른다.


삼성과 애플의 법정공방에 대해서 그동안 거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다. 일주일 정도의 시차를 두고 삼성과 애플이 한번씩 환호하는 양상이다. 먼저 지난 6월 22일에 삼성이 그동안 계속 되었던 특허침해 소송에서 귀중한 1점을 올렸다.(출처)

삼성이 모처럼 애플과의 특허전쟁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이번 승리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인 승기를 잡기는 힘들 전망이다.

네덜란드 헤이그 법원은 20일(현지시간)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3G통신 특허 본안 소송에서 애플 제품이 삼성 특허권을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헤이그법원이 이번에 인정한 특허는 '제어정보신호 전송 오류 감소를 위해 신호를 부호화하는 방법(특허 269)'. 법원은 아이폰3와 3GS, 아이폰4를 비롯해 아이패드1, 2가 삼성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최신 제품인 아이폰4S와 뉴아이패드는 삼성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은 것으로 판결했다. 애플은 아이폰4S부터 인텔 칩 대신 퀄컴 칩셋을 탑재했다. 또 소송 비용도 삼성이 부담하게 됐다. 문제 제기한 특허권 4개 중 한 개에 대해서만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삼성이 구체적으로 애플 측으로부터 어느 정도 피해를 보상받을 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더넥스트웹은 피해 보상액이 수 백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과 애플의 법정싸움은 다른 말로 바꾸면 표준특허와 디자인 특허의 싸움이다. 제품을 만드는 데 정말 필수적이지만 소비자 누구도 그것이 들어있는지 신경도 쓰지 않는, 지극히 엔지니어 지향의 기술적 특허인 부호처리기술이나 신호압축기술 같은 것이 표준특허다. 삼성은 이런 표준특허를 많이 가지고 있다.



소비자의 감성에 주로 호소하는 기업인 애플은 이런 표준특허는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취급한다. 애플에게 중요한 것은 당장 발표회장에 나와 요란한 프리젠테이션과 함께 어썸을 퇴치고 박수를 받을 수 있는 기술이다. 스마트폰 표면의 미려한 곡선이나 말끔한 재질, 슬라이드바를 위로 올리느냐 아래로 내리느냐 같은 지극히 디자이너 지향의 특허 말이다.

애플 아이폰이 주목받기 이전, 특허법정에서는 표준특허가 매우 중요했다. 삼성이 지난 반도체 개발 역사에서 텍사스인스트루먼트 사에게 치욕적인 패소를 당하고 천문학적 배상금을 물게 된 것도 기술특허다. 그래서 삼성은 절치부심하며 기술특허와 표준특허를 엄청나게 획득했다. 그래서 간신히 표준특허의 최강자가 되었다. 

그런데 미국과 유럽의 특허법정은 애플의 시대를 맞아서 갑자기 디자인 특허를 더 높이 쳐주게 되었다. 그 시기가 미국과 유럽 공업력 쇠퇴와 그 맥락을 같이 한다는 점이 재미있다. 특별히 그들 법정의 공정성 자체를 의심하는 건 아니다. 패션에 트랜드라는 게 있듯이 법정에도 트랜드라는 게 있고 그것이 변화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을 뿐이다. 

예를 들어서 미국 애플은 영국의 애플 레코드와 맺은 계약- 애플은 음반을 취급하지 않겠다는 점을 깨뜨리고 아이튠스 서비스를 했다. 당연히 애플 레코드는 고소했는데 미국 애플은 법정에서 황당한 주장을 했다. 애플 아이튠스는 음반 서비스가 아니며 음악 서비스도 아니라는 것이다. 단지 '전자신호 덩어리' 를 거래하는 수단이라는 것이다. 이 소송에서는 예상을 뒤엎고 미국 애플이 승소했으며 추후 애플레코드와 화해했다. 마지막 결말로 아이튠스에서 애플 레코드의 비틀즈 음반 전곡을 취급하는 것으로 이 스토리는 해피엔딩(?)을 맞았다.

그렇지만 삼성을 향한 애플의 스토리는 이제부터 시작이며 당분간은 해피엔딩이 전혀 이루어질 것 같지 않다. 삼성이 부분적인 승리를 거둔지 약 일주일 후 이번에는 애플이 2점을 얻었다. (출처 : 번역: 클리앙) 



미 연방법원 북 캘리포니아 지원 루시 고 판사는 오늘 삼성 갤럭시 넥서스에 대한 예비판금을 판결해 애플에 큰 승리를 안겨 주었다. 이는 금주 화요일 삼성 갤럭시 탭 10.1 예비판금에 이은 애플의 두번 째 승리이다.

루시 고 판사는 갤럭시 넥서스가 애플의 "통합 검색" (Siri) 특허를 침해했고, 이는 애플에게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주기 대문에 예비판금을 명령한다고 말했다. 또한 애플이 갤럭시 넥서스의 예비판금을 실행하기 위해 9,600만 달러의 보증금을 공탁해야 한다고 명령했다.
 
애플과 삼성, 누구를 위해 법정에 가는가?

요즘 유행하는 말로 마치 '떡밥을 던지듯' 이런 소식들이 삼성과 애플 양쪽 진영을 응원하는 사람들을 흥분하게 하고 싸우게 만들고 있다. 사실상 법정은 많은 부분에서 이런 무차별적인 소송을 말리는 쪽으로 노력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것도 차이가 있어서 모토롤라와 애플의 소송은 각각 양쪽의 소송을 주로 기각하고 있다. 반대로 삼성과 애플의 소송은 양쪽에게 어느쪽도 만족할 수 없는 부분적 승리를 주고 있다.

위에서 보는 삼성의 승소는 4건 가운데 겨우 1건으로 효력이 제한된다. 아래에서 보는 애플의 판매금지 승소는 이제 시장에서 단종되기 얼마 남지 않는 구형 제품들이다. 물론 애플은 또다시 삼성의 최신제품을 고소할 것이다. 특허가 침해되어서 소송을 거는 것이 아니다. 소송을 걸고 싶어서 기다리고 있어서 조금이라도 의심가는 점을 털어내는 것이다. '열핵병기를 써서라도 안드로이드를 멸망시키겠다.' 라는 전기에서 남긴 잡스의 유지를 팀쿡이 충실하게 잇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이런 법정 싸움이 변호사에게 돈 벌 기회를 주고 각국의 소비자를 짜증나게 하는 것 외에, 실질적으로 어떤 긍정적 성과를 거두고 있는 지는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 애플이 최근 iOS에 적용한 노티바의 특허는 구글이 가지고 있는데, 구글은 이것으로 애플을 소송걸지 않았다. 물론 애플도 구글을 상대로 직접 소송은 걸지 않았다. 단지 구글 진영의 최선두에 있는 삼성을 괴롭힐 뿐이다. 6.25도 아닌데 이런 냉전의 대리전은 결국 소비자에게 더 큰 피해를 준다. 차라리 싸우고 싶다면 애플과 구글이 직접 싸우라고 말하고 싶다. 자바를 두고 싸우는 오라클과 구글처럼 말이다.

권리침해를 받았다는 애플의 피해의식은 충분히 이해한다. 한때 너무도 앞서나갔던 선두 업체를 따라가려는 다른 경쟁업체의 선택이란 결국 법에 걸리지 않을 정도의 표절밖에 없다. 이것은 IT를 포함한 모든 인간역사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애플이 그에 대한 대응으로 집요하고도 소모적인 소송 밖에 취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너무도 안타깝다. 

갤럭시 넥서스를 판매금지 해달라고 신청하며 내건 애플의 명분은 너무도 허탈하다. 애플은 갤럭시 넥서스로 인해 애플의 제품이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심각한 점유율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과연 그런가? 안드로이드 진영 전체를 한번에 상대하고 있는 자신만만한 아이폰이 갤럭시S2도 아닌, 갤럭시 넥서스가 지금 판매금지 되지 않으면 정말 판매가 치명적으로 감소할 정도로 허술한 제품인가? 시장 이익의 절반 이상을 가져가는 아이폰이 정말 갤럭시 넥서스 하나가 그렇게 무서운가?




애플과 삼성은 소비자를 위해서 제품을 내놓는다. 하지만 소비자를 위해서 법정에 가는 건 아니다. 애플이 법정에 고소장을 내고, 삼성이 대응해서 다시 법정에 고소장을 내는 것은 그저 기업전략이란 체스판에서 자기들만의 전략게임을 즐기기 위함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서로 싸울 필요는 없다. 그들끼리만 싸우게 하라. 가능하다면 주변에 소음이 없도록 조용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