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요새는 몇 가지 바쁜 일이 있어서 블로그에 충실하지 못했다. 때문에 그 사이에 WWDC2012라는 좋은 행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애플의 차세대 서비스와 제품을 발표하는 이 자리에서 중요한 변화가 있었다는 건 기쁜 일이었다.



모두가 알다시피 이 자리에서 가장 주목받은 제품은 하나였다. 바로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맥북프로 였다. (출처)

애플은 11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시내 모스콘 웨스트에서 세계개발자컨퍼런스(WWDC 2012)를 열고 차세대 맥북 제품군과 모바일 운영체제(OS) iOS6을 발표했다. 

올해 WWDC에서 팀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제품 소개보다는 애플의 가치와 경쟁력을 강조했다. 

그는 기조연설에서 "애플만이 이처럼 놀라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며 "이것이 애플에서 일하고, 애플과 일하고, 최선을 다하는 이유며 이를 통해 만들어진 제품이 세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팀 쿡의 뒤를 이어 필 쉴러 글로벌 제품 마케팅 수석 부사장이 제품 소개를 담당했다. 필 쉴러 부사장은 맥북 프로와 맥북 에어 등 차세대 라인을 선보였다. 

그가 소개한 맥북 제품 라인 중에서 가장 주목 받은 것은 신형 '맥북 프로'. 아이폰, 아이패드에 이어 맥북으로는 처음으로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15.4인치의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2880×1880'의 해상도로 기존 모델보다 4배나 높은 541만 화소다. 

또 인텔의 3세대 코어 프로세서 아이비브릿지를 탑재해 기본 프로세스 및 그래픽 성능이 향상됐다. 두께도 1.8㎝, 무게는 2.02㎏으로 더 얇아졌다. 지포스 GT 650M 그래픽 카드까지 갖춰 더욱 강력한 성능과 화질을 갖췄다.

차세대 맥북 에어도 선보였다. 맥북 에어는 11인치와 13인치 두 가지 제품으로, 인텔 3세대 코어 프로세서 탑재했고 USB 3.0을 지원한다. 512GB의 SSD와 8GB의 램(RAM) 메모리로 확장할 수 있다. 

몇 달전에 이 레티나 맥북프로가 루머로 흘러나왔을 때 많은 사람이 설마했다. 가장 사양이 높은 데스크탑의 디스플레이조차도 주류는 1920*1080 정도에 그치고 있다. 2880*1880 이란 해상도는 그래픽을 처리하는 GPU와 CPU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쓸 수는 있지만 아직은 이르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애플은 과감히 밀고나가서 이런 엄청난 해상도를 실제로 쓸 수 있는 모바일 기기를 만들었다. 아이맥이나 맥프로도 아닌 맥북 프로에 이런 엄청난 사양을 적용한 것은 대단한 시도이다. 누구도 하려고 하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바라고 있는 기능이란 점에서 혁신이라고 부를 만 하다. 스티브 잡스 사후에도 여전히 강한 혁신 드라이브 정책을 유지하는 애플의 경영진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러나 칭찬은 딱 여기까지다. 애플이 또 하나의 도전을 해서 그것을 해냈다. 그것은 중요한 혁신이었다. 그렇지만 막상 애플은 그 이상의 것을 해내지 못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그 혁신이 필요한 지를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태까지 혁신을 해왔으니 이번에도 해냈지만 관성적으로 하는 혁신이었다. 

마치 초등학교 꼬마가 시험에서 늘 백점을 받아와서 부모에게 칭찬을 받는데, 나중에는 공부를 잘 하는게 목적이 아니라 시험에서 백점을 받는 것이 목적이 된 꼴이다. 뭘 위해서 시험을 보고 왜 부모가 백점을 받아오면 칭찬하는 지도 모른다.



레티나 맥북프로의 가격을 보자. 최소사양의 가격이 2199달러, 한국가격은 289만원이다. 15인치 노트북으로서 비슷한 사양의 다른 PC 가격과 백만원 이상의 차이가 난다. 그렇다면 이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그만큼 비싸서 일까? 그렇다면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듯 싶다. (출처)
 
디지타임즈에 의하면, 애플이 월요일에 출시한 맥북 프로의 레티나 디스플레이 패널은 삼성과 LG가 공급하고, 단가는 장 당 $150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맥북 프로의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15.4 인치 IPS 패널로, 2880x1800 해상도와 220ppi를 제공한다.

디지타임즈는 비 애플 업체들도 애플에 이어서 고해상도 패널들을 채용해, 고해상도 패널의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디지타임즈 리서치는 2012년 전반기에 풀 HD 혹은 그 이상의 패널들은 전체 노트북 패널들 출하량의 2% 미만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패널 업체들은 13 인치에서 15 인치 HD 노트북 패널들의 단가는 장 당 $40에서 $50 정도이고, CMI가 아수스의 새 모델에 공급하는 풀 HD IPS 패널은 $90에서 $100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소스들은 삼성과 LG가 애플의 레티나 맥북 프로의 패널들을 공급하고, 단가는 장 당 $150 이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에서 말하기는 150달러 이상이라고 표현했지만 160달러는 넘지 않는다는 그런 정도의 뉘앙스다.



비싸긴 해도 장당 20만원을 넘지 않는 패널이다. 애플은 레티나 맥북프로에 그만큼의 프리미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고가를 매겼다. 이제까지 맥북의 가격정책을 생각해보면 그리 특별한 것도 아니다. 때문에 모두가 이 가격정책의 잘못된 점을 깨닫지 못했다. 겉으로 드러난 것만 보고 그 내면을 분석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겨우 20만원 남짓한 패널 가격을 가지고 이토록 많은 가격차이를 내서 출시한 것, 나는 이것이 바로 팀쿡 애플이 가진 치명적인 약점을 보여주는 예시라고 생각한다.

레티나 맥북프로, 혁신의 의미는 무엇인가?

애플, 그리고 스티브 잡스의 혁신이 진정으로 성공해서 세계를 변화시켰을 때는 어떤 때였을 까? 그것은 제품의 혁신성 그 자체보다는 가격이 소비자가 어느정도 용납하고 구입을 고려할 만큼 매력적이었을 때이다. 

초기 애플컴퓨터는 666.66달러였다. 비싸긴 해도 개인용 컴푸터로서는 저렴한 편이었기에 세계적으로 성공했다. 이어진 제품인 리사는?  혁신적인 GUI를 가지고 있었지만 1만달러에 달하는 가격 때문에 실패했다. 매킨토시는 상당히 싸진 2천달러 정도였기에 부분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작 이때 애플이 1천달러 아래의 맥을 내눟았다면 세계적 성공을 거두었을 거라 진단한다.

아이팟은 부품 가격에 비하면 비쌌어도 기본적으로 저가제품이었다. 따라서 사람들은 기꺼이 샀고 세계가 변화했다. 아이폰은 다른 휴대폰과 그리 많은 가격차이가 나지 않았고, 이동통신사의 할부 정책에 따라 판매되었기에 대성공했다. 아이패드 역시 부품가에 비하면 비싸지만 기본적으로 499달러의 저가제품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줄을 서서 샀고 세계를 변화시켰다. 이어지는 아이패드2에서 심지어 잡스는 훨씬 좋아진 사양에 가격을 그대로 유지시켜서 중국 태블릿 업체가 도저히 가격으로 경쟁할 수 없다는 소리를 하게 만들었다.



이번에 나온 레티나 맥북프로는? 디스플레이는 분명 혁신적이다. 사양도 좋다. 그러나 가격은 저것이 정말 일반인이 줄을 서서 살 만큼 기능에 비해 매력적인가? 애플을 좋아하는 사람조차 '와아, 좋군!' 이라고 박수는 쳐도 '하지만 돈이 없어 못사겠군.' 이란 소리가 나온다. 이런 그림의 떡 같은 제품을 내놓고 자화자찬하는 것이 진정한 혁신이라 생각한다면 그건 팀쿡이 잡스의 겉모습 밖에 이해하지 못했다는 증거이다.

역사적으로 보자. 연이어 실패하던 때의 스티브 잡스는 1만달러가 넘는 컴퓨터라도 기가 막히게 좋은 혁신적 기능과 성능이라면 사람들이 살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잡스가 그 어떤 마법을 써도 고가 제품은 팔리지 않았다.  그때의 혁신적 소프트웨어들은 지금 299달러짜리 아이폰이나 499달러짜리 아이패드에 계승되어 담겨서야 사람들이 애플 스토어에서 줄을 서서 사게 되었다.

따라서 잡스는 이후에 철저히 제품 가격을 접근 가능하게 가져갔다. 아이패드2와 뉴아이패드를 기능향상과 원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499달러로 유지하는 건 전부 여기서 얻는 교훈이다. 그 속에는 그 어떤 혁신도 접근 가능한 가격이 아니라면 의미가 없다는 뜻이 담겼다.


그에 비해 지금 팀쿡이 만들고 필 실러가 자랑스럽게 발표한 레티나 맥북프로는 무엇인가? 겨우 18만원 짜리 패널 하나를 탑재하고는 고가정책에 따라 소비자의 주머니를 몇 배로 털 생각밖에 하지 않는다. 지금과 같은 초창기에는 차라리 공격적으로 가격을 낮춰서 우선 보급시키는 게 먼저라는 생각을 왜 하지 못하는가? 잡스였다면 단지 레티나 맥북프로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것을 가능한 원가상승분 정도만 올려서 만들어 시장에 임팩트를 주었을 것이다.
 
맥북의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출시만 했을 뿐 지원 소프트웨어가 많지 않다. 많이 사야 지원소프트웨어가 늘어난다. 반대로 지원 소프트웨어가 많아야 또 수요가 늘어난다. 이런 순환의 바퀴를 쉽게 돌리는 방법이 가능한 가격을 낮추는 것이다. 이번 레티나 맥북프로에서 팀쿡은 이런 혁신의 의미를 잊었다. 앞으로 이 지나치게 비싼 레티나 맥북 프로가 얼마나 보급되어 진정한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자칫하면 이번 레티나 맥북프로는 돈많은 소비자나, 뉴아이패드 앱 개발자들만을 위한 혁신로 그칠 수도 있다. 나는 못내 이것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