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대결이라고 하면 대부분은 현실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만 해도 그렇습니다. 요리왕 비룡이나 맛의 달인 등은 나름 현실의 요리를 기반으로 했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대결의 방식은 그다지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미스터 초밥왕 같은 전문 영역 만화조차도 야생에서 직접 재료를 조달해서 최고의 진미를 척척 만드는 등 현실에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벌어지곤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떨까요? 과연 현실에서도 그렇게 최고의 요리사가 손만 대면 척척 좋은 요리가 만들어질까요? 또한 재능이 있는 요리사는 어떤 다른 영역을 가도 맛있는 요리를 익숙하게 만들 수 있을까요? 만화와 현실은 분명히 다릅니다. 영화와 현실도 다릅니다. 우리는 꿈을 꾸지만 바로 현실 속에서 그것이 구현되길 바랍니다. 우리가 그냥 꿈속에 들어가길 바라는 게 아닙니다.


비교적 즐거운 예선을 마치고 본선에 진출한 16명의 도전자들은 본격적으로 자기들을 테스트할 미션을 맞게 됩니다. 미스터리 상자를 열고는 그 안의 내용물을 이용해서 최고의 요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물론 그 전에 다소 가벼운 주제의 요리를 통해 1등을 가리고는 특권을 주는 과정도 거칩니다.


하나하나 본선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느낀 점이 있습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이런 요리대결이 매우 현실적이라는 겁니다. 비유하자면 화면 속에서는 하늘을 날고 땅을 부숴버릴 것만 같은 무술가가 있습니다. 황비홍의 주연배우 이연걸 같은 사람이죠. 그런데 갑자기 그 무술가를 현실로 데려와 시범을 보여달라고 하자 가벼운 점프 만 하다가 나무판 몇 개를 깨는 모습을 본 것이지요. 물론 우리는 알고 있었습니다. 이연걸이 그저 무술가 일뿐 무슨 신이 아니란 걸 말이죠. 하지만 조금은 실망할 겁니다.


마스터 세프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선에서 정말 맛있는 한식요리를 보여준 하정숙 도전자는 강력한 우승후보였습니다. 한식과 가정요리를 잘하기에 색다른 양식요리 과제가 나왔을 때 어떻게 하겠냐는 걱정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심사위원의 물음에 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대답했습니다. 분명 그때까지만 해도 아무도 이 분을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양식과제가 나오자 하선정 도전자는 너무도 심한 기복을 보여주었습니다. 보통 요리만화 같은 곳에서는 이렇지 않습니다. 한식이 전문이라면 도리어 한식을 기반으로 훌륭한 퓨전양식 요리를 만들곤 하지요. 그렇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하선정 도전자는 가장 기본적인 양식 요리법 조차 구사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기대치가 높았던 심사위원은 매우 실망합니다. 그냥 집에 가고 싶다며 자신감마저 잃은 도전자 앞에서 쓴소리조차 하지 못합니다. 


결국 하선정 도전자는 당연히 잘해야할 한식 미션에서조차 치명적 실수를 하며 탈락하고 말았습니다. 이것은 현실이 얼마나 치열한 것인지를 보여줍니다.



도전자들이 팀을 나눠서 과제를 수행하는 미션에서는 이런 현실이 더욱 두드러졌습니다. 레드팀과 블루팀으로 나눠진 이 미션에서 레드팀은 성공하는 팀의 전형적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리더는 화합을 중시했고 팀원들을 신뢰했습니다. 팀원들 역시 이런 리더를 따라서 최선을 다해서 임무를 수행했지요. 반대로 블루팀은 리더가 독단적인 지휘를 했고 팀원 서로간에 감정도 좋지 않았습니다. 또한 누구도 함께 일하기를 꺼렸던 외국인 도전자 달라스마저 있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먹일 햄버거를 만들어서는 바로 그 아이들에게 투표로 심사를 받는 것이 그 미션이었습니다. 영화나 드라마라면 전개과정만으로도 결과는 당연했습니다. 화합이 잘 된 레드팀의 감동적인 우승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분열된 블루팀은 당연히 패배하고는 자기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뼈저린 교훈을 얻게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결과 개표는 단 한 표 차이로  블루팀의 승리였습니다. 전혀 의외의 결과지요. 화기애애하게 승리만을 기대하던 레드팀의 분위기는 단숨에 얼어붙었습니다. 진 팀은 탈락 미션을 치러야 합니다. 리더에게는 탈락의 요인이 된 세 명을 골라내라는 가혹한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리더는 눈물을 머금고 그 팀원을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안에 리더 스스로는 넣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리더의 자질을 의심하는 팀원이 생겼다. 분열이 생겨난 것입니다.

이에 비해 엉망인 상태로 간신히 미션을 수행한 블루팀은 이기자마자 급격히 상황이 좋아졌습니다. 지면 당장이라도 싸울 것 같던 표정이었지만 이기는 순간 서로 격려하고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아이러니컬 하게도 그들을 승리로 만들어준 아이들의 표에는 아무도 반기지 않던 외국인 도전자 달라스가 얻은 인기라는 요인이 들어있었습니다.



마스터셰프, 현실적 요리대결을 보여주다.

마스터세프는 도전과 성취를 통해 많은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는 일체의 허구가 들어있지 않습니다. 보다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사전에 준비는 합니다. 그렇지만 일단 경쟁이 시작되면 그 안에는 실력 이외의 다른 것이 설 자리가 없습니다. 잠시라도 방심하거나 실수하면 끝입니다. 또한 가만히 있는데 운이 자동으로 따라주지도 않습니다. 조금이라도 운을 끌어오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해야 합니다.



모델 장윤주를 위해 다이어트 케익을 만들고, 10분 동안 머랭을 만들어 10초동안 쏟아지지 않게 해야 한다는 미션은 그런 면에서 단순하고도 아주 현실적입니다. 여기서는 그동안 심사위원 강레오에게 쓴소리를 잔뜩 들었던 박준우 도전자가 가장 좋은 평가를 받으며 합격합니다. 박준우 도전자는 그동안 삐딱한 언동으로 튀어보였는데 보통 이런 캐릭터는 영화에 나오면 초반에 건방진 언동을 하다가 탈락하곤 합니다. 그렇지만 현실에서는 멋진 변신과 발전을 보여주며 대번에 주연으로 뛰어오릅니다.



그에 비해 잘생긴 얼굴과 가수지망생이라는 프리미엄, 죽은 아버지와의 사연이라는 최고의 조건을 갖춰 온 요리돌 오종석 도전자는 맛없는 요리를 만들고는 초반에 탈락해 버립니다. 이것이 바로 허구와는 다른 현실입니다. 이렇듯 마스터 세프는 현실적인 요리대결을 보여줍니다. 


왜냐하면 이 방송은 진짜 요리대결이기 때문입니다. 결과까지 세밀하게 연출된 흥행을 위한 프로레슬링이 아닙니다. 이것은 도전자들이 인생을 걸고 치열하게 요리경쟁을 펼치는 무차별 격투입니다. 그러니 폼이 안나든, 단합이 잘 안되든 결과적으로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사람이 이깁니다. 하긴 우리가 음식점에 들어갈 때 기대하는 것은 주방장의 인간성이나 주방의 단합이 아닙니다. 내 앞에 나오는 음식맛입니다. 마찬가지로 요리대결에서 심사위원이 기대하는 건 음식맛이겠지요.


현실적 요리대결을 보여주는 마스터 세프는 그래서 기대됩니다. 결과를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승부이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합격할 수 있고, 누구나 떨어질 수 있는 그런 긴박감이 흐르고 있습니다.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이 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은 진정한 요리대결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7회까지 방영된 마스터 세프를 통해서 저는 이런 짜릿한 즐거움을 맛보았습니다. 하지만 미션은 아직 많이 남았습니다. 여러분들도 함께 이런 재미있는 요리승부를 즐겨보시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