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흔히 기술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라고 한다. 사람들이 첨단기술과 기기를 받아들이고 쓰는 것에 거부감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인터넷이나 게임의 확산속도,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보급 등을 보면 분명 누구나 동감할 것이다.



이런 경향은 카메라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전문가용 카메라인 DSLR에서 매우 높은 보급률을 보이고 있다. 일안반사식 카메라라고 하는 DSLR은 본래 사진을 정말 좋아하는 전문가들이 가지고 다니는 비싸고 커다란 카메라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제 여자들도 쉽게 가지고 다니는 걸 볼 수 있다. 그만큼 좋은 사진에 대한 욕심도 많고 기술에 대한 거부감이 적다.

그런데 문득 보면 이 전문가용 카메라의 기능 가운데 재미있는 것이 있다. 바로 방진방적이란 것이다. 흔히 중급 이상의 고급 카메라로서 백만원이 넘는 카메라 가운데 일부에만 적용되는 이 기능은 다른 기능과 달리 논란이 많다.

이런 가운데 일본 카메라 브랜드 가운데 하나인 펜탁스에서 새로운 전문가용 카메라를 내놓았다.(출처)



펜탁스는 방진방적과 1080p 비디오를 지원하는 K-30를 공식 발표했다. K-30는 16 메가픽셀 센서, 100-25,600 ISO, 30fps에 1080p, 6fps 연사 등을 제공한다.
7월 중 출시 예정이고, 가격은 바디만 $850이며, 18-55mm 렌즈 키트는 $900이다. 또한 새로운 50mm f/1.8 프라임 렌즈는 $250이다.

내가 현재 쓰고 있는 카메라가 바로 이 펜탁스의 브랜드이다. K-5라는 플래그쉽(최고급기)인데 여기에도 방진방적 기능이 적용된다. 쉽게 말해서 이 기능은 물방울과 먼지가 본체 안에 유입되는 것을 막아주는 기능이다. 카메라 틈새에 고무 실링 처리를 하고 바디를 금속인 마그네슘으로 만들어 이런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이런 방진방적은 굳이 펜탁스 뿐이 아니라 캐논, 니콘, 소니도 고급기에서 구현하고 있다. 또한 올림푸스의 방진방적 기능은 상당한 수준으로서 사막의 모래바람에서도 문제없이 사진을 찍었다고 하는 광고영상이 티비에서 방영된 바 있다. 또한 펜탁스의 카메라 광고에서는 샤워기로 카메라와 렌즈 전부에 물을 끼얹어가며 무사히 동작하는 모습을 선전하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문제가 있다. 자칫하면 이렇게 다소 과장된 광고영상에 속아서 이 기능을 완벽하게 수분침투를 막아주는 방수기능으로 오해할 여지가 있다. 아직까지 전문가용 카메라인 DSLR에서는 어떤 브랜드의 카메라도 방수기능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과연 이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것인지, 아니면 별로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넣지 않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전문가용 카메라, 방수기능은 왜 없을까?

방수라는 건 기본적으로 수심 1미터 이상의 깊이에 1시간 정도를 담가도 물이 들어가지 않는 그런 것을 말한다. 사방에서 몰려오는 수압에 대항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사실 값싼 편인 컴팩트 카메라 가운데는 상당히 좋은 방수기능을 제공하는 제품들이 많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엄청난 고가의 전문가용 카메라에 방수기능을 가진 제품이 단 하나도 없다는 게 이상하다. 어째서일까?

가장 큰 원인은 전문가용 카메라가 렌즈교환식이기 때문이다. 원형이 만들어지던 당시부터 좋은 사진을 찍는 데만 집중한 설계이기에 렌즈를 그때마다 기계식으로 교환한다는 방식은 철저하다. 그런데 그런 교환과정도 그렇고 그 교환을 위한 마운트(결합)부가 완벽한 방수처리를 하기에 힘든 탓이다. 단가상승을 고려하고 할 수도 있겠지만 자칫하면 렌즈와 카메라 사이의 호환성이 떨어지거나 사진품질이 떨어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방진방적이란 기능 자체가 이미 방수기능의 전단계인 만큼, 완전히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요구와 메이커의 의지다. 그런데 소비자도 차라리 방수팩을 별도로 구매해서 씌울 망정, 그리 대단한 방수기능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또한 메이커도 이제까지의 설계를 크게 바꾸면서도 기능을 유지할 정도로 큰 투자를 이 기술에 하기를 꺼리고 있다. 그것이 방수현상의 부재를 만드는 것이다.

방수기능이 그렇가면 전문가용 카메라에는 과연 필요없을까? 어떤 사람은 카메라가 무슨 군용도 아닌데 험악한 환경에 견디게 만들어질 필요가 있냐고 할 것이다. 또한 그로 인한 가격상승을 감수할 생각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수백만원이나 되는 카메라와 렌즈가 단지 빗물 약간에 고장나거나, 최고급 카메라가 물에 한번 빠뜨리면 전부 고장나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장기적으로 전문가용 카메라에도 방수기능은 꼭 있어야 한다. 모든 악조건에 맞서 오로지 사진찍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는 카메라, 말 그대로 그것이 바로 전문가용 카메라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