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기간으로만 놓고 보았을 때 세상의 거의 모든 일은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일어난다. 어제 땅 위에 있던 자동차가 내일 갑자기 하늘을 날게 되는 일은 없다. 마찬가지로 오늘 주도권을 가진 기업이 갑자기 내일 꼴찌로 추락하거나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는 일도 없다.



하지만 비교적 긴 시간을 놓고 보았을 때 세상에는 상상도 하지 못하던 일이 일어난다. 2천년대 초반까지는 망하기 직전에 있던 애플이란 회사가 10년 정도의 시간만에 세계 시가총액 1위를 위협하는 2위로 성장한 것이 그렇다. 또한 사람들이 누구나 손바닥만은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톡톡 건드려서 가지고 놀게 되는 세상이 온다는 건 쉽게 상상하지 못했다.

그런 즐겁고도 놀라운 변화 가운데 또 하나가 징조를 드러냈다. 바로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모바일용 칩-APU가 마침내 PC의 메인 CPU를 위협할 수 있는 성능으로 올라온 사실이다. 이것은 상징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매우 큰 의미를 가지는 사건이다.(출처)

 

스마트폰과 태블릿PC용 모바일 프로세서가 머지않은 미래에 3GHz 시대를 열 것으로 보인다. 외신들에 따르면 타이완의 반도체 업체인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가 28나노미터 공정의 듀얼코어 ARM E코텍스-A9 프로세서 테스트 칩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5월 4일(현지 시각) 폰아레나, 더 버지 등은 TSMC의 28나노미터 A9 테스트 칩이 최대 3.1GHz까지 속도를 올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프로세서는 폭넓은 속도 범위를 갖는데 일반적으로는 1.5~2GHz이지만 고성능을 요구하는 단말기에는 3.1GHz까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TSMC가 이 프로세서를 언제 출시할지는 미정이다. 더 버지는 TSMC의 테스트 칩에 대해 모바일 컴퓨팅 업계의 기술 향상에 28나노미터 생산 프로세스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예라고 설명했다.

더 버지는 “2010년 넥서스 원에 1GHz 싱글코어 스냅드래곤 프로세서가 장착되었을 때 업계는 경탄의 눈으로 바라보았다”며 “이제 쿼드코어 프로세서가 탑재되고 3.1GHz 프로세서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것이 왜 놀라운 사건인지를 설명해보자. 애초에 모바일용 칩과 PC용 칩은 그 목적 자체가 완전시 다르기에 설계사상이 다르다. 모바일용 ARM 칩은 성능 그 자체보다는 한정된 전력을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해서 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 가 하는 것이 주요 관심사다. 모바일에는 극한의 그래픽 성능이나 처리속도를 요구하는 앱도 없고 사람들의 기대도 없었다. 따라서 최초의 목표를 지키며 조금씩 개선해 가는 것으로도 좋았다.



반대로 PC용 칩은 그야말로 빠르게, 더 빠르게의 연속이다. 전력은 집에서 전원콘센트로 거의 무한정 공급이 가능하다. 발열은 넓은 방열판과 빠른 쿨링팬이 책임져준다. 오로지 속도향상에만 신경쓰면 된다. 그러니 모든 목표가 그저 성능 하나로 수렴해도 좋았다.

그래서 이 두 칩은 서로가 경쟁관계가 전혀 아니었다. PC칩은 과도한 전력소모와 발열 때문에 모바일에 탑재될 수가 없었다. 무리해서 탑재하면 과도한 배터리 소모와 뜨거운 발열 때문에 소비자들의 짜증을 불러일으켰다. 반대로 모바일 ARM칩은 PC에 탑재해서 쾌적한 성능을 내기 어려웠다. 애초에 무거운 운영체제를 돌릴 성능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용 칩이 PC를 점령할 수 있을까?



그러나 스마트폰에서 시작된 변화가 이제 모든 것을 바꾸어놓기 시작했다. 기술적 한계와 저마진 시장이란 두 가지 벽에 막혀 정체된 PC칩과, 반대로 활발한 개척정신과 함께 몰리는 돈을 주체하지 못하는 스마트폰용 모바일 칩이 태블릿이란 징검다리를 건너서 어느새 PC칩으로도 쓸 수 있을 만큼의 성능개선을 이뤄낸 것이다. 위의 기사에서 쿼드코어와 3기가헤르츠를 넘게 올린 클럭이 바로 그 증거이다. 가히 스마트폰용 칩이 PC를 점령이라도 할 것 같다.

PC칩의 장점은 아직도 건재하다. 여전히 인텔의 X86 코드는 윈도우와 맥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한다. 또한 각종 게임이나 고속 렌더링 작업에서 높은 성능과 신뢰성을 확보했다. 그러니까 단숨에 밀리거나 퇴장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마냥 안심하고 있을 수도 없다. 모바일 칩의 성능이 이제 턱밑까지 치고 들어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바일칩 용 윈도우8을 만들어서 출시하기 직전이다. 맥 역시 점차 아이패드와의 통합을 고려하면서 ARM으로의 운영체제 이전을 계획한다는 루머가 나오고 있다. 윈도우와 맥 운영체제에서 인텔의 PC칩과 ARM의 스마트폰용 칩이 정면으로 성능을 겨루는 일이 벌어진다. 그 결과에 따라서는 어느 한쪽이 퇴장해야 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그것은 결과적으로 스마트폰용 칩이 PC를 점령해버리는 일대 사건이 벌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위의 기사가 함축하는 바는 바로 이것이다. 보다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동시에 보다 선택에 있어 혼란스러움을 헤치는 지식을 요구하는 시대가 온다. 앞으로 컴퓨터를 조립할 때 CPU 구입 리스트에 인텔과 AMD 에 이어 ARM 이란 새로운 계열이 추가될 수도 있다. 이건 작지만 동시에 매우 큰 변화라고 생각한다.

  1. Favicon of http://blog.raystyle.net BlogIcon Ray  2012.05.06 12:46

    정말 치열한 싸움이 벌어질 것 같습니다.

  2. realsmart 2012.05.06 16:28

    만약 모바일 칩으로 PC가 돌아간다면 쿨러가 없어질지도 모르겠네요

  3. Favicon of https://otkhm.tistory.com BlogIcon 릿찡 2012.05.06 22:52 신고

    아직은 그저 상상속의 일입니다만, 또 모릅니다... 발전속도가 워낙 ㅎㄷㄷ 하니까요

  4. Favicon of https://ibio.tistory.com BlogIcon 나비오 2012.05.07 09:26 신고

    이말은 이제 가정용 PC도 작아질 수 있다는 말이겠지요
    어디까지 작아지나 지켜볼 따름입니다. ㅋㅋ

  5. aaa 2012.05.15 09:29

    주파수는 속도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중 일부에 불과합니다. 노트북의 성능이 올라갔지만 슈퍼컴퓨터가 사라지지는 않았어요. 기술이 발전하면서 고성능의 PC는 크기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PC성능은 아직도 부족합니다. 더 발전할수 있지요. 결정적으로 모바일CPU와 PC용 CPU는 자리잡은 위치가 달라요. 고성능 소형차가 있다고 대형차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주파수 8Mhz MPU도 현역으로 쓰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