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바야흐로 플랫폼의 시대다. 예전에는 중심이 되는 플랫폼이 무엇이든 간에 그 안에 들어가는 컨텐츠가 훨씬 중요하다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애플이 만든 최근 흐름에서는 플랫폼을 쥔 사업자가 결국 모든 사용자경험을 제공하는 중심점이 된다는 것이 수익모델로서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다음이 만든 다음TV가 판매 며칠만에 2천대의 판매고를 올렸다는 뉴스도 있다. 생소한 하드웨어 분야까지 뛰어들면서 다음이 노린 것은 플랫폼의 선점이다. 국내에 본격적인 애플티비나 구글티비가 들어오기 전에 나름의 영역을 굳건히 하겠다는 의도이다. 이 다음TV의 쇼케이스에서는 컨텐츠의 부족이 지적되었는데 여기서 내가 떠올린 것은 바로 국내 최대의 케이블 TV사업자인 CJ E&M 이며 이것을 서비스하는 인터넷 플랫폼인 티빙이다. 

티빙은 특정 하드웨어를 만들지 않고 PC, 스마트폰, 태블릿의 티빙(tving) 앱을 통해 모든 방송을 볼 수 있다. 얼마전에는 지상파마저 완전 재전송이 가능해졌기에 채널 갯수만 수백개에 달하는 엄청난 컨텐츠 방송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런 티빙의 컨텐츠가 편리한 다음TV의 하드웨어와 결합하면 상당히 시너지를 가져올 듯 싶다. 양 사에 걸친 약간의 사업방식 충돌만 해소할 수 있다면 가장 좋은 조합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얼마전까지 티빙은 이런 엄청난 가능성과 컨텐츠의 풍부함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지는 인터페이스를 가지고 있었다. 쓸데없이 산만한 컨텐츠 배치와 함께 사용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메뉴구조등이 그것이다.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아무래도 케이블 방송 사업자로 시작한 마인드가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시대는 이미 플랫폼을 가진 컨텐츠 사업자들이 눈부신 변신을 하고 있는데 그저 케이블 방송사에 머무르려 한다면 자연히 구식이 된다.

그런 티빙이 마침내 달라졌다. 사실 이전부터 몇 가지 인터페이스에 대한 조언을 해주고 있었는데 내 의견도 약간은 반영되었다. 사용자가 보다 편리하고 쉽게 티빙 방송을 볼 수 있도록 인터페이스 개편과 함께 서비스 개념을 '개인화'에 맞춘 것이다.

개인화란 무엇일까. 복잡한 여러가지 개념이 제시되지만 가장 쉬운 용어로 설명해보자. 각자에게 마치 개인비서가 있는 것처럼 필요한 정보를 요약하고 정리해서 제시해주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개인의 사용내역이나 각종 정보를 분석하는 과정을 거친다. 기계가 알고리즘에 의해 하는 것이니 완전한 맞춤형이기 되기는 힘들지만 어느 정도는 내 취향을 잘 파악해준다.



개편된 티빙의 화면은 보다 예뻐졌다. 아이패드앱으로도 나오는 만큼 보다 감성적이고도 직관적인 화면배치를 보여준다. 각 채널과 컨텐츠가 마치 아이튠즈의 커버플로우를 보듯이 척척 넘어간다. 또한 서점에 가서 베스트셀러 코너를 먼저 찾을 때처럼, 지금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보는 채널을 배치해서 보여준다. 좀더 많은 정보를 한 화면에 보여주고 싶은 욕심 때문에 웹페이지에서는 다소 복잡한 배치를 보여주지만 아이패드나 스마트폰용 앱에서는 정말 깔끔하고도 잡지 같은 편리함을 구현했다.

개편된 티빙이 보다 사용하는 사람의 편의를 생각한 점은 쉽게 알 수 있다. 티빙은 유료채널과 무료채널이 있는데 처음 찾아온 사람이 로그인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찾는 것은 당연히 무료채널일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무료채널만 한쪽에 탭으로 모아놓아 쉽게 찾을 수 있다. 돈을 지불할 만큼 이 서비스와 컨텐츠가 좋은지 아닌지 판단하기 위해 우선 부담없이 볼 수가 있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회원가입을 하고 로그인을 하게 되면 보다 강화된 개인화 서비스가 제공된다. 좀전까지 내가 보았던 채널과 함께 그에 연동한 채널이 메인화면에 제시되는 것이다. 직전에 프로야구를 보다가 나왔다면 다시 로그인 했을 때는 프로야구 채널이 제시되는 식이다. 마이채널에는 사용자의 기호에 맞게 등록된 채널이 나온다.

가장 좋아진 부분은 실시간 방송에서 전체채널이 한 눈에 들어오는 버튼이 생겼다는 점이다. 음악, 드라마, 스포츠 이런 식으로 잘 분류된 채널들이 한 눈에 들어오는 점은 앞으로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들이 원하는 취향의 채널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다. 이 밖에도 소셜 기능의 강화, N스크린 서비스 도입과 검색기능 강화등 많은 개편이 이뤄졌다.



티빙, 개인화 서비스로 승부수를 던지다.

티빙은 새로운 개편에서 기기별로 특성을 고려한 차별화를 시도했다. 스마트폰 앱에서는 가장 단순하고도 바로 티비를 볼 수 있는 방송기기로서, 태블릿에서는 잡지처럼 즐겁게 넘겨가며 보는 매체로서, 웹에서는 각종 정보와 채널을 연계하는 하나의 개인화 방송포털로서의 경험에 집중했다. 어떻게 보면 이런 기기별로도 차별시키는 것도 일종의 개인화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같은 사람이 가진 기기라도 스마트폰과 태블릿, 컴퓨터에게 바라는 것이 다를 테니 말이다.

개인화 서비스를 강화한 이번 개편을 통해 티빙은 드디어 단순한 케이블 방송 사업자에서 플랫폼을 지닌 사업자로 변신했다고 볼 수 있다. 좋은 컨텐츠를 많이 생산하는 것 몫지 않게 그것을 잘 정리하고 효율적으로 유통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이번 개편은 티빙의 승부수가 될 것이다. 당장 완벽히 만족할 수는 없을 지라도 계속 진보하고 있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아쉬운 점은 물론 있다. 웹용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정보가 많고 방송포털이 되고자 하는 의욕이 앞선 나머지 여전히 산만한 느낌을 주는 배치가 남아서 아쉽다. 동영상 캡처나 저장이 쉽지 않다는 점도 부족함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앞으로 슈퍼스타K나 보이스코리아, 마스터셰프코리아 등 흥미진진한 컨텐츠를 보다 쉽고 재미있게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번 개편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다. 내친 김에 재미있는 하드웨어 플랫폼을 내놓은 다음측과의 제휴도 이루어져서 다음TV를 통해 티빙의 방송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