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다. 일부 아주 현명한 사람의 눈에는 미래가 보인다고도 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제까지 미래를 완전무결하게 예언해서 적중시킨 사람은 없다. 미래학자는 단지 틀릴 가능성이 있는 예측을 내놓을 뿐이다. 점장이는 다만 오컬트의 영역에서만 예언을 할 뿐이다.



미래라는 것은 정말 소중하고도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당장 몇 시간 앞을 아주 약간이라도 내다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돈을 벌기는 너무도 쉽다. 거창하게 인류의 미래나 기업의 앞날을 예언할 필요도 없다. 그냥 몇 시간 후에 추첨될 로또 번호 여섯자리만 맞추면 된다. 하지만 우리는 정말 정확한 미래를 예언할 수 없기에 희망을 가질 수도 있다.

미국에서 애플이 서서히 기울어져 갈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유명한 점성술사라든가 노스트라다무스 같은 예언자의 말이 아니다. 오히려 저명한 시장조사기업에서 나온 말이기에 흥미롭다. 우선 관련 기사를 보자. (출처) 

 

애플이 1분기에 예상외로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고 발표한 직후 "애플도 소니처럼 기울 것"이란 경고가 나왔다. 이름 없는 블로거의 악담이 아니다. 시장조사기업 포리스터리서치의 최고경영자(CEO)인 조지 콜로니의 경고다. 콜로니는 '애플=소니'란 글에서 '포스트 스티브 잡스 시대에 애플은 기울 것'이라고 썼다.

도대체 근거가 뭘까?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가 세상을 떠난 지 반년이 지나긴 했지만 애플은 후계자 팀 쿡의 지휘하에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전년 동기 대비 대폭 증가했다. 경영진 내부에서 세력다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제품력이 떨어져 불만을 사고 있는 것도 아니다.

콜로니는 사회학자 막스 베버가 말한 세 가지 유형의 조직 중 애플은 '카리스마적 조직'이라고 봤다. 카리스마적 리더인 스티브 잡스가 모든 결정을 내렸고 다른 사람들은 따랐을 뿐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카리스마라는 게 자연스럽게 인정받을 뿐 가르치고 배울 성질이 아니라는 점. 잡스가 '애플 대학'까지 만들어 후계자를 양성했다지만 카리스마까지 전해졌겠느냐, 쿡은 카리스마적 리더가 아니라 관료적 리더라는 얘기다.

콜로니는 애플의 기세가 24~48개월은 지속하겠지만 특별한 재능을 갖춘 마술사 같은 새로운 카리스마 리더가 등장하지 않으면 '대단한 회사(great company)'에서 '괜찮은 회사(good company)'로 전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모리타 아키오 회장이 떠난 소니처럼 애플도 슬금슬금 밀리다가 결국 쇠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워싱턴포스트는 '애플이 소니랑 같냐?'는 글에서 '애플이 어떻게 소니와 같은 운명에 처할 수 있냐'고 반문했다. 소니랑 애플을 비교하는 것은 합당치 않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소니는 제품 통합에 실패한 반면 애플은 전혀 그렇지 않고, 쿡은 오랫동안 잡스 대행을 했다는 점에서도 소니와 다르다고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쿡이 공급망 관리를 효율적으로 꾸린 게 애플 성공에 크게 기여했고, 97%의 사원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비판했다. 애플이 최정상에 올라 더이상 갈 곳이 없는 만큼 미끄러지는 건 당연하겠지만 혁신을 계속한다면 소니와 달리 쇠락하진 않을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사실 이 기사는 어떤 계산수치나 통계자료가 있는게 아닌 통찰적인 예상일 뿐이다. 요점은 스티브 잡스가 없으니 이제 그런 지도자를 가지기 어려운 애플이 기울어질 것이다. 이런 비관론과 애플의 후계자인 팀쿡이 잘해나가고 있으며 혁신을 계속하게 될 것이란 낙관론이 동시에 있다는 것 뿐이다. 그러니까 같은 사실을 가지고 전혀 다른 예측을 내고 있은 것이다.

기업의 경영적인 측면에서만 본다면 애플이 당분간 기울어질 거란 생각은 하기 어렵다. 애플의 현재 수익모델은 상당히 든든해서 들어오는 돈은 신제품이 몇 번 실패한다고 해서 크게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전통적인 상장기업의 관점에서만 본다면 낙관론을 제기한 워싱턴포스트의 주장이 맞다. 애플의 흑자가 큰 폭으로 감소하지도 않을 것이며, 하물며 소니처럼 기록적인 적자를 내기도 어렵다.

애플의 미래, 소니처럼 기울어져갈까?

하지만 관점을 한번 바꾸어 보자. 애플의 정체성은 그저 상장기업이나 전통적 제조기업에 있지 않다. 애플은 실리콘 밸리의 기술기업이며, 혁신을 생명처럼 여긴다.  현상유지보다 전진만이 살 길이라며 무조건 앞으로 나아가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게임캐릭터로 비유하자면 애플은 무지막지한 공격력과 스피드를 지녔지만 방어력은 거의 0에 가깝다. 끊임없이 상대를 몰아붙이기에 무섭게 강하지만 만일 그 움직임이 멈춘다면 그 순간부터 엄청난 약점이 노출된다.



애플의 미래에 대한 비관론은 여기서 나온다. 공격만이 최선의 방어라는 체질을 만들고 잘 유지한 스티브 잡스와 달리 후속 경영진은 공격보다는 유지에 익숙한 체질이다. 애플이라는 기업만 아니라면 어디가든 잘 경영할 사람들이지만 애플의 리더 자리로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이다. 팀쿡을 비롯한 모두가 그렇다. 먼 미래를 두고 나오는 비관적 전망은 바로 여기서 나온다.

현재 유일하게 애플 내에서 잡스와 기질이 비슷한 혁신적인 인물로는 디자이너 조나단 아이브가 꼽힌다. 그런데 최근 아이브에 대한 일체의 뉴스도 활동소식도 없다. 이런 점 역시 애플의 미래에 대해 좋지 못한 전망을 가져오는 원인이다.

정리해보자. 애플의 미래는 솔직히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다. 비관론을 제기한 사람은 과연 '언제부터 애플이 기울어질 것인가?' 를 제시하지 못했다. 낙관론을 제기한 워싱턴포스트는 '혁신을 계속한다면' 기울어지지 않을 거라고 단서를 달았다. 그러니까 사실 애플의 미래는 그리 비관도 낙관도 할 수 없는 입장이다. 갈림길에 서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미국에서 제기된 저 논란은 어떤 쪽이든 애플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애플이 소니처럼 기울어지지 않고 오랜 기간동안 번영해주길 바라는 심정에서 나온 비관론과, 그럼에도 너무 비관할 것도 없다고 반박하는 워싱턴포스트 역시 애플에 대한 애정에서 나온 것이다.


그럼에도 마지막으로 내 개인적 생각을 하나 덧붙여보자면, 저런 소리가 나오는 건 팀쿡 체제로서는 결코 좋은 일은 아니다. 팀쿡은 잡스가 남겨놓은 유산만 계속 물려받을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도전적으로 무엇인가 시도해야 할 때라고 본다.  

P.S : 요즘  감기몸살 후유증과 함께 정신적인 슬럼프에도 시달리고 있습니다. 무엇인가 좀더 삶에 목표나 자극을 주는 것이 있어야 할 텐데 발견을 못하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