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에 지인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요즘 맥북에어가 사고 싶어졌는데 과연 바로 사는 것이 좋을까? 라는 질문이 있었다. 이미 맥북에어를 사서 만족스럽게 쓰고 있는 나로서는 평소라면 당장 사라고 말했을 것이다. 또한 전자제품이란 본래 가격 내려갈 것만 생각하면 죽기 전에 사야  후회 안한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로 구입을 권유할 수 없었다. 생각해보니 지금 노트북을 사게 되면 정말로 후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었다.


집에 돌아와서 보니 우연의 일치일까? 월스트리트저널의 월터 모스버그조차도 나와 같은 의견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관련 기사를 한번 보자. (출처)


By WALTER S. MOSSBERG


올 봄 랩탑을 구입할 생각이라면 다시 생각하라고 말리고 싶다. 지금 쓰고 있는 랩탑 상태가 워낙 안 좋아서 당장 교체해야 되는 게 아니라면 최소한 여름이나 가을까지는 기다릴 필요가 있다. 윈도우 랩탑에 특히 적용되는 말이지만 맥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올 봄에는 이제까지와는 조금 다른 조언을 하게 되었다. 오늘날 IT기기를 사는 사람들은 곧 더 좋은 게 나와서 쓸모 없어질까 봐 항상 걱정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지나친 우려이다. 그러나 앞으로 수개월에 걸쳐 대규모 변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지금 시점에서 랩탑 구입은 현명치 않은 선택이다.


윈도우 진영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몇 년 간 출시했던 것 중 가장 혁신적인 버전인 윈도우 8을 아마 올 가을에 내놓을 예정이다. 이에 따라 윈도우 랩탑 제조사들은 윈도우 8을 활용한 다양한 디자인을 내놓게 될 것이다. 윈도우 8 랩탑에서는 마우스나 터치패드, 키보드 사용이 가능하지만 태블릿 PC와 같은 터치스크린 사용에 중점을 두게 될 것이다. 제조사 다수는 휴가철 시즌을 겨냥해 태블릿이나 일반 랩탑으로 활용할 수 있는 휴대용 윈도우 8 모델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측에 따르면 윈도우 7 랩탑에서 윈도우 8 업그레이드가 가능할 것이라 하지만 윈도우 8 기능을 활용한 랩탑은 아직 출시되지 않은 상태이다. 현재 소수 나와있는 터치스크린 랩탑이 윈도우 8 터치 기능과 호환되기는 하겠지만 윈도우 8에 최적화된 기능을 보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윈도우 신형 버전을 원한다면 컴퓨터 구입을 미루는 것이 언제나 낫다고 생각한다.


맥 진영의 애플 역시 올 여름 신형 운영체제 마운틴 라이온을 선보일 예정이다. 마운틴 라이온은 윈도우 8만큼 기존과 다른 운영체제는 아니다. 터치패드를 이용하는 맥에 터치 및 태블릿 기능이 다수 통합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애플은 마운틴 라이온이 터치스크린 기반 운영체제가 될 것이라고 시사하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IT컬럼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글이다. 어려운 IT정보를 쉽고 재미있으면서 유머까지 곁들여 써준다. 글을 읽는 재미까지 쏠쏠하다. 위의 글도 저명한 평론가인 모스버그가 쓴 글인데도 아주 쉬운 편이다. 하지만 오히려 쉽고 간단하기에 자칫 가볍게만 볼 것 같아서 추가 해설을 붙여보겠다.


노트북 구입, 잠시 기다려야하는 이유는?


컴퓨터를 살 때, 위험한 순간은 하드웨어 혹은 운영체제가 크게 전환기를 맞을 때다. 새로운 하드웨어가 일단 나오면 그 전에 내놓은 제품은 전부 시대에 뒤진 제품이 되기 쉽다. 따라서 업계 입장에서는 그 전에 최대한 재고품을 처분해야만 악성재고품이 남는 걸 피할 수 있다. 업체에 따라서는 신제품 발매 후 얼마전에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에게 따로 포인트나 리베이트를 제공해주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구입시기를 잘못 선택한 소비자는 상당한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





1. 주류 노트북인 윈도우 플랫폼에서는 윈도우8의 존재가 가장 문제다. 새로운 윈도우8은 한마디로 노트북을 마치 아이패드같은 태블릿처럼 만들기 위해 설계되었다. 기존의 윈도우 노트북도 쓸 수는 있지만 하드웨어적으로 완벽한 불완전한 지원에 그칠 수 있다. 윈도우8 발매에 맞춰 완벽한 태블릿 부품으로 만들어진 싸고 좋은 제품이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 윈도우8이 올해 가을 출시가 예정되어 있다.


인텔의 새로운 CPU인 아이비브릿지와 점점 싸지는 SSD의 발전도 중요하다. 샌디브릿지의 뒤를 잇는 아이비브릿지는 좀더 미세해진 제조공정으로 인한 이점이 크다. 저전력 소모와 내장 그래픽 코어 향상으로 인한 전체 성능 향상도 상당하다. 또한 USB 3.0을 공식지원하기로 함으로서 데이터 전송속도도 크게 좋아진다. 이런 노트북을 앞두고 구형을 구입한다는 건 별로 현명한 판단이 아니다.


2. 그렇다면 맥북은? 운영체제가 크게 변할 가능성도 없는데 왜 포함될까. 애플은 이미 아이패드가 있기 때문에 윈도우8처럼 급격하게 태블릿과 노트북을 통합시킬 수 없다. 이미 마운틴 라이언이 나왔듯이 상당히 천천히 통합의 길을 밟을 것이다. 하지만 맥북에서는 지금 레티나 디스플레이 적용이 대단한 이슈가 되고 있다.



뉴 아이패드에서 본 2048 * 1536 해상도는 대단한 발전이다. 글자가 굉장히 선명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9.7 인치에 불과한 아이패드가 이 해상도인데 작아봐야 11인치인 맥북에어가 해상도가 더 작은 채로 있으면 말이 안된다. 따라서 애플은 모든 맥북에 순차적으로 해상도 업그레이드를 한 제품을 내놓기로 했다. 


따라서 새로운 제품이 나오면 지금의 맥북은 순식간에 뒤떨어진 해상도를 가진 구형 기기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산 지 오래되었다면 당연한 것이지만 전환기를 잘 모르고 산 지 겨우 몇 달만에 그런 상황을 맞는 소비자는 너무도 억울하지 않을까? 인텔 아이비브릿지의 채택과 플랫폼 발전 역시 마찬가지로 맥북에도 적용된다. 그러다보니 맥북조차도 지금 구입을 감히 추천하지 못하겠다. 


지금은 하드웨어의 전환기다. 이럴 때는 기다리는 것이 현명하다. 이것이 지금 노트북 구입을 기다려야 하는 이유이다. 지금 꼭 사야만 중요한 업무나 학업을 할 수 있다면 별 수 없다. 사라. 하지만 그렇게 절실하게 필요한 시기가 아니라면 기다리는 것이 좋은 선택이다. 소비는 미덕이라지만 현명한 소비라야 진정한 미덕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