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우리는 어떤 제품을 쓰고 싶을 뿐이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은 대부분 운전 그 자체를 즐기는 게 아니다. 자동차의 디자인이나 내부가 좋아서 사는 것도 아니다. 그런 것은 매우 부차적인 문제이다. 우리는 그 제품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효용이나 성능에만 관심이 있다. 심지어 드라이빙을 즐기는 사람일지라도 자기 차 내부의 엔진이 몇 기통, 몇 마력이고 엔진 특성은 어떤 것인지, 클러치와 변속기가 어떤 방식인지 관심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 출처: 인가젯)


스마트폰 역시 마찬가지다. 최신 스마트폰이 듀얼코어인가 쿼드코어인가 하는 것에 관심있는 사람은 많지만 그건 동영상과 앱이 얼마나 빠르고 부드럽게 실행될 것인가 하는 것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스마트폰 안에 들어가는 모바일 AP가 어느 회사의 제품이며 어떤 구조를 가졌는가를 알고 싶어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때때로 우리는 알아야 한다. '아는 것이 힘' 이라는 아주 단순한 말이 있듯이 많이 알수록 현명해진다. 적어도 어딘가의 휴대폰 판매원이 현란한 말솜씨로 당신에게 성능떨어지는 재고 스마트폰을 비싸게 팔려고 할때 넘어가지 않는 힘이 되어줄 것이다. 최소한의 지식조차 없다면 우리는 더 많이 아는 친구에게 의존하거나 더 많이 아는 악당에게 사기를 당하게 될 테니까 말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요즘 스마트폰 광고 팜플렛에 가끔 등장하는 모바일 AP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모바일 AP는 작고 가벼우며 전력소모가 적어야 하는 지능형 가전제품에 쓰이는 칩이다. 주로 이런 용도는 휴대폰이나 PMP등이었는데 요즘은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발달하면서 시장이 엄청나게 커지고 있다. AP전체 수요량은 2013년에 6억5600만대를 달성하고, 앞으로 연평균 17.9퍼센트 성장할 거라 예측한다. 그 대부분의 수요는 스마트폰이다.





따라서 이 시장은 마치 PC시장의 경쟁처럼 여러 사업자들이 나름의 특성을 가진 칩을 내놓고 있다. 이미 기존의 모바일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굳힌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의 OMAP, 퀼컴의 스냅드래곤, 프리스케일 등이 선두 주자로 나와있다. 여기에 도전자로서 탁월한 그래픽 성능을 보이는 엔비디아의 테그라 인텔의 아톰, 삼성의 엑시노스 등이 들어와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각각 새로 내놓는 스마트폰과 태블릿마다 채택을 위해 노력하면서 자사 칩의 우월함을 자랑하고 있다.


이 회사의 AP를 모두 집중적으로 쓰려면 지면이 다소 길어질 듯 싶다. 따라서 우선 퀄컴의 스냅드래곤을 골라서 성능과 특성을 알아보자.


퀄컴은 한국에서 CDMA 통신칩으로 잘 알려진 회사다. CDMA의 원천기술과 스마트폰 통신 관련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통신칩을 포함한 휴대폰 제작 솔루션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휴대폰을 만들기 위해서 이 회사와 라이센스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다. 시대가 바뀌어 CDMA 기술이 저물고 대세가 스마트폰으로 기울었지만 그동안 이 회사가 달라진 환경에서 발전하기 위해 내놓은 모바일칩이 스냅드래곤이다.


스냅드래곤은 기본적으로 영국의 저전력 칩인 ARM의 코어기술을 도입해서 쓰고 있다. 애플 아이폰, 삼성의 갤럭시, 모토롤라 등 거의 모든 주요 스마트폰 AP가 채택한 ARM기술은 낮은 전력소비와 효율적인 성능배분, 주요 기능의 분산과 설계의 자율성이 특징이다. ARM은 특정한 회사에서 제조하는 칩이 아니다. 일종의 공통된 설계기술이며 원하는 회사에 라이센스를 판매한다. 그러면 각 회사에서 ARM의 기본설계를 토대로 다른 그래픽 가속칩, 메모리 등을 붙여서 자사 특유의 AP를 설계해서 만드는 것이다. 퀄컴 역시 ARM의 설계를 구입해서 쓰고 있다.


이렇듯 ARM을 공통적으로 쓰는 회사들 사이에는 상당한 수준의 호환성이 생긴다. 최근 나온 거의 모든 ARM칩은 Cortex 란 아키텍처를 공유한다. 여기에 운영체제까지 같다면 앱의 호환성은 거의 보장된다. 반대로 테그라, 인텔 등의 칩은 별도 설계이기에 운영체제 자체가 호환되지 않는다. 별도의 코딩을 거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퀄컴의 전략에서 스냅드래곤은 프리미엄 스마트폰과 대중 스마트폰을 겨냥한다. 대중 스마트폰용으로 비교적 값싸고 무난한 칩을 만들고, 프리미엄 스마트폰으로는 빠른 고성능화를 이룩한다는 전략이다. 아직 판매량이 뒤지는 테그라와 인텔을 제외하면 자체 AP제작능력이 없는 중소규모의 스마트폰 제조사에게 퀄컴 칩은 아주 좋은 선택이다.


모바일 AP, 스냅드래곤은 어떤 칩일까?


현재 PC의 CPU시장은 독주하는 인텔과 간신히 대항하는 AMD의 양자구도에 가깝다. 다른 회사들은 거의 이 시장의 진입과 경쟁을 포기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모바일 시장은 상황이 다르다. 직접 생산을 하지 않고 설계 라이센스만 판매하는 ARM의 전략으로 인해서 많은 회사들이 자율적인 AP를 만들고 자사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 애플은 독자AP인 A5칩을 가지고 아이폰과 아이패드 시리즈를 만든다. 삼성 역시 엑시노스 칩을 가지고 갤럭시S 시리즈를 제조한다. 그렇지만 이렇게 돈이 많고 기술력이 풍부한 회사가 아닌 스마트폰 회사들은 독자 칩을 일일히 제조할 여력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효과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퀼컴의 스냅드래곤이다. 스냅드래곤은 통신칩 회사인 퀼컴 답게 단 하나의 솔루션으로 AP와 그래픽 코어, 각종 통신기능에 LTE 기술까지 품고 있다. 단말기 제조사로서는 스냅드래곤을 구입하면 복잡한 것에 신경쓰지 않고 운영체제 포팅이라든가 인터페이스 제작 등 다른 영역에 모든 능력을 쏟을 수 있다. 그래서 스냅드래곤이 비교적 널리 퍼지고 잘 알려져 있는지 모른다.





최근의 LTE 스마트폰에서 스냅드래곤 채택이 상당히 많다. 삼성의 갤럭시 S2 LTE, 갤럭시S HD LTE는 퀼컴 스냅드래곤 1.5Ghz 듀얼코어를 탑재했다. HTC의 레이더 4G, LG전자의 옵티머스 LTE 역시 같은 칩셋을 쓴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이 칩이 우수하다는 점 외에도 3G와 4G를 하나의 모뎀 칩으로 처리하는 퀼컴의 기술력에 따라 저전력과 부품 단순화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 스냅드래곤의 성능은 어느 정도일까? 우선 다음 기사를 한번 보자. (출처)


팬택이 오는 4월 말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내놓는다. 지난해 1.5㎓ 듀얼코어 스마트폰 '베가 레이서'를 발 빠르게 내놓은데 이어 이번에는 퀄컴의 차세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스냅드래곤S4와 구글 아이스크림샌드위치(ICS)를 각각 국내 첫 탑재한 제품을 내놓아 바람을 일으킨다는 전략이다.


4월 4일 팬택측에 따르면, 이 회사가 4월 말 출시할 차세대 플래그십 스마트폰은 퀄컴이 지난해 발표한 바 있는 스냅드래곤S4와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4.0 아이스크림샌드위치(ICS)가 국내 최초로 탑재될 예정이다.


최근 외신을 통해서도 팬택의 차세대 스마트폰에 퀄컴 스냅드래곤S4인 MSM8960이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퀄컴 스냅드래곤S4 MSM8960이 탑재된 스마트폰이 없기 때문에 팬택의 계획대로 4월 말 출시가 이뤄진다면 세계 최초 차세대 퀄컴칩을 탑재한 스마트폰이라는 타이틀을 획득하게 될 가능성도 높다.


또한 이 스마트폰이 안드로이드 4.0 아이스크림샌드위치(ICS)를 탑재해 출시된다면 이 또한 최초 타이틀을 얻을 수 있게 된다. 구글 레퍼런스폰인 '갤럭시 넥서스'를 제외하면 ICS를 탑재해 출시된 스마트폰은 현재까지 없다. 이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첫 ICS 타이틀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


가장 최근에 개발된 스냅드래곤S4는 베가 시리즈로 유명한 팬텍의 새로운 스마트폰 베가레이서2에 적용될 전망이다. 가장 좋은 제품인 플래그쉽 스마트폰인 만큼 성능이 중요한 제품에 넣는다는 그만큼 믿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기사 안에 공개된 이 칩의 사양을 보자.





퀄컴 MSM8960은 지난해 발표된 28나노미터(㎚) 공정에 크레이트(Krait) 기반 듀얼코어 프로세서다. 초반에는 2.5㎓까지 클록속도를 높였으나 최근에 1.5㎓로 하향 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LTE와 3G를 동시 지원하는 베이스밴드와 클록속도를 높인 아드레노(adreno)225 GPU 등을 AP와 함께 넣은 원칩으로 낮은 전력 소비뿐만 아니라 얇은 스마트폰 제작이 가능한 게 강점이다.


베가레이서2가 아직 출시된 제품은 아니지만 아마도 이대로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용어가 좀 있지만 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해보도록 하겠다.


1. 28 나노미터 공정을 썼다. 이것은 현재 가장 최고수준의 미세회로 기술이다. 회로가 미세해지면 발열과 전력 소모가 적어진다. 또한 클럭을 올리기도 쉽다. 따라서 이 칩이 최고수준의 저전력과 고성능을 갖출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관련 자료에 의하면 이전 세대인 스냅드래곤S3에 비해 34퍼센트 정도 성능이 개선되었다고 한다.

 

2. 크레이트는 이때까지의 퀄컴 아키텍처였던 스콜피온과 코어 이름부터 다르다. 완전히 새로운 아키텍처로 설계되었다는 의미이다. 아키텍처가 달라지면 같은 클럭에서도 성능이 확연히 올라간다. 단순한 미세회로 기술만 적용된 것이 아니란 의미에서 더욱 기대된다.


3. 듀얼코어라는 점과 초반에는 2.5기가까지 클럭을 높였다가 다시 1.5기가로 내렸다는 건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아직 쿼드코어를 제대로 운용할 만큼 부하가 걸리는 작업을 스마트폰 수준에서 할 일이 별로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구조가 달라졌기에 속도향상은 분명 체감할 정도로 다가올 것이다.


벤치마크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간단히 다른 경쟁 제품과 함께 성능을 비교한 벤치마크표를 제시해본다. 첫번째로 하나의 작업을 처리하는 속도이고, 두번째가 여러개의 작업을 동시에 처리하는 속도이다.






4. 클럭속도를 높인 아드레노 GPU를 넣었다고 했다. 근래에 스마트폰에서 속도를 가장 많이 요구하는 부분이 그래픽 가속이라는 점을 생각해볼 때 오히려 쿼드코어나 클럭속도 향상보다 오히려 GPU성능의 대폭 향상이 더 바람직하다. 퀄컴의 선택은 보다 제한된 전력소모로 보다 사용자에게 더 만족감을 줄 수 있는 부분의 속도를 올리자는 의도이다. 이 부분에서도 자료에 의하면 그래픽 처리속도 17퍼센트의 향상이 있었다.


스냅드래곤의 성능을 알리는 동영상을 하나 소개한다. 이것을 보면서 앞으로 나올 팬택의 베가레이서2의 성능을 상상해보자.




5. 통합된 모뎀칩 채용으로 인해 업로드(HSPA+) 속도는 약 2배 가량의 향상이 있다고 한다. 이전에는 두 개의 칩으로 구현되던 것을 단 하나의 칩만으로 처리한 것이다. 단순한 효율성 향상보다는 강력한 하나의 통합칩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전까지 주로 비교대상이 되어오던 삼성의 칩 엑시노스와 좋은 라이벌 관계가 형성될 것이 예상된다. 여기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칩 통합으로 인해 길어진 배터리 사용시간이다. 현재의 ARM 기반 CPU 코어 대비 소비 전력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출처)



1개의 칩을 사용하기 때문에 2개를 사용할 때보다 안정성이 높고 전력 소모량이 적다. 특히 배터리 용량을 2020mAh(밀리암페어아워)까지 늘려 LTE폰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배터리 수명을 크게 개선했다. 이에 따라 베가레이서2는 기존 LTE폰보다 연속통화 시간은 최대 100분 이상, 대기시간은 50시간 이상 길어졌다.


이렇듯 스냅드래곤에 대해서 알아본 것이 단순한 부품지식이 아니다. 앞으로 나올 스마트폰을 내가 얼마나 오래 사용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지혜로 발전할 수 있다. 아마도 곧 실제로 이 칩이 탑재된 팬택 제품 베가레이서2를 써볼 수 있을 것이다. 기대해보자.


* 본 포스팅은 SKY 오피니언 기자단 활동으로 지원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