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흔히 사람에 비유하는 것은 그 편이 훨씬 이해하기 쉬워서일 것이다. 또한 사람이 만드는 것이 회사인 만큼 특성 가운데 사람과 닮은 점이 있다는 점도 작용한다.

사람을 비롯한 생명체는 일단 태어나면 성장한다. 중간에 탈피나 변태를 하는 종류도 있고 그냥 몸만 커지는 종류도 있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에서 성장을 비롯한 변화는 끝난다. 이후로는 죽음을 향해 달리는 노화과정만이 남는다. 생명치고 죽지 않는 종류가 없기에 여기에는 예외가 없다. 우리는 단지 번식을 통해 자손을 남길 수 있을 뿐 죽음을 피할 수 없다.


회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인류역사와 함께 시작되어 영원불멸할 회사는 아직 없었고 앞으로도 있을 거라 장담할 수 없다. 그렇다면 회사도 창업과 성장을 거쳐 성장이 정점에 이르면 노화되어 소멸을 향해 달릴 뿐이다.

요즘 화제를 몰고 다니는 애플에 대해서라면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애플은 지금이 최고의 전성기라고 말할 수 있으며 아직 정점에 달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한때 최고의 위치를 누렸던 또 하나의 경쟁회사-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경우다.

1990년대와 2천년대에 걸쳐 MS는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묘하게도 그 시기는 애플이 어려움을 겪던 시기와 겹친다. 스티브 잡스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식어가고 넥스트 컴퓨터의 실패가 강조되었다. 그 가운데 빌게이츠는 새로운 정보혁명을 외치며 최고로 존경받는 기업가이자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었다. 미래산업은 눈에 보이지 않는 소프트웨어에 있다고 모두가 말했었다.


지금은 어떨까? 다시금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가 주목받고 있다. 어떻게 보면 시대착오적으로 보던 애플의 방식이 각광받는다. 분업과 협력이란 민주적 모델이 아니라, 수직적 통제와 혼자서 모든 걸 책임지는 모델이 미래지향적이라 말한다. 그리고 이것은 애플의 수직상승과 MS의 하락으로 이어졌다.

물론 MS도 이런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 노력했다. 아이팟에는 준을 내놓아 대항했고 아이폰에 맞서서 윈도폰7을 내놓았다. 아이패드를 쫓아가기 위해 윈도우의 다음 버전인 윈도8을 아예 터치형식 모바일로 통합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은 아직까지 확실히 보이는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준은 실패한 채 사업을 철수했고 윈도폰7도 지지부진하다. 윈도8은 그런대로 기대를 받고 있지만 정식발매까진 한참 남았다. 맥북에어에 기선을 제압당한 노트북 시장에는 인텔이 울트라북을 주장하며 어떻게든 따라가려고 몸부림을 치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몰락을 점치는 성급한 예측도 있다. 전문가들 가운데도 몰락까지는 아니어도 MS가 성장이 끝난 회사일 수 있다는 주장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노화되어 내려가는 일만 남은 기업 말이다. 과연 이런 진단은 맞는 것일까?

마이크로소프트는 성장이 끝난 회사일까?
  
성장이 끝난다는 건 크게 두 가지 분류가 있다. 

하나는 그 회사의 주력사업 자체가 사양산업이 되어 더이상의 성장을 기대할 수 없고, 이익도 줄어가는 것이다. 컴퓨터가 발달하면 타자기를 아무리 잘 만들고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 기업이라도 성장이 끝나버린다. 스마트폰이 발달하자 피처폰의 강자 노키아는 순식간에 성장을 멈추고 기울어져버렸다.
 
또 하나는 주력사업의 전망은 여전히 건실하지만 개별 기업이 경영전략과 기업구조 문제로 인해 성장을 멈추고 마는 것이다. 자동차 산업에서의 GM의 경우라든가 유럽의 백색 가전제품 회사들의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MS의 주력업종은 PC의 운영체제와 오피스 소프트웨어다. 물론 XBOX게임기를 비롯해 마우스나 키보드 등도 나름 입지가 단단하지만 수익은 그리 크지 않다. 회사 대부분의 수익은 PC에서 나온다.

PC 산업은 장기적으로 보아서 호황을 기대하기 어렵다. 컴퓨터의 역할이 점점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보다 작고 가볍고 반응성이 좋은 기기에 분할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MS는 이런 모바일에서는 입지가 아주 약하다. MS의 성장이 끝났다는 주장은 이런 현실에 근거하고 있다. 일리가 있다.

그러나 MS의 또다른 성장축인 오피스를 보면 상황이 좀 다르다. 오피스는 애플의 맥에서도 핵심 소프트웨어다. 또한 아이패드에서 가장 필요한 앱이기도 하다. 모바일 기기가 PC를 대체하기 위해서도 가장 필요한 사무용 소프트웨어이기도 하다. 또한 이 분야에서는 대체재가 거의 없다. 오피스는 전세계 사무용 소프트웨어 시장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따라서 성장이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오피스는 현재 일부러 성장하지 않고 있다. 그것은 MS가 경쟁사인 애플이나 구글이 하드웨어로서 더 많이 점유율을 늘려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동시에 자사의 다소 불리한 플랫폼-운영체제를 팔기위해 오피스의 영향력을 이용하려 한다. 유일하게 정식 오피스를 자사의 운영체제와 플랫폼에서만 실행되게 하는 것이다. 만일 이 정책을 포기한다면 MS의 수익과 성장은 다시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성장이 끝난 회사가 아니다. 다만 전략적인 이유로 애플과 안드로이드를 견제하기 위해 성장의 기회를 포기하고 있을 뿐이다. 이건 대체로 현재 CEO인 스티브 발머의 전략이 잘못되었다는 증거다. 만일 빌게이츠라면 좀더 다른 방법을 썼을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시간은 무한정 MS의 편이 아니다. 지금은 단지 성장의 기회를 포기하고 있을 뿐이지만, 곧 성장 그 자체의 기회가 날아가 버릴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정말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성장은 끝나게 된다. 소비자를 위한 업계의 격렬한 경쟁을 위해서라도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MS의 분발을 바란다.

P.S : 이 포스팅의 아이디어를 주신 창의적인 요리블로거 유진엔젤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