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출간 (두리)

                            서문(序文)

우리 역사에서 구체적으로 고증(考證)될 수 있는 부분 가운데 가장 찬란했던 시기라면 아마도 대부분 삼국시대를 떠올릴 겁니다. 이때 고구려는 넓은 만주(滿洲)지역을 장악했고, 백제는 왜국(倭國)을 속국으로 거느렸으며 신라는 화랑도(花郞道)의 기치아래 삼국통일의 기반을 다졌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신라가 삼국을 통일했습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아쉬워하며 고구려나 백제에 의한 통일이 이루어졌으면 좀더 강국(强國)이 되지 않았을까 하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가정(假定)에 의한 아쉬움일 뿐 실제로 고구려나 백제는 군사적인 전쟁만이 아닌 종합적인 외교(外交)와 내치(內治)에 실패한 나라로서 국가간 경쟁에서 진 패배자입니다. 이들이 삼국을 통일했을 때 오히려 전면적인 중국의 침략을 받아 멸망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신라는 작은 영토와 인구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숭무(崇武)정신과 효과적인 외교로 삼국을 통일했습니다. 삼국을 통일한 후 그때까지 의존해왔던 당(唐)과 싸워 그들을 물리친 사실만 보더라도 신라가 얼마나 강하고 활기찬 나라였는가를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신라는 삼국통일 직후, 심한 혼란과 함께 내부적으로는 화랑도로 대표되는 숭무사상의 쇠퇴를 맞게 됩니다. 또한 왜구(倭寇)들의 노략질과 잇단 재해로 인해 민심마저 멀어집니다. 이것은 막연히 삼국이 통일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 생각한 지도계층이 급변한 정세들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것에 원인이 있으며 오늘날 우리가 맞고 있는 어려움과 어느 정도 일치합니다.
이 글은 이런 혼란기의 신라 속에서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이름 없는 촌부(村夫), 명예로운 화랑(花郞), 심지어는 왕(王)조차도 나름대로의 고민과 생각을 가지고 행동해야 했던 시기. 멸망한 나라에의 집착(執着)과 개인적인 욕망(慾望), 터질 것 같은 광기(狂氣)가 교차되는 이 때. 그것을 저는 감히 만월(滿月)이라는 한마디를 통해 여러분의 눈에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안병도

장편소설(長篇小說)

                        만월(滿月)의 나라

                              등장인물

낭파(狼破)
‘늑대를 깨뜨린다’는 뜻의 이름을 가진 남자. 미친 늑대 떼에 살육당한 가족의 원한에 미쳐 늑대를 베는 생활을 해왔다. 그러나 어느 날 천기(天氣)를 볼 줄 아는 노인을 구해주면서 신라의 국검(國劍) 본국검법을 배워보라는 제의를 받는다. 거기서 그는 자신의 삶과 신라의 앞날에 눈을 뜨게 된다.

초귀(草鬼)
낭파가 본국검법의 계승자를 뽑는 무술대회에서 만난 남자. 가축을 도살하는 화척 출신의 천민으로 낭파에게 친근감을 느낀 듯 접근해 온다. 뭔가 숨기고 있는 듯한 그는 이후 낭파와 함께 많은 일을 겪는다.

문무왕(文武王)
신라 제 30대 왕. 아버지인 무열왕 김춘추, 김유신과 함께 삼국을 통일한 위대한 왕이다. 그러나 통일직후 극도로 악화된 일본과의 관계와 귀족들의 나태한 모습으로 인해 고민에 싸여있다.

설희(雪姬)
본국검법의 현 계승자 비사인의 딸. 재색을 겸비한 반면 차가운 성격으로 남자에는 별 관심이 없다. 본국검법의 실전(失傳)을 염려한 아버지에 의해 본국검법을 암기한 상태인 그녀는 어느 눈 내리는 밤 우연히 낭파와 만나게 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