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현명한 것 같아도 실제로는 그렇지만은 않다. 중국소설에서 '관을 봐야 눈물을 흘린다.' 라는 표현이 등장하는 것을 봐도 그렇다. 사람이 진정으로 교훈을 얻는 때는 추상적인 무엇인가를 생각해서가 아니다. 눈앞에서 사람이 죽거나 조직이 파멸할 때 가장 쉽게 교훈을 얻는다.



마치 코카콜라처럼 세계를 휘어잡은 필름회사가 있었다. 우리가 익히 잘 알던 코닥이라는 회사다. 필름카메라만 있던 때, 이 회사는 무적처럼 보였다. 엄청난 매출과 독자적인 기술력, 세계적인 위상은 감히 견줄자가 없어보였다. 한국에서도 대중적인 필름은 코닥 아니면 후지가 거의 전부였다. 하지만 이런 영광도 잠시뿐이었다. 

코닥은 다가온 디지털 사진 혁명을 제대로 대응하지 않아 치명적인 위상하락을 맞았다. 그리고는 파산을 막기 위해 다른 회사에게 특허권 소송을 통해 돈을 뜯어내 회사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미 이 부분에 대해서 포스팅을 통해 교훈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 급기야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다. 마침내 코닥이 파산보호를 신청했다는 것이다. (출처)

 

사진 및 영상장비 명가 이스트만 코닥이 최근 불거진 심각한 재정난과 경영위기를 이기지 못하고 끝내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1월 19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은 이스트만 코닥이 미국 뉴욕 남부 맨해튼 법원에 파산 보호(챕터11)를 신청했다고 보도했다.

 1880년 조지 이스트만이 설립한 코닥은 롤필름과 디지털 카메라를 처음 개발한 회사로 과거 아날로그 카메라 필름 시장을 이끌어왔다. 코닥은 한때 지금의 구글이나 애플과 같은 꿈의 직장으로 불릴 정도로 지난 세기에 카메라 시장을 완전히 장악했었다.

하지만 코닥은 과거 아날로그 카메라 필름 시장의 성공에 빠져 디지털 시대에 맞는 사업을 준비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4만명이 넘는 직원 수는 현재 1만9천여명에 불과하고 이들의 운명도 알 수 없게 됐다.

코닥은 1975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하고도 기존 아날로그 필름 시장을 지키기 위해 상용화하지 않은 것이 이 회사의 최대 실수로 평가되곤 한다. 일찍이 디지털 이미징 기술을 개발했던 터라 현재 1천100여개에 이르는 특허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코닥의 디지털 이미징 특허는 현재로서 회사의 가장 큰 자산이다. 이를 통해 애플, 삼성전자, HTC를 특허 소송으로 이기며 로열티 회사로 불리기도 했다.

코닥은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2에서 디지털카메라 이지쉐어 M시리즈 신제품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도산 직전에 이르러 애플과 HTC, 삼성전자에 다시 특허 소송을 제기했다. 최고 자산인 특허로 파산만은 막겠다는 의지로 풀이됐다. 



코닥의 파산보호에서 가장 눈여겨볼 점은 무엇일까? 이 회사가 실은 오히려 가장 앞서서 디지털 이미징 기술을 개발했다는 점이다. 필름에서 쌓은 기술력과 자금력으로 이른바 디카(디지털 카메라)도 장악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그러나 코닥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지금도 비슷한 경우가 있긴 하다. 석유로 움직이는 자동차를 만드는 업체가 미래의 동력으로 불리는 전기자동차 부문에서도 앞서 있다. 그렇지만 휘발유와 경유 자동차의 시장을 지키기 위해 그 실용화에 매우 조심스럽다. 여기에는 막대한 이득을 취하는 정유회사의 로비설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배터리 기술이란 장벽이 아직 존재한다는 측면이 있다. 엄청난 속도로 기술장벽을 허물며 발전하는 디지털 기술과는 약간 다르다.

미국 코닥의 파산신청이 보여주는 교훈은?



기술이 중요한 시장에서는 가장 앞선 강자라고 해도 한계가 뚜렷하다. 거대한 기술발전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 또한 대응을 게을리하면 강자 자리에서 순식간에 몰락한다. 그 어떤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기술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뀔 시기에는 더욱 긴장해야 한다. 기존의 강자가 한꺼번에 몰락하는 경우가 종종 일어나기 때문이다. 아날로그 티비와 음향기술의 강자였던 소니가 디지털시대에 대응을 못해 추락한  경우도 좋은 예다.

지금도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는 분야가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그렇고, 전자잉크를 이용한 전자출판, 클라우드를 이용한 전자컨텐츠 시장 등이 그렇다. 이 시장에서도 돈과 실력을 갖춘 기존의 강자들이 많다. 하지만 이들 역시 대응이 느리면 한순간에 가라앉는다. 그 기회를 잘 살린 누군가가 강자의 위치에 오른다. 예외는 없다. 이것이 바로 코닥의 파산보호가 가져다주는 생생한 교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내 회사만은 안전하다. 혹은 내 회사만큼은 예외라고 믿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건 자유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결국 관을 봐야 눈물을 흘리게 될 것이다. 어차피 얻게 될 교훈이라면 조금이라도 덜 상처입었을 때 역사를 통해서 깨달았으면 한다. 그것이 세상을 좀더 현명하게 사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