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새로운 제품을 둘러싸고 벌이는 논란을 잘 보자. 대부분의 논란은 그저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단순논리 이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아이폰의 새로운 모델이 5가 될 것인지 4S가 될 것인지에 대해서 보통은 어떻게 나올지 여부만 관심이 있을 뿐 그것이 상징하는 의미에 대해서는 잘 생각하지 않는다.


미디어를 지향하는 언론, 혹은 블로거의 존재의미는 이런 일반적인 논란보다 한 걸음 나아가는 데 있다. 이슈에 대한 깊고 세밀한 고찰은 사람들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힘이 된다. 그런 뜻에서 나는 지금의 한국에 필요한 IT평론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애플의 주기적인 제품 출시시기로 미뤄볼 때 다음 새 모델은 아이패드가 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때문에 새로운 아이패드가 레티나급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가졌을 거란 예상부터 시작해 여러 가지 소식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킨들 파이어에 대항할 새로운 모델의 아이패드 출시설이 나와서 흥미를 끈다. 우선 관련 기사를 보자. (출처)  


12월 16일(현지시각) 기가옴, eWEEK, BGR, 로이터 등 많은 미국 IT 미디어들은 타이완의 디지타임즈를 인용해 애플이 내년 두 종류의 미니 아이패드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하나는 아이패드3으로, 1분기 말인 3~4월 중에 발표되며 다른 하나는 아이패드 미니 버전으로 4분기경 발표될 예정이라는 것이다.

디지타임즈는 애플의 부품공급업체로부터 이 같은 정보를 얻었다고 주장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애플은 7.85인치 패널을 LG디스플레이뿐 아니라 AU옵트로닉스로부터도 구매할 예정이다. 또 3~4개월 내 차세대 아이패드를 발표하기 위해 아이패드2용 부품 주문을 줄이고 있으며 부품업체들은 아이패드3용 부품 공급을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디지타임즈는 “2011년 전 세계 태블릿PC 공급대수는 6000만대에 이르며 이 중 70%가 애플 아이패드일 것”이라며 “확대되는 태블릿PC 시장과 소비자 수요 충족을 위해 애플은 차세대 아이패드를 1분기 말 내놓을 것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고 썼다.

이 소식에 대해 포브스는 “아이패드가 줄어든 것인지 아이팟 터치가 커진 것인지”라며 미니 아이패드와 아이팟 터치가 화면 사이즈 외에 차별점이 무엇인지를 반문했다.

이 기사는 요약하면 딱 두 가지의 의미를 가진다. 

1 . 애플이 아이패드의 라인업을 하나 더 늘린다. 더 싸고, 화면 사이즈가 작은 모델을 추가할  예정이다.
2 . 새로운 아이패드 미니는 7인치 모델이 될 것이다.


아직은 출시설에 불과한 만큼 이것이 정말로 나오느냐 나오지 않느냐는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소식이 상징하는 결코 작지 않다. 왜냐하면 현행 아이패드보다 작은 태블릿에 대해 스티브 잡스는 강력하게 거부감을 표시한 바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잡스는 애플의 연구결과 태블릿은 10인치 이하로 작아지면 아무 쓸모가 없으며 사람의 손가락을 사포로 갈아내지 않고는 제대로 조작할 수 없다고 극언을 했다. 그 말 이후로 애플의 아이패드 미니 출시설은 잠잠했었다. 그런데 이제 팀쿡이 맡은 애플에서 다시 그런 소식이 들린다.
 
아이패드 미니 출시설, 어떤 의미를 가질까?

1 . 이것은 하나의 시험대다. 팀 쿡이 전임 CEO인 스티브 잡스의 ‘유훈통치’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제품철학을 선보일 수 있을까 하는 시험이다. 잡스는 위대한 영웅이지만 그 후계자는 유감스럽게도 잡스가 아니다. 똑같이 따라한다고 해서 성공한 리더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팀 쿡은 잡스가 만든 규칙에서 때로는 과감하게 벗어날 수도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만일 아이패드 미니가 나온다면 어떨까? 제품의 성공여부를 떠나서 팀 쿡은 잡스와 차별되는 독자적인 결정을 할 수 있다는 걸 크게 알릴 수 있다.


2 . 아이패드 미니는 애플이 아마존에게 가하는 선전포고가 된다. 아마존의 킨들 파이어는 낮은 성능에도 불구하고 싼 가격과 작은 사이즈, 풍부한 컨텐츠로 인해 아이패드 다음 가는 위치에 올랐다. 딱 두달 만에 말이다. 이런 아마존을 내버려둘 경우 스마트폰에서의 삼성을 능가하는 경쟁자가 될 수 있다.

잡스의 노선에 따르면 아마존은 애초에 경쟁상대가 아니다. 저가격, 소형 태블릿은 애플의 영역이 아닌 것이다. 따라서 내버려두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물류와 유통관리에 능숙한 팀쿡이 아이패드 미니를 통해 본격 저가경쟁을 선언하고 킨들 파이어와 싸운다면? 애플이 저가시장도 노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가 된다.


이처럼 아이패드 미니는 전반적으로 애플과 팀쿡의 바뀐 전략을 상징하는 의미를 지닌다. 때문에 충분히 그 출시여부를 주목할 만하다. 내년이 벌써부터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