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하는 말 가운데는 은근히 모순되는 격언들이 있다. 예를 들어서 ‘양보다 질’ 이라는 말이나 ‘싼게 비지떡’이란 말이 있다. 하지만 반대편에서는 ‘닭 잡는데 소잡는 칼을 쓰랴.’ 라는 말도 있다. 의미를 깊이 들여다보고 해석하는 데 따라서는 정반대로 쓰일 수 있는 말들이다.


애플의 아이패드가 태블릿 시장을 독점에 가깝도록 강하게 점유하고 있는 가운데 이 패권을 빼앗으려는 경쟁업체의 노력도 거세다. 처음에 경쟁업체들은 모든 면에서 아이패드를 따라갔다. 고급스러운 외관, 일체형 디자인, 품질 좋은 디스플레이와 빠른 성능, 그리고 비싼 가격까지도 말이다. 하지만 이 전략은 처참하게 실패했다. 하루가 다르게 나왔던 거의 모든 고가 태블릿들이 판매부진을 겪으며 실패했다.

하지만 희망이 보였다. 웹OS를 채택한 HP터치패드가 재고처리를 위해 싸게 내놓은 물건이 갑자기 매진사례를 보였다. 게다가 뒤늦게 뛰어든 아마존이 전자책 단말기 킨들처럼 싼 태블릿인 킨들 파이어를 내놓아서 선풍적 인기를 얻었다. 대략 20만원-30만원 사이의 가격이면 소비자들이 아이패드가 아닌 태블릿에도 지갑을 연다는 사실이 발견된 것이다.


그때문일까. 한때 아이패드가 아니면 안팔릴 거라고 낙심하던 업계들이 새로운 방향을 발견했다. 고가 태블릿전략을 포기하고 아예 저가 태블릿 전략으로 선회한 것이다. 그리고 이제 싼 제품이라면 당연히 우리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중국에서 다시 도전적인 저가 태블릿을  선보이기에 이르렀다. (출처)

중국 가전회사인 아이놀이 100달러 미만의 안드로이드4.0(아이스크림샌드위치, ICS) 기반 태블릿인 ‘노보7’을 선보였다. 
 
12월 5일 EE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이 태블릿은 현재 중국에서 온라인을 통해 판매 중이다. 7인치 정전식 멀티터치 스크린에 중국 반도체 회사인 아이제닉의 밉스 기반 프로세서가 탑재됐다. 밉스 테크놀로지가 개발한 밉스 코어는 ARM과 인텔의 x86계열 아키텍처와 마찬가지로 프로세서를 구성하는 핵심기술이다. 
 
노보7은 와이파이 802.11 b/g/n과 USB2.0, HDMI 1.3, 마이크로SD를 지원하며, 3D그래픽을 지원하는 비반테의 GC860 그래픽처리프로세서(GPU), 1080p 비디오 디코딩 기능을 가졌으며, 기존 태블릿과 마찬가지로 전·후면 카메라를 갖고 있다. 디스플레이 크기는 8인치와 9인치로 두 종류다. 
 
밉스의 로버트 비스무스 부사장은 “노보7은 아마존의 킨들 파이어와 비슷한 성능을 낸다”고 밝혔다. 아마존 킨들 파이어의 가격은 약 199달러이다. 
 
앤디 루빈 구글 모바일 사업 담당 부사장은 “밉스 기반 안드로이드 4.0 태블릿이 출시돼 기쁘다”며 “저비용·고성능을 요구하는 태블릿 시장에서 큰 승리를 거둘 것”이라고 밝혔다. 안드로이드의 개방성이 컨슈머 기기 시장에서 혁신과 경쟁을 주도한다는 것이다. 
 


역시 중국이다. 백달러 미만이라면 대략 12만원 안쪽의 태블릿인데 이 가격은 전자책 단말기도 좀처럼 쉽게 도달하지 못하던 가격이다. 안드로이드란 공개 운영체제의 힘을 빌리고는 다시 저가전략으로 도전하는 중국업체의 노력에는 감탄할 정도다. 원가 절감을 위해서 자체 프로세서를 쓴다는 점도 이색적이다. 로열티를 많이 요구하는 퀼컴칩이나 비싼 테그라칩으로는 저 가격에 내놓을 수 없을테니까 당연한 선택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뉴스를 보면서 떠오르는 의문이 있다. 과연 업계가 제대로 감을 잡은 것일까? 아이패드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그저 가격을 한없이 낮추는 저가 태블릿을 내놓는 것 뿐일까? 앞서 내가 말한 격언을 보자. 양보다 질인 아이패드를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가볍게 책이나 보고 웹서핑이나 하는 용도에 아이패드 같은 비싼 제품은 사치일 뿐일까?
 
아이패드의 대항마는 초저가태블릿인가?

사실 백달러 정도로 가면 단순히 저가도 아닌 초저가태블릿이다. 1년전에 인도에서 5만원 정도 가격에 내놓는다고 한 교육용 태블릿을 제외하면 상용으로는 아마 이 이상 싸지기도 힘들 정도다. 이런 가격이면 과연 소비자들이 최소한 아이패드를 사고도 한 대 더 사고 싶은 생각이 들까?



답은 ‘아니오.’에 가깝다. 물론 싸면 부담이 적어진다. 사람에 따라서는 백달러 정도는 그냥 술값 정도라 생각하고 쉽게 지출할 수도 있으니까 초저가 태블릿을 살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게 있다. 아직까지 태블릿은 PC가 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하드웨어만 사면 그 안에서 즐길 수 있는 컨텐츠는 웹이나 각종 경로로 쉽게 구할 수 있는 그런 수준까지 도달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아마존의 킨들파이어를 위시한 저가태블릿이 왜 성공했을까? 기본적으로 아마존의 든든한 컨텐츠가 뒷받침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웹OS를  채택한 터치패드가 싸졌을 때 왜 팔렸을까? 최소한 그 위에서 웹서핑이나 동영상, 책읽기, 음악듣기만 해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적어도 HP가 뒷받침했던 만큼 기능성이나 품질은 나무랄데 없었다.

그러나 중국의 이 태블릿을 비롯해서 앞으로 세계의 어디선가 끊임없이 내놓을 초저가 태블릿을 생각해보자. 제대로 된 컨텐츠를 준비해놓고 나올 리가 없다. 안드로이드와의 호환성을 노린다고 해도 알다시피 안드로이드는 아직 호환성이 잘 보장되지 않는다. 자칫하면 제대로 된 컨텐츠를 못 구할 수도 있고 고장이 났을 때 수리도 쉽지 않을 태블릿을 싸다고 살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정확히 정리해보자. 아이패드의 대항마는 ‘컨텐츠가 준비된 저가 태블릿’이다. 그리고 아직까지 그것은 아마존 외에 누구도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도전은 좋은 것이기에 더 많은 경쟁업체가 뛰어들길 바라지만 부디 후속업체들이 ‘컨텐츠’ 라는 존재를 늘 명심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