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워낙 단편적인 현상에만 집착하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미래를 예측하는 견해를 밝히기가 어렵다. 깊은 생각을 해보지도 않고는 무조건 ‘억측이시군요.’ 내지는 ‘그게 무슨 관계입니까?’라고 되묻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런 사람들은 대개 태풍이 불어오기 전에는 오히려 맑은 날씨가 된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태풍은 주위 구름을 다 빨아들이며 이동한다. 따라서 일정반경 밖은 오히려 구름 한점없는 날씨가 된다. 바람이 불고 구름이 몰려와야만 태풍이 온다는 사실을 믿지 그 전에는 태풍이 온다고 하면 맑은 지금 날씨만을 가리키는 것이다.


지금 전자책 업계에 상당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아이패드의 열풍 속에 안드로이드 진영의 태블릿은 반응이 약하다. 그러자 아마존이 킨들파이어를 내놓아 새로운 세력으로 우뚝 섰다. 전통적으로 강세를 띠었던 컴퓨터 업체들은 안드로이드 플랫폼에서 속속들이 패배를 인정하고 철수하고 있다. (출처)

전통적 PC업체들이 태블릿PC 시장의 패배를 인정하고 물러날 것이라고 디지타임즈가 11월1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에 대해 영국 가디언은 이 업체들이 태블릿PC 플랫폼을 교체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했다.

타이완 미디어인 디지타임즈는 “주요 부품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에이서, 아수스텍, 델 등 전통적 PC 생산업체들이 내년 태블릿PC 시장에서 철수할 것”으로 보도했다. 이들은 이미 태블릿PC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애플, 저렴한 가격과 풍부한 콘텐츠로 무장한 아마존, 반스&노블과 경쟁해 승산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디언은 에이서, 아수스텍 등 PC업체들이 태블릿PC 사업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안드로이드에서 윈도로 갈아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에이서는 PC보다 고수익 사업에 주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아수스텍은 2012년 쿼드코어 태블릿PC를 발표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가디언은 “타이완 부품업체들에게 태블릿PC 생산에 필요한 부품 발주를 지연시키고 있다면 MS 윈도8 발표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MS는 아직 윈도8 발표일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힌 바 없다. 그러나 최근 노키아 영국법인 대표가 2012년 6월 윈도8 탑재 태블릿PC를 발표할 것으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 기사 자체는 단지 안드로이드 태블릿의 실패에 낙심한 업체들이 윈도8에 희망을 거는 것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조금 다르게 본다. 이 기사에서 한가지를 더 읽어내려고 한다.



조짐이라는 게 있다. 얼핏 보면 별로 직접적 관계가 없어보이는 데 사실은 심각한 일이 벌어지기 직전에 펼쳐지는 현상일 수가 있다. 배가 침몰하기 전에 쥐떼들이 먼저 바다에 뛰어든다든가, 지진이 벌어지기 전에 동물들이 떼지어 다른 곳으로 떠난다든가 하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업체들은 결코 돈이 되는 시장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런데 PC업체들은 지금 너무도 빨리 태블릿을 포기했다. 아니, 포기했다고 기사에서 쓰고 있다. 과연 정말로 이들이 포기한 것일까? 그게 아니다. 이들은 오히려 질서정연하게 윈도8 태블릿으로 갈아타려고 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아이패드의 시장보다는 오히려 킨들파이어가 노리고 있는 저가태블릿-전자책 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전자책 업계, 윈도8 태블릿을 경계하라.



아이패드의 영역인 고급 태블릿 시장에서는 운영체제와 질 좋은 앱이 있어야 승부수를 던질 수 있다.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많은 업체들이 도전했지만 실적이 좋지 않았던 것은 독자적인 운영체제를 쓰면서 최적화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지 못해서였다. 웹OS등을 쓴 다른 진영은 쓸만하고 충분한 앱을 확보하지 못해서 쓴 맛을 보았다.

윈도8은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비록 마이크로소프트에 약간 종속되어 비용을 내야하겠지만 그 외에는 신경쓸 필요가 없다. 기존 PC에서 이어지는 운영체제는 기반이 탄탄하고 풍부한 앱이 확보된다. 또한 사용자 경험도 결국 MS에서 책임져 준다. 각 업체는 오로지 원가절감과 하드웨어 완성도에만 신경쓰면 된다.

아마존은 전자책 단말기에 있어 킨들을 기반으로 킨들 파이어 등으로 점차 확대해가는 전략을 쓰고 있다. 독자 스마트폰까지 계획할 정도이다. 거기에는 컨텐츠기업으로서 하드웨어는  손해만 안보는 수준에서 팔면 된다는 자신감이 있다. 가격이 싼 저가 단말기 시장이기에 아이패드와 직접 부딪치지도 않으면서 비교적 다양한 쓰임새로 어필할 계획이다.


그러나 윈도8 태블릿이 저가화되면 이런 킨들 단말기와 같은 시장에서 부딛치게 된다. 아이패드와 같은 가격대가 아닌 시장으로 내려온 윈도8 태블릿은 전자책이나 가벼운 업무, 간단한 교육과 같은 분야를 노릴 것이며 부분적, 혹은 전면적인 윈도와의 호환성을 무기로 삼을 것이다.

킨들이나 누크 등 전자책 기기가 그나마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윈도가 태블릿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값싼 윈도8 태블릿이 나오면 확실히 위협을 받게 된다. 사용자들은 보다 익숙하고 컨버전 등의 부담이 적은 기기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나아가서 흑백 혹은 컬러 전자잉크를 채택한 윈도8 태블릿이 나오게 될 가능성도 생각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전자책 기능은 단지 하나의 기능으로서 태블릿에 흡수되게 된다. 이때 만일 MS가 Bing을 앞세워 전자책 사업에 뛰어들기라도 한다면 ? 아마존의 대표적 수익모델이 위협받을 수 있다. 이것이 내가 전자책 업계가 긴장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다. 기존 PC업체의 윈도8 태블릿 발매는 그 조짐으로 볼 수 있다. 과연 아마존이 어떤 대응을 하게 될 것인지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