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반성 하나를 해야겠다. 나는 그동안 이 땅의 20대들이 어떠한 삶을 살고 있는지에 대해  실감하지 못했다. 요즘 청춘들이 힘들다고 하는 말을 들어도 ‘뭐 어느시절인들 젊은이들이 안 힘들었나?’, 내지는 ‘모든 사람들이 다 자기는 힘들다고 하지.’ 라는 수준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단지 그게 아니었다. 최근 방영되는 하이킥-짧은 다리의 역습에서 보여지는 빚쟁이에 취업안되는 대학생들의 이야기는 코미디조차도 아닌 현실이었다. 너무도 현실과 같기에 오히려 하이킥이 블랙코미디가 되고, 시청자들이 보기 괴로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아르바이트를 해야하고, 졸업하고 나면 빚만 수천만원에 달하는 현실은 남의 일이 아니다. 최근 내가 만난 몇몇 대학생들도 입을 모아 동의했다. 이런 가운데 취업은 또 엄청나게 힘든 현실은 대체 청춘들에게 꿈과 희망이 있는가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이런 청춘들을 격려하고 일으켜세워야 하는 것은 누구의 책임일까? 바로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함께 살아가야 할 우리가 그들에게 힘을 주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여의도 플로팅 스테이지에서 열린 청춘페스티벌에 관심이 갔다. 가수와 예능인, 교수들이 각각 노래와 스토리, 강의로서 청춘들에게 힘을 주겠다는 취지는 누가봐도 아름다웠다.


당일 본래는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오히려 맑았다. 따가운 햇빛이 내리쬐는 가운데 초여름 같은 좋은 날씨에서 콘서트는 시작됐다. 날씨가 좋아서 많은 청춘남녀들이 몰려서 야외스테이지를 꽉 채웠다.

낮시간, 환한 태양빛 아래서 첫 무대가 시작됐다. 예전 걸그룹 티티마의 멤버였던 소이의 무대가 먼저였다. 우연히도 요즘 내가 듣고 있는 노래가 티티마의 히트곡 ‘프리즘’이었다. 놀라운 일치다. 소이는 지금 홍대의 인디밴드 라즈베리필드의 싱어로 활동하고 있다.


소이의 노래는 잔잔하고도 듣기 좋았다. 한때 기운찬 걸그룹이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녀는 아티스트에 가까웠다. 하지만 정작 더 감명깊었던 건 노래가 끝난 후 스토리였다.

지나친 겸손인가? 소이는 스스로도 찌질한 청춘이지만 이란 단서를 달면서 말했다. 성공한 인생이라고 말해야 되는것 아닌가 라고 생각했지만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서 느끼는 바가 있었다. 걸그룹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시키는 대로 했고 지금에 와서야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해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스스로 쓴 시를 읽어주었다. 다른 부분은 기억나지 않지만 마지막 부분은 정말로 기억난다. ‘청춘들이여, 힘내세요!’ 라는 부분이었다.


잔잔한 무대 뒤에 흥겨움을 책임진 델리스파이스의 무대는 즐거웠다. 폭발적인 사운드를 구사하면서 어느새 앞으로나와 손을 잡아주는 게 인상적이었다. 나도 그 틈에 평생 처음으로 가수 손 한번 잡아보았다.


가수들의 노래무대가 일단 막을 내리고 강사들의 강연이 이어졌다. 교수를 가르치는 교수로 유명한 조벽교수는 공무원이 청춘의 꿈과 희망이 되는 현실을 매우 안타까워했다. 그가 강조한 것은 창의성과 도전정신이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좋아하는 일을 하라. 이것은 취업난과 생계문제로 점점 위축되는 청춘들에게 이정표를 제시하는 면에서 의미있었다.


영화배우로 유명한 이범수의 강연은 독특했다. 드라마 ‘자이언트’로 유명한 그 강연의 주제는 ‘거인이 되려하지 말자.’였다. 그것은 처음부터 커다랗고 힘든 목표를 세워서 좌절하기보다는 작은 목표를 하나씩 쌓아서 마침내 큰 목표를 이룬다는 이범수 스스로의 인생에서 나온 교훈이었다. 어떤 면에서 보자면 청춘들에게 보다 현실적인 성취방법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뜻있는 말이었다.


뽀로로를 만들어 크게 성공한 최종일씨의 강의는 더욱 소박했다. 처음부터 작정하고 나온듯  ‘저는 성공한 경험이 아니라 실패한 경험을 들려드리러 왔다.’ 라고 말을 꺼냈다. 그래서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그가 내놓는 이전 사업경험을 들어보니 그 말이 아프게 다가왔다. 녹색전차 해모수를 비롯해 지난 시절 한국 애니메이션이라 떠들썩하게 방영되었지만 실패했던 상당수 작품이 거기에 있었다. 

그렇게 실패를 통해 경험을 얻고는 마침내 뽀로로를 만들어 대성공을 거둔 것이다. 최종일씨가 남긴 말은 한가지였다. 실패를 통해 교훈을 얻고 다시 일어서서 도전하라는 것이다. 결국 최후에 웃는 자가 승리자이며 실패가 없이는 성공도 없다. 눈앞의 위험에 위축되고 실패를 두려워하는 청춘들에게 도움이 될 듯 싶다.




조규찬의 무대도 의미있었다. 가수로서 자기 인생을 잔잔히 이야기하고는 그 사이에 아름다운 노래를 덧붙여서 유익한 시간으로 만들었다. 김미경씨의 구수하고도 신랄한 독설은 생동감에서 최고였다. 연거푸 빵빵 터지는 유머와 그 사이에 들어있는 일말의 진실에 모두는 매우 즐거워했다.

무한도전의 정형돈이 나왔을 때 무대는 가장 관심이 집중됐다. 워낙 유명한 엔터테이너이자 지금 가장 잘나가는 사람으로서 그의 인간적 면모를 듣고 싶어하는 청춘들이 많았다. 팬클럽에서 온 듯한 몇몇이 앞자리까지 나와 시멘트 바닥에 앉아 대담을 들었다.



정형돈은 특유의 입담으로 사회자와 함께 관중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조금씩 어둠이 깔리는 가운데 정형돈은 스스로의 소소한 이야기를 풀어내며 특별히 교훈을 의식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는 함께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청춘들에게 힘을 줄수 있는 매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슈퍼스타K 2를 통해 스타가 된 싱어송라이터 장재인의 무대는 어떻게 보면 가장 허술했지만 동시에 가장 순수했다. 앞서 나온 모든 사람들은 이미 연예인으로서 스스로의 모습을 포장하고 있는 데 익숙했다. 하지만 장재인을 그런 게 없었다. 그녀는 언제나 홍대에서 노래하고 연주하는 가수로서, 그리고 갓 스무살을 넘긴 소녀로서의 수줍음에 충실했다. 


그런 모습이 오히려 진짜 이 자리에 있는 다른 청춘과 똑같다는 일체감을 주었다. 그리고 그녀가 노래하는 잔잔한 기타와 음악은 한강의 풍경과 함께 부드러운 감촉을 던져준다.

마지막은 어떤 공연이든 열광적 반응을 이끌어내는 다이나믹듀오의 무대였다. 사실 처음에는 누군지도 몰랐지만 음악을 듣는동안 내가 이미 들어본 곡들이 두 곡이상 있었다. 이들은 숨쉴틈 없이 폭풍같은 무대를 펼쳤고 그 자리는 갑자기 클럽과도 같은 열기가 흘렀다. 예정시간을 훨씬 넘겨 몇 곡을 더 하고서 물러나는 이들에게 계속 ‘앵콜’ 요청이 쏟아졌다.


신한은행이 후원한 가운데 펼쳐진 이번 S20 청춘페스티벌을 즐기는 동안 나는 많은 것을 생각했다.

청년 자살율 76개국 가운데 1위, 청년실업 300만, 한국 청년 88만원 세대... 우린 청춘을 잘 살고 있을 걸까? 주최측 에서 나눠준 팜플렛을 펼치면 바로 나오는 글귀다. 전세계에서는 금융권을 포함한 가진 자의 탐욕을 질타하고, 자라나는 청춘과 태어나지 않은 세대가 착취당하는 현실에 분노한다. 1퍼센트가 99퍼센트를 물질로 지배하려는 사회를 맞아 청춘들에게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말해야 하고, 외쳐야 한다. 세상은 결코 한꺼번에 바뀌지 않는다. 끊임없는 노력과 도전, 사랑과 희망이 보다 나은 내일을 만든다. 20대의 청춘들이 좌절하지 않도록 하고 그들에게 꿈을 주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 감히 무엇을 하라고 명령할 수 없다. 일종의 기성세대로서 나에게는 그럴 자격이 없다.


대신 나는 간절히 부탁하고 싶다. 아무리 현실이 힘들고 괴롭더라도 분명 길은 있다. 세상을 바꾸고 스스로를 바꾸고 모두를 행복하게 할 길은 반드시 있다. 그러니 청춘들이여, 힘내세요! 우리의 미래는 결국 청춘 여러분들이 만드는 것입니다! 주인공은 여러분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