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첨단기술 분야에서는 퓨전(융합)이라는 말이 자주 쓰인다. 어떤 한 분야의 기술이 그대로 똑바로 발전하는 것보다는 다른 쪽 기술과 융합해서 획기적인 기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예전에 한국에서 MP3플레이어란 기기가 갓 나와서 선보일 당시에, 나는 팜 파일럿이란 아주 작은 PDA를 쓰고 있었다. 전자수첩 기능에서 발전한 PDA는 터치스크린 기능을 가지고는 지금의 스마트폰과 비슷하게 앱을 다운로드 받아 쓸 수 있었다. 그런데 이 기기는 음악재생이 안되고 메모리가 늘 모자랐다. 반면에 MP3 플레이어는 음악을 넣기 위한 메모리는 많았지만 기능이 음악재생 중심으로 다른 기능은 부족했다. 



거기서 내가 생각한 것은 간단했다. PDA와 MP3플레이어란 두 기기를 그냥 연결할 수 있든지 합치면 안되나? 하는 것이다. 단순하지만 가장 명쾌한 아이디어였는데 결국 나 혼자만의 푸념으로 끝났다. 하지만 만일 내가 실리콘 밸리에 살았다면 즉시 벤처기업을 차려서 크게 성공했을 지도 모른다. 얼마후 정말 그런 기기가 시장에 나왔으니까 말이다.

이번 아이폰4S를 한번 보자. 이번 발표회를 지켜보던 네티즌은 애플이 매우 오랜 시간을 들여 카메라 기능을 강조하는 걸 보았다. 애플이 드디어 카메라 업계에 진출하나 보네요. 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캐논과 니콘이 긴장해야겠다는 농담도 곁들여졌다. 그만큼 애플은 이번 아이폰4S에서 성능 좋은 카메라와 그 카메라를 이용한 포토부스 앱 등을 꼼꼼히 강조했다.

8백만 화소로 늘어나고 조리개수치가 2.4로 확연히 늘어난 이번 아이폰 카메라는 분명 상당한 진보를 이뤘다. 보다 선명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건 분명 소비자에게 좋은 일이다. 하지만 정작 이 카메라 모듈부품은 애플의 무슨 독자기술력이 아니다. 예전에 내가 소니의 엑스페리아 아크를 소개하면서 썼던 바로 그 카메라 모듈이었다. 예상대로 소니의 기술력이 아이폰에 도입된 것이다.(출처)  



Chipworks의 iPhone 4S 분해 결과에 의하면, iPhone 4S에 소니 카메라가 장착된 것이 확인되었다. Chipworks는 적외선 현미경과 X-Ray를 통해 이미지 센서 내부에 '소니' 마크를 확인했고, 센서 레이아웃이 옴니비전의 센서 레이아웃과 다른 것을 발견했다.
새 iPhone 4S는 이면조사 CMOS 센서를 장착했는데, 이는 소니 에릭슨 XPERIA 아크와 니오에 사용된 같은 센서이다.
 
자, 여기서 분명히 해두자. 나는 지금 애플이 아이폰4S에 예전에 나왔던 소니의 부품을 썼다고 비난하려는 게 아니다. 애플이 부품회사도 아니고, 종합 반도체 회사도 아닌 이상 타 회사에 좋은 부품이 있을 때 그걸 쓰는 건 당연하다. 내가 말하려는 중요한 요소는 애플이 이 좋은 카메라 모듈로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 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이제부터 내가 말하려는 카메라의 미래다.

아이폰 4S가 보여주는 카메라의 미래는?

애플의 라인업과 발전 방침은 어떻게 보면 참으로 강력하면서도 단순하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iOS는 매킨토시의 운영체제 OS X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맥이 이전에 구현했지만 다소 모바일에서 구현하기 힘들었던 부분을 하나씩 구현해가는 방향의 발전이 많다.



이번 아이폰4S에서 강조된 카메라 기능의 발전방향은 간단히 말해서 ‘사진과 동영상 편집 기능의 대폭 강화’ 다. 우리는 보통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는 그 자리에서는 그게 잘 나왔나 하는 확인만 한다. 그리고는 그 사진을 나중에 컴퓨터로 옮겨서는 가공한다. 카메라는 찍는 기능만 하고, 컴퓨터는 가공하는 기능만 한다. 이게 당연한 상식이었다.

그러나 애플이 추구하는 카메라의 미래는 그것이 아니다.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통해 점차 사진찍기와 사진가공을 단 하나의 기기에서 하도록 권하고 있다. 사실 그 분야에서 밥벌어 먹는 전문가를 제외하고 일반인이 필요로 하는 편집기능에는 굳이 고성능 컴퓨터가 필요없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는 포토샵에서도 정작 쓰는 기능은 얼마 되지 않는다.



본질을 따져보면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크기만 작다뿐이지 하드웨어적으로 완벽한 컴퓨터다. 노트북이나 데스크탑에 비해 입출력 장치만 제한될 뿐이다. 그런데 같은 컴퓨터인데 한컴퓨터에서는 사진만 주로 찍고는 가공은 일부러 다른 컴퓨터로 옮겨서 한다? 이건 뭔가 비효율이고 낭비에 가깝다. 필요한 소프트웨어-앱만 있다면 차라리 찍은 그 기기에서 가공하는 게 훨씬 편하고 효율적이다.

장기적으로 볼때 아이폰4S 에서 아이폰5까지 애플은 카메라 기능을 더욱 앱과 밀착시킬 것이다 포토부스와 아이무비, 아이포토 까지 연결된 맥에 가깝게 말이다. 어쩌면 쿼드코어칩이 탑재될 아이패드3에서는 최고의 동영상 편집기인 파이널컷 이 등장할 지도 모른다. 마치 공산품의 유통단계를 줄여 발전을 이룩하듯 , 애플은 카메라에서 촬영과 사진가공의 단계를 단축시키려 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미래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이것은 바로 전문가용 사진가인 DSLR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크고 무거운 이 카메라도 안에 있는 본질적 부품은 점점 컴퓨터에 근접하고 있다. 점점 큰 메모리와 빠른 처리속도를 가진 칩, 밝고 큰 디스플레이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이제 DSLR에도 본격적인 운영체제와 앱이 올라갈 날이 멀지 않았다. 

농담이 아니다. 감히 말해보자면 앞으로 캐논과 니콘, 소니의 전문가용 DSLR 카메라에서 안드로이드나 윈도폰7 같은 운영체제를 쓸 날이 가까워졌다는 뜻이다. 그것은 각 기기가 융합하는 미래의 흐름에 비춰서 거부하기 어려운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