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농담삼아 하는 말 가운데 재미있는 말이 있다. ‘싸니까 용서할 수 있어.’ 이런 말을 우리는 일상생활 가운데 한번씩은 써보았을 것이다. 그렇다. 싸다는 건 사실 분야와 시대를 막론하고 가장 강력한 무기다. 소비자는 비슷한 품질이면 당연히 싼 것을 산다.

생산자는 거꾸로다. 자기 제품을 비싸게 팔 수 있는데 일부러 싸게 팔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자본주의 논리는 본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박리다매라는 말까지도 사실은 이윤을 크게 하기 위해 원가를 낮추는 결과물일 뿐, 생산비가 그대로인데 싸게 파는 일은 누구도 바라지 않는다.



애플은 혁신을 내세워 고부가가치를 구현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다. 애플이 내놓은 제품 가운데 원가 대비로 싸다고 느낄 만한 제품은 거의 없다. 애플2, 매킨토시, 아이폰, 아이패드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상당한 순수익률을 보인다. 아이팟이 그나마 싼 제품이지만 그것도 워낙 원가가 싼 제품이기에 싸게 보일 뿐이다. 어쨌든 비싸지만 소비자에게 주는 가치와 만족감이 그것을 앞선다면 좋은 제품이고 잘 팔린다. 태블릿에서는 아이패드가 취하고 있는 좋은 전략이다.

그렇지만 세상에는 다른 비즈니스 전략도 있다. 이른바 콘솔게임기 전략이라고도 한다. 하드웨어를 원가, 혹은 원가 이하로 팔아서 일단 보급률을 늘린 뒤, 그 하드웨어를 플랫폼 삼아 실행되는 컨텐츠를 팔아 이익을 얻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소비자의 초기 가격부담을 완화하고는 지속적으로 만족감을 줄 수 있는 방법이다. 최근 킨들이 아이패드를 전자책 경쟁자로 삼아 취하는 대응 전략이다. 다음 뉴스를 보자.(출처)



웨지 파트너스의 브라이언 블레어 애널리스트는 "아마존이 전자책이나 영화 음악을 판매하게 되면 낮은 마진의 이익을 보충하고도 남을 것"이라며 "아마존은 다른 경쟁자들과 달리 애플과 가장 비슷한 사업모델을 추구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아마존은 이와 함께 터치 스크린 e리더 '킨들 터치'를 공개했다. 킨들 터치 가격은 99달러로 책정됐으며 흑백 제품으로 이전 킨들이 가지고 있던 키보드를 찾아볼 수 없다. 이는 11월21일부터 판매된다. 

이날 아마존은 79달러짜리 비 터치스크린형 킨들 제품도 공개, 판매했는데 이전에 가장 싼 킨들이 114달러였던 것을 고려하면 기존 가격보다 30% 가량 인하된 가격이다. 이는 아마존의 e리더 경쟁제품인 반스앤노블의 '누크(139~249달러)'보다도 싼 가격이다.

아마존 이전에도 물론 초저가 태블릿과 초저가 전자책 단말기가 있었다. 중국에서 부품값 외에 어떤 부가투자도 품질보장도 없이 만들어낸 제품들이다. 이 제품은 분명 싸지만 소비자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으며 컨텐츠도 없었다. 그러기에 싸지만 아이패드에 아무런 위협도 줄 수 없었다.



아마존 킨들 터치, 애플에 위협이 되는 이유는?

하지만 킨들 파이어와 같이 나온 킨들 터치, 그리고 79달러짜리 킨들을 보자. 이건 조잡한 중국짝퉁이 아니다. 물론 아마존이 폭스콘에 위탁했으니 중국산이긴 하다. 하지만 아마존이란 브랜드가 컨텐츠와 품질을 보장하는 전자책 단말기다. 그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아이패드 역시 폭스콘 생산이지만 애플이 보장하는 제품이지 않는가?

그러니 적어도 애플과 동급의 신뢰수준을 가진 아마존 단말기가 79달러까지 싸질 수 있다. 이건 충격이다. 다른 업체들이 그 이상 낮출 수 있는 여지가 있을까? 1달러나 2달러 낮추는 걸로는 어림도 없다. 10달러 이상 낮춘다고 해도 과연 중국제 저가 단말기를 아마존 단말기보다 싸다고 살까?


아이패드가 독보적으로 나가는 이유는 컨텐츠 때문이다. 하드웨어가 다소 비싸도 그 안의 컨텐츠가 가치를 준다. 그런데 아마존도 종류는 좀 다르지만 상당한 가치를 준다. 그러면서 가격은 79달러까지 나온다. 적어도 미국 소비자에게 이게 어떤 메시지를 줄까? 

1 . 아이패드가 좋은 제품인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아마존에 비해 과연 이렇게까지 비싸게 주고 구입할 가치는 있을까?

2 . 아마존은 컨텐츠만 팔아도 충분히 하드웨어에서 부족한 이윤을 매울 수 있다. 애플을 비롯한 안드로이드 등의 업체들은 왜 이렇게 하지 못할까?


당연한 의문이다. 단기적으로 애플은 이 의문에 굳이 대답할 필요가 없다. 지금 잘 팔리고 있는 아직 아이패드에 제대로 싸울 경쟁제품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킨들 파이어를 비롯해 아마존이 점차 단말기에서 벗어나 태블릿 영역으로 올라가면 장기적으로는 이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 

그리고 애플의 비즈니스 모델로는 답변은 한가지다. ‘싫으면 사지마.’ 애플은 한번도 초저가형 제품을 만들어 내놓은 일이 없다. 아마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어쩌면 아마존은 제 2의  마이크로소프트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애플의 장점을 흡수해서는 저가형으로 널리 보급시키는 비즈니스 모델 말이다. 이것이 바로 킨들 터치를 통해서 보는 치명적인 위협가능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