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 시장속 싸움에 아마존이 뛰어든다고 했을 때만해도 나는 다소 시큰둥했다. 그냥 전자책 단말기로만 가도 충분히 성공하는 걸 뭐하러 태블릿에 가서 아이패드랑 싸우지? 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다. 이대로 당분간이라면 모를까, 미래를 내다보지 않고 현실에 안주하면 기다리는 건 죽음 뿐이다.




애플이 왜 압도적으로 잘팔리는 아이팟을 놔두고 생소한 스마트폰에 뛰어들어 아이폰을 만들었을까? 음악기능 자체가 점차 다른 기기에 전부 통합되는 상황에서 당장의 매출만 보고 안주하면 기다리는 건 쇠락뿐이란 걸 알기 때문이다. 지금 아이팟 셔플과 클래식이 큰폭의 매출감소를 보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애플이라고 해도 시장추세를 거역하지는 못한다. 


마찬가지로 아마존 역시 전자책 기기 하나만 가지고 앞으로 10년 이상을 가져가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다. 태블릿으로 모든 것이 통합될 게 분명한 상황에서 오히려 이때 치고 나가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길에는 애플 아이패드가 굳건히 버티고 있으며 안드로이드 태블릿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또한 윈도8을 앞세운 MS도 어떻게 하든지 들어가려고 벼르고 있다. 얼핏 봐서 블루오션이지, 사실은 태블릿 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이다.


그러나 아마존은 그 와중에서 해법을 찾아낸 것처럼 보인다. 다음 뉴스를 보자.(출처)




애플 아이패드의 실질적인 대항마가 될 것으로 여겨진 아마존의 '킨들 파이어'가 마침내 9월 28일(현지시간) 공개됐다.



관심을 끌었던 킨들 파이어의 가격은 예상보다 더 낮았다.199달러다. 200달러를 밑도는 파격적인 가격이다. 전문가들은 250달러 정도로 예상했었다. 애플 아이패드의 최하 가격인 499달러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이어서 주목을 끈다.

결과적으로 킨들 파이어가 태블릿 시장의 가격 파괴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킨들 파이어는 구글 안드로이드를 운영체제로 쓰며, 웹브라우저의 경우 클라우드 기반으로 속도가 빠른 새 아마존 브라우저 '실크(Amazon Silk)'를 사용한다.

킨들 파이어는 또 와이파이 연결은 가능하지만 3G나 기타 이동통신망을 이용한 접속은 불가능하다. 또 카메라와 마이크로폰 등은 탑재되어 있지 않다. 기존 태블릿에 비해 몇가지 기능이 빠지거나 사양이 낮은 셈이다.


그 러나 아마존은 킨들 파이어를 올인원 컴퓨팅 디바이스로 보지 않는다. 그보다는 책과 잡지를 읽고 영화를 보며 음악을 듣는 미디어 소비 기기로 여기고 있다.

따라서 PC가 아닌 저가 미디어 태블릿이라는 강점을 바탕으로 아이패드에 맞설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킨들 파이어의 파괴력이 대단할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다.

BGC 파트너스의 애널리스트 골린 길리스도 "(태블릿 시장에서) 모든 게 가격으로 요약되고 있다"며 "(현재 아이패드가 주도하고 있는) 태블릿 시장을 뒤흔들려면 가격이 최대 변수"라고 설명했다.

웨지파트너스의 브라이언 블레어 애널리스트도 "아마존이 단말기 뿐 아니라 다른 책이나 영화, 음악 등을 판매함으로써 보다 낮은 마진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을 것"이라며 "아마존은 다른 경쟁자들과 달리 애플과 가장 유사한 사업모델을 구축하고 있다"며 높이 평가했다.

지금까지 가격이 아닌 하드웨어 사양으로 경쟁한 태블릿은 대부분 아이패드에 참패를 당했다.



위의 뉴스에서 제시한 아마존 킨들 파이어의 특징은 딱 세 가지다. 그리고 이것은 아이패드가 가지고 있지 못한 점을 충분히 공략했다. 향후 이것은 아이패드에 맞서 태블릿 시장을 노리는 모든 업체에게 모범적인 공략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킨들 파이어가 제시한 아이패드 공략법은?


1 . 안드로이드를 채택해서 개방성을 주었다. 기본적으로 안드로이드 앱과 호환성이 있으므로 다양한 앱을 쓸 수 있다. 아마존 특유의 기능제한이 있지만 독자적 운영체제로 가는 것 보다는 상당히 오픈되어 있다. 다양한 활용성을 준다는 면에서 매우 바람직하다.


2 . 가격이 싸다. 그렇다고 중국제 태블릿처럼 조잡하거나 믿지 못할 품질이 아니다. 부담없이 살 수 있는 가격과 품질을 동시에 만족시킬 것으로 보인다. 노트북과 함께 사서 쓰기에 부담없다는 점이 좋다.


3 . 확실한 용도와 풍부한 컨텐츠를 가지고 있다. 전자책 읽기에 상당히 좋고 특히 아마존 특유의 클라우드와 연관시켜 동영상과 컨텐츠를 볼 수 있게 한 점은 아이패드보다 한발 앞서 나갔다.


단지 전자책 업체일 뿐이던 아마존이 감히 애플 아이패드에 대항해 태블릿을 출시한다고 했을 때는 대부분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하지만 지금 제대로 내놓은 킨들 파이어를 보자. 아마존은 마치 ‘아마존 전사’처럼 용감했다. 결코 무모한 만용이 아니다. 상업적인 성공여부야 두고 봐야겠지만 방향만큼 확실히 제대로 짚었다. 




특히 아이패드에 대항하다가 좌절한 모든 업체들이 놓친 ‘저가화’ , ‘컨텐츠 특성화’를 잘 잡았다는 점을 눈여겨보자. 솔직히 아이패드가 차지한 영역은 고수익 영역이라 탐나겠지만 그만큼 지속성에서는 좀 불안하다. 차라리 품질이 보장된 저가 태블릿이 훨씬 가능성이 있다. (이틀 전 포스팅인 태블릿시장, 저가 경쟁 시대로 가게 될까? 를 참조.)


컴퓨터 초창기에는 개인용 컴퓨터가 1만달러였어도 사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점점 일상화되면서 1만달러짜리 개인용 컴퓨터라는 건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미친 짓이 된다. 아이패드의 현재 가격은 결코 그게 합리적이라든가 적당해서라기보다는 그만한 품질과 만족감을 주는 기기 가운데 더 싼 것이 없이 때문이다. 태블릿이 일상화되면서 기능과 다른 요소의 차이가 줄어들면 오히려 아마존과 같은 방식이 이기게 된다. 냉장고나 세탁기, 대형티비와 비슷한 영역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아마존의 킨들 파이어는 충분히 주목할 가치가 있다. 이번 킨들 파이어는 1대당 오히려 50달러 정도를 손해보고 파는 태블릿으로서 컨텐츠 수익으로 만회하는 구조다. 앱을 싸게 팔아서 소비자를 유혹하고는 하드웨어를 비싸게 팔아서 이익보는 애플의 비즈니스 모델과 정확한 대칭을 이룬다. 과연 어느쪽이 이기게 될까? 한번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