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이 가장 관심있게 생각하는 분야는 무엇일까? 뭐니뭐니해도 ‘건강’ 이 아닐까싶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돈이 많고 명예와 권력이 있어도 늘 시름시름 앓아서 병석에 있다면 절대로 행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건강해지는 각종 심신단련법, 먹는 것, 입는 것에 이르기까지 굉장히 많은 지식들이 현대에 전해지고 있다. 


오죽하면 동양에서는 ‘보약’이라는 개념까지 등장했겠는가? 중국의 역대황제들은 심지어 불로장수를 꿈꾸며 연단술로 제조한 납과 수은의 화합물을 먹다가 오히려 조기에 사망하기도 했다. 이만큼 특히 먹는 것으로 건강을 지키고 몸을 활성화시킨다는 개념은 매우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유기농’ 혹은 ‘오가닉’ 역시 건강을 염원하는 바램이지만 주술이나 미신이 아닌 과학적인 근거에서 출발한다. 인간의 몸을 이루는 세포는 살아있는 유기체이며 여기에 가장 친화적인 유기물과 효소가 건강의 원천이라는 착상에서 시작한다. 이것은 바이오 기술로 대표되는 미래산업과도 방향이 일치한다.


오랫동안 효소와 유기농 작물로 만든 요리를 연구했던 블로거 유진의 책은 그래서 자뭇 흥미롭다. 미국 테네시 주에서 스스로 레시피를 고안하며 창의적이고 몸에 좋은 요리를 꾸준히 블로거에 소개해온 유진은 나와 친한 이웃블로거이기도 하다. 이번에 새로 나온 ‘파티오 유진의 오가닉 식탁’ 은 무려 179가지의 자연주의 레시피를 모아서 소개한 책으로 놀랍도록 풍부한 요리와 매우 쉽게 설명한 요리법이 인상적이다.



이 책은 평범한 요리블로거의 그저그런 요리책이 아니다. 먼 미국 땅에서 한국요리를 베이스로 현지에서 나오는 재료와 유기농 효소를 응용해서 실험과 연구를 거듭한 유진의 독특한 경험과 지혜가 녹아들어있다. 자기 집에서 재배한 작물과 함께 작은 실험실 같은 환경을 구축해서 여러가지 시도를 통해 가장 좋은 레시피를 개발해낸 점에서 다른 누구도 쉽게 따라가지 힘들다. 이 책이 가진 특징을 크게 세 가지로 압축해보자.

자연을 그대로 먹는다! 유진의 오가닉 식탁.

1 . 건강을 최우선으로 놓은 재료.


이 책의 첫부분은 ‘효소’ 로 시작한다. 보통 아무 생각없이 가정에서 쓰이는 설탕같은 감미료는 그다지 몸에 좋은 물질이 아니다. 사탕수수 원액이라면 몰라도 가루형태의 설탕은 공장의 정제과정을 통해 식품이라기 보다 화학물질에 가깝게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몸에 좋다는 흑설탕조차도 가짜가 많아서 믿기 어렵다. 



이 책은 유기농 설탕과 EM(천연미생물발효제)를 이용해서 각종 효소를 만드는 법을 잘 설명해준다. 양파효소부터 시작해 과일효소와 채소효소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이런 효소는  각종 요리에 설탕 대신으로 들어가 맛을 내주면서 동시에 건강한 오가닉 식탁의 기본을 만들어준다. 이처럼 가장 기초과정부터 건강을 생각한 점이 독특하다.

2 . 쉽게 구하는 재료로 만드는 친숙한 요리.

아무리 건강에 좋다고 해도 사람은 본능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것을 거부한다. 예를 들어 치즈를 먹는 문화가 없는 사람에게 곰팡이가 슨 치즈는 두려움의 대상일 뿐 좋은 음식으로 선뜻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반대로 된장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 얼큰한 청국장 역시 혐오감만 주는 음식일 뿐이다.


오가닉 식탁에 소개된 요리는 이런 면에서 한국사람의 입맛과 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다. 작가인 유진 스스로가 한국인이니 당연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가 미국에서도 시골에 속하는 테네시 주에 살고 있다는 걸 생각해보면 쉬운 일은 아니다. 미국과 한국은 토질과 기후가 전혀 다르다. 그런 와중에서 한국요리를 구현하는 건 당연히 어렵다. 


유진은 스스로 집에서 키운 작물 외에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양배추를 이용한 김치, 매운 멕시코 고추를 이용한 핫소스 등 다양한 시도와 연구를 했다. 과일 효소를 만들고 남은 찌거기를 사용해서 식초를 만들기도 했다. 이런 것은 일반적인 요리책과는 달리 치열한 연구의 증거다. 또한 이 책이 단순히 ‘고급요리’ 를 만드는 책이 아니라 가정에서 알뜰하게 ‘가정요리’를 만들수 있는 책이라는 걸 보여준다.

3 . 창의력이 넘치는 레시피.

아무리 건강에 좋고 친숙한 요리라고 해도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요리를 다시 나열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면 매력이 떨어진다. 그건 그저 재료만 바꾸었을 뿐 새로운 요리책이라고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김치를 담그는 데 그저 효소와 유기농 배추를 쓰는 것만 다르다면 일부러 요리법을 장황하게 써서 설명할 필요가 없다.


유진의 요리에는 창의력이 넘친다. 단순히 효소와 유기농을 찬양하거나 집에서 작물을 재배해서 먹자는 수준이었다면 아마 책을 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설령 건강이나 친숙한 요리 라는 요소를 빼더라도 이 책은 볼 가치가 있다. 바로 유진만의 창의력이 한껏 발휘된 요리법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내게 있어서 창조란 대상을 거꾸로 보고 뒤집어 보는 것이다.’ 라고 언급한 대목이 매우 인상적이다. 확실히 책속에 있는 유진의 레시피는 기존의 습관적 조합이나 관념을 뒤집어본다. 김치를 두른 양념치킨, 쌈밥김밥, 누룽지팬케이크 등은 퓨전한식이라는 카테고리를 통해 그녀의 창의력을 한껏 떨치고 있다. 이 정도면 발표회장에 검은 터틀넥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나와서 ‘어썸(놀랍죠)!’ 이라고 외쳐도 될 것 같다.



건강에 좋고도 창의적인 요리라는 건 사실 매우 힘들다. 자칫하면 하나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한 어중간한 요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파티오 유진이 끊임없는 관심과 노력으로 완성시킨 레시피들은 하나하나가 보석같이 빛난다. 이런 레시피들을 모은 그녀의 책이 벌써부터 대형서점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어 있는 것도 그래서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현재 이 책은 출간 5일만에 재료별 요리 2위, 교보문고 요리책분야 베스트셀러 47위에 올라있다.)


현대사회속에서는 인스턴트 음식과 인공감미료에 찌들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에게 있어 이런 책속의 지식과 레시피들이 도움이 되어 보다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일까? 자연을 먹는 가장 쉽고 맛있는 방법이란 타이틀이 인상적인 이 책을 선뜻 소개하고 싶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