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를 사면서 내가 기분좋게 사용했던 기능은 독서였다. 아이북스에서 단행본이나 만화를 보는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나를 감탄시킨 것은 전자잡지였다. 수많은 잡지사에서 미래를 준비하며 내놓은 잡지들이다. 매일같이 뛰어드는 잡지사들의 영역은 다양하고 또 풍부했다. 여성잡지부터 등산잡지, 자동차잡지까지 걸쳐있는 이들은 내 삶을 보다 풍성하게 해주며 새로운 지식을 주었다.


하지만 아쉬움이 있었다. 이들 가운데 막상 한국에서 만든 IT잡지가 없었다는 점이다. 오프라인에서 보자면 컴퓨터쪽에서 역사와 전통이 있는 잡지들은 꽤 있었지만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없어졌다. 

지금 명맥을 유지하는 컴퓨터잡지는 엄밀히 말해서 ‘컴퓨터 잡지’이지 ‘IT잡지’라고 보기는 어렵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에서 게임기와 전자책까지 다양한 영역을 융합시켜 다뤄야 하는 IT잡지의 특성을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스터프’란 잡지가 이런 역할을 하고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한국에서 만든 잡지는 아니다.

아이패드에서 편안하게 국내의 모든 IT정보를 읽을 수는 없는 걸까. 이런 수요는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이런 요구를 충족시키는 새로운 IT잡지 ‘이츠비’가 나왔다.



아마도 컴퓨터에 관심이 많고 인터넷을 좀 하는 사용자라면 ‘베타뉴스’란 사이트를 알고 있을 것이다. 고급정보에 굶주리며 보다 재미있고도 전문적인 지식을 찾던 시절 베타뉴스는 내가 날마다 방문해서 열심히 기사를 읽던 전문사이트였다. 어떻게 보면 매니아들이 좋아할 IT전문정보를 다루면서도 부드럽고도 여성적인 화사함을 유지하던 그 베타뉴스가 내놓은 디지털매거진이 바로 이제부터 다룰 ‘이츠비’다.

이츠비는 국내최초의 태블릿 전용 매거진이다. 좁은 스마트폰과의 호환성을 포기하는 대신, 널찍한 화면의 태블릿으로 제대로 된 잡지를 읽을 수 있도록 해준다. 또한 단순히 종이잡지를 스캔해서 옮긴 듯한 성의없는 형태가 아니다. 처음부터 제대로 태블릿이란 특성을 이용해서 다이내믹한 구성과 연출을 보여준다. 이 점에서 나는 크게 매력을 느꼈다.


처음 페이지를 펼쳤을 때 제대로 된 임팩트를 주기 위해서일까. 한껏 무게감을 주는 광고페이지가 소리를 내며 동영상을 보여준다. 종이라는 판에 박히지 않았다는 점을 시작부터 느끼게 해준다는 면에서는 신선하다. 하지만 그 영상이 자동으로 소리와 함께 재생되어 독자를 깜짝 놀라게 한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단점이 되었다. 도서관이나 카페 등, 소리를 내면 안되는 장소에서 잡지를 읽을 수 있다는 점을 좀더 배려한 구성이 아쉽다.

이츠비는 폭넓은 영역을 다루는 IT전문 잡지라는 점을 충분히 활용했다. 고급 자동차나 온라인 게임을 다룬 페이지를 읽으면서도 어색하지 않게 조화되는 점이 좋았다.  



특히 훌륭한 아이디어라고 느낀 점은 여러가지 제품을 한 페이지에 연출해서 담아낸 구성이다. 예를 들면 카프리 맥주와 파나소닉 방수캠코더를 함께 알리기 위해 맥주가 가득 담긴 잔에 캠코더를 빠뜨려 찍은 사진이다. 더운 여름에 시원한 맥주거품과 함께 푸른 코발트색 캠코더의 색상이 어우러져 무척이나 시원한 느낌을 준다. 이어서 이어폰이 샴페인잔에서 시각적으로도 좋아서 패션잡지와 동등한 기품을 느끼게 한다.



이런 연출력은 이어지는 기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까도남 가방 엿보기라는 챕터는 재미있다. 보통 패션잡지에서 연예인들의 가방을 뒤집어 하나씩 그 아이템을 소개하는 기사가 있다. 이츠비에서는 이것을 IT제품에 적용해서 가방과 함께 생활속 IT기기를 자연스럽게 소개하는 계기로 삼은 것이다. 다소 딱딱한 기존 컴퓨터 잡지에서는 보기 힘든 포맷이다.

분량도 매우 풍부하다. 겨우 팜플렛 수준의 몇십페이지를 제공하면서 잡지라고 주장하는 몇몇 디지털매거진과 다르다. 실제의 두꺼운 종이잡지와 다를 것 없는 풍부한 지면이 알찬 기사와 잘 어루러져 있다. 



제대로 만든 IT잡지, 이츠비를 펼쳐보자.

개인적으로 내가 이제까지 즐겨보던 IT잡지는 ‘스터프’다. 이 잡지는 마치 영국의 자동차프로그램 ‘탑기어’ 처럼 제품을 단지 홍보하는 게 아니라 독설과 유머를 섞어 하나의 레크레이션거리로 만든다. 또한 실제 가격을 표기하면서도 잡지 수준을 유지한다. 어떨 때는 플레이보이처럼 비키니 입은 미녀를 보여주지만 그 미녀의 손에는 스마트폰이 들려있는 식이다. 적당한 섹시함을 첨단 IT제품의 이미지와 함께 유지하는 그 구성이 매우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이츠비는 이런 스터프의 여러가지 장점을 효과적으로 잘 흡수했다. 더구나 스터프가 월드와이드 잡지라는 한계 때문에 다루지 못했던 섬세한 부분- 한국에서 팔리는 제품에 대한 부분이 확실히 강화되어 있다. 국내에서 팔지도 않는 제품을 소개하는 경우도 있는 스터프보다 실용적인 측면에서 강하다. 또한 가로와 세로로 넘기는 인터페이스, 부분적으로 스크롤되거나 클릭되는 섹션 등은 전자잡지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선도하려는 좋은 노력이다.



스터프와 이츠비를 굳이 비교하자면 스터프는 이성을 더 강조했고, 이츠비는 감성을 더 강조했다. 이츠비쪽은 세련된 패션잡지 속에 IT기기가 쏙 들어간 느낌이다. 전문모델을 기용해서 분위기 있는 패션과 함께 연출한 사진들은 여성들이 더 좋아할 거란 생각이 든다. 자동차와 온라인 게임, 이어폰 등 우리 생활에 밀접한 기기(gadget)을 취급한다는 점에서 닮은 이 두 잡지는 앞으로 한국에서 좋은 라이벌이 될 것 같다.

물론 아쉬운 점도 눈에 띄었다. 독자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고 튀어나오는 동영상과 소리는 이미 언급했으니 넘어가겠다. 감성적이고도 훌륭한 인터페이스, 패셔너블한 좋은 사진에 비해서 전체적인 문장이 좀 밋밋하다. 짜릿한 쾌감을 주는 독설이나 유머가 적고, 잔잔하고 평이한 소개에 머무르고 있다. 감각적인 잡지에 걸맞는 문장이 아쉽다. 제품위주로만 소개하다보니 전체적으로 광고성이 짙어진 부분도 개선을 요한다.



이츠비(It’s B)는 한국 최초의 디지털 태블릿매거진이란 도전을 하고 있다. 그리고 기대이상으로 뛰어난 품질을 보여준 잡지로 평가한다. 자칫 삭막해지기 쉬운 IT기기를 다루면서 이처럼 보기좋고 세련되게 담기란 매우 어렵다. 그걸 훌륭히 해낸 잡지로 충분히 칭찬받을 가치가 있다. 이제 창간호를 내며 첫발을 떼어놓은 이 IT잡지가 많은 독자를 확보하며 발전하기를 바란다.

지원 : 베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