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유독 자영업의 비중이 높다고 한다. 대기업이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너무 큰 가운데 중소기업이 약하다보니 개인의 선택지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안정된 직장은 선망의 대상이지만 막상 그 자리는 별로 없다. 사람들은 대기업 아니면 자영업을 택할 수 밖에 없다. 그 사이에 본래 있어야할 중소기업이 얇기 때문이다.



당연하지만 자영업(혹은 동네 구멍가게)는 생기기도 쉽고 망하기도 쉽다. 별다른 전략이나 남다른 준비를 거쳐서 탄생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더는 월급장이 하기가 싫어서, 또는 어디에서도 받아주는 데가 없어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기에 그저 ‘사장님’ 소리를 듣는 것 외에 자영업의 메리트는 크지 않다. 

그럼에도 결국 이 자영업이 그나마 한국의 실업율을 낮추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건 다행스러운 일일까? 우리는 덕분에 마치 회전문처럼 망해서 울며 가게문을 닫는 사람과 이제 막 몇푼의 돈으로 새로운 동네 가게를 연 사람을 계속 볼 수 있다. ‘나만은 다를거야. 성공하겠지.’ 란 생각은 누구나 하지만 막상 현실에 부딪치면 ‘나 역시 다를 건 없었다.’ 란 생각을 하게 된다.

한국 전자책에 있어 지금 이런 자영업 같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아마존과 아이북스에 자극받아 희망차게 뛰어든 사업자들이 생각만큼 시장이 열리지 않자 견디지 못하고 발을 빼고 있는 것이다. 전자책 컨텐츠 사업에 진출했던 아이리버가 철수를 선언했다. (출처)
 



아이리버가 전자책 콘텐츠 사업에서 철수한다. 지난 2010년 4월 전자책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자회사 '북투'를 설립했으나 수익성 악화를 버티지 못했다. 이에 따라 전자책 단말기 사업도 난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리버가 뒤늦게 콘텐츠 사업에 뛰어들면서 전자책 관련 업무나 출판계 전문가 영입 없이 단말기만 해 오던 내부 인력을 가지고 서비스를 오픈했다"며 "협력 출판업체인 웅진그룹 북센과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도 실패했다"고 꼬집었다. 

자체 콘텐츠 확보에 실패하면서 전자책 단말기 사업 전망도 어두워졌다는 평가다. 
단말기 사업을 성공시키려면 자체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어야 하지만 이번 철수 결정으로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아이리버는 일단 교보문고, 텍스토어 등과 제휴를 맺어 자사 단말기에서 교보문고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그러나 DRM(디지털 저작권 관리)때문에 다른 업체의 콘텐츠는 볼 수 없어 효과는 제한적일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태블릿PC를 이용하면 애플리케이션 설치만으로 DRM과 상관없이 원하는 콘텐츠를 자유롭게 볼 수 있다"며 "전용 단말기만의 뚜렷한 장점이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사업을 시작하는 것도 자유고 철수하는 것도 자유다. 하지만 아이리버의 경우에는  이미 MP3플레이어도 크게 성공한 기업이기에 아쉬움이 크다. 특히 컨텐츠와 결합된 하드웨어가 성공한다는 흐름을 잘 잡아왔는데도 영업에 실패했다는 건 문제가 다른 데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에 새로 희망차게 전자책 시장에 진입하는 업체도 있다. (출처)

전자책 사업을 차세대 먹거리로 삼으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교보문고, KT, SK텔레콤에 이어 신세계가 최근 진출 의사를 밝혔다. 콘텐츠 유통을 장악할 플랫폼 주도권 싸움이 예고된 가운데 한글과컴퓨터 역시 상반기 확정공시를 통해 국내 전자책 생태계 중심을 차지하겠다는 계획을 언급해 주목된다. 
 
회사는 HWP 문서 활용 시장 전체를 전자책 플랫폼 시장으로 상정하고 있다. 공시에 따르면 "당사가 개발한 HWP 문서 형식이 국내서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동종 업계 안에서 자연스럽게 에코시스템을 마련할 패권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회사는 전자책 시장을 ▲일반도서와 문서를 e펍(ePub)이나 PDF 형태로 만드는 e북(e-Book)과 ▲동적 콘텐츠를 앱 형태로 구성한 도서 '앱북(App-Book)'으로 구분하고, 전자책 읽기 프로그램 '한컴리드온'과 인터랙티브 앱북 제작솔루션 '한컴앱북', 전자책 디지털저작권관리(DRM)기술 '한컴DRM'을 개발했다.

아래한글로 유명한 한컴이 새로 전자책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특히 이미 한국에 많이 퍼진 자사포맷인  HWP문서를 노리겠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좋은 아이디어로서 잘만 활용한다면 추후 한국 전자책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 전자책, 무엇을 잡아야 성공할 수 있나?



문제는 성공전략이다. 막연하게 애플이 하고 있으니 나도 하면 성공하겠지. 또는 애플의 전략이니까 당연히 내가 해도 효과가 날거야. 라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애플이 어떤 특성을 가졌고, 어떤 기업역사를 가졌기에 그것이 가능했는가를 같이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아이리버의 경우를 보자. 당연한 말이지만 아이리버는 애플이 아니다. 회사규모도 다르고, 업계에서 차지하는 위치도 다르다. 애플은 기기를 만들고 아이튠스를 열기에 앞서 5대 메이저 음반사와 협상을 해서 성공했다. 반면 아이리버는 겨우 웅진그룹 한 군데를 믿었을 따름이다. 한국 출판계의 주된 축인 주요서점과 출판사와 협상을 해내지 못했다. 결과는 컨텐츠 수급의 어려움이었고 단말기 판매의 부진이었다.

아마존의 킨들이 아이패드에 대항해 재빨리 가격을 낮추고 기능에 충실한 제품 위주로 내놓았다. 그럼에도 아이리버는 그런 민첩한 대응이 어려웠다. 아이리버는 본질적으로 하드웨어만으로 이익을 봐야하는 업체이기 때문이며, 앱스토어 등의 생태계도 전무했다. 아이리버가 애플이 되지 못한 이유다.

그리고 이제 아이리버가 물러난 자리에 한컴이 들어오고 있다. 희망찬 계획은 좋지만 솔직히 미덥지가 못하다. 애플의 성공에 희망을 얻은 듯 한데, 솔직히 태블릿용 아래한글 하나 아직 쓸만하게 제대로 내놓지 못한 상황에서 HWP포맷을 이용하겠다는 게 얼마나 환영받을까? 애플은 맥과 아이패드, 아이폰에 이미 자사의 사무용 패키지인 iwork를 포팅하고는 그걸 통해 전자책 제작까지도 지원하는 전략이다. 그에 비해 한컴의 아래한글 혹은 씽크 오피스는 통합되지도 못했고, 태블릿 등의 다양한 플랫폼으로 나와있지도 않다.



더구나 HWP포맷 자체가 이미 사양세를 띄고 있다. 전에는 그저 귀찮게 여겨 버리려 했던 물건을 이제와서 자사의 소중한 자원이라고 평가하는 게 어색하기만 하다. 한컴에 있어 성공에 필요한 것은 다양한 플랫폼 지원과 함께 자사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확실한 전략이다. 그게 없으면 결국 회전문처럼 도로 울며 나가게 될 것이다.

어쨌든 인생이 다 그렇다. 누군가 성공하면 또 누군가는 실패한다. 그 와중에 새로 용기있게 뛰어드는 사람들이 역사를 만들게 마련이다. 한국 전자책 시장을 노리는 모두의 분투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