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학교에서는 흔히 정직하고 바르게 살아가면 성공할 것이고 꾀를 쓰거나 편법을 일삼으면 실패할 것이라 배운다. 하지만 정작 현실은 상당히 다르다. 요령을 부리고 적당히 편법을 쓰는 사람이 주로 성공하고 정직한 사람이 성공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당장 우리가 국사 교과서에서 배우는 서동요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신라의 선화공주와 결혼하고 싶은 백제의 무왕은 근거없는 소문을 노래를 통해 퍼뜨렸다. 그리고 억울하게 쫓겨나 갈곳이 없어진 선화공주에 결혼에 골인할 수 있었다. 옛날 이야기니까 미담이지 현대라면 무고죄에 사기결혼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그 이야기는 해피엔딩이다.



  이렇듯 모든 것을 선과 악으로 나누어 일도양단하며 살 수는 없다. 바쁘니까 교통신호를 무시하고 무단횡단을 하는 행인, 돈 좀 더 벌겠다고 저울을 속여 내놓는 고기집 주인, 쓰레기 봉투값이 아까워 슬며시 무단투기를 하는 동네 아줌마는 분명 틀린 행동을 했지만 또한 늘상 보는 우리의 흔한 이웃이다. 이들을 악이라고 단죄하여 극형으로 다스린다면 과연 세상이 좀더 밝고 행복해질까?

우리가 세상을 지혜롭게 살아간다는 건 종종 이처럼 일도양단할 수 없는 현상을 조화롭게 극복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런 면은 종종 지적재산권이나 저작권, 특허권에 관련되어서도 마찬가지다. 완벽하게 드러난 표절로 이득을 보는 사람이야 분명한 처벌대상이지만, 실제로 누군가가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커다란 성공을 했을 때 그 후발주자는 아슬아슬하게 법에 걸리지 않을 만큼만 슬쩍 그것을 베끼게 마련이다. 이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항상 있어왔던 일이다.

애플이 분명 대단한 회사이며 지금 혁신의 상징으로 존경받는 회사라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애플은 종종 자기가 만든 제품에 과도한 권리를 주장하며 경쟁회사를 법정으로 끌어내길 좋아하는 면을 가지고 있다. 많은 경우에는 애플이 정말로 권리를 침범당한 경우도 있지만, 어떤 경우에는 경쟁사의 정당한 제품개발조차도  특허침해로 몰아붙이기도 한다.



애플이 올해 시작한 삼성 및 안드로이드 진영과의 특허권 전쟁은 그런 와중에 가장 격렬하게 타오르고 있다. 예전에 매킨토시로 마이크로소프트를 ‘룩앤필 소송’을 통해 궁지에 몰아넣었다가 아쉽게 접어야 했던 한풀이라도 하듯, 지금은 마음껏 세게 여러나라에 고소를 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삼성이 가장 강한 목표가 되어 공격당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 독일 법원에서 결과가 하나 나왔다. (출처)

독일의 뉴스 에이전시 dpa는 독일 법원이 애플의 삼성 갤럭시 탭 10.1에 대한 예비금지신청을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따라서 갤럭시 탭 10.1의 수입금지는 네델란드 외 전 EU 국가들에 적용된다.

네델란드가 제외된 것은 애플이 네델란드 법원에 별도로 제소했기 때문이다. 애플은 독일 법원에 커뮤니티 유틸리티 모델의 침해 뿐만 아니라, 갤럭시 탭 10.1을 iPad 모방제품이라고 주장해 불공정 경쟁을 야기했다고 제소했다. 이 제소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아닌 전적으로 디자인과 관련된 지적재산권에 관한 것이다.

독일에서의 예비금지 판결은 즉각적으로 발효되고, EU의 다른 나라들은 추가 등록들이 필요하지만, 이는 단지 요식 절차들이 될 수도 있다. 가까운 시기에 이 판결을 뒤집을 수도 있는 청문회가 열릴 것이지만, 최종 판결은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전하는 바에 따르면 독일 쉬셀도르프 법정은 지적재산권을 가진 측에 매우 호의적으로 판결을 내려주는 곳이며 판사들의 IT지식이 풍부하다고 한다. 다만 이곳의 재판은 가처분이 내려지기까지 단지 고소인의 서면과 증거만을 참조하여 예비판결을 내리며 이 과정에서 피고소인의 소명을 듣지도 않고 따로 고소사실을 통보하지도 않는다고 한다. 바로 판결을 내리고 그 결과만 알려주는 것이다.



삼성은 이 판결에 말하자면 진주만 기습을 당했다. 하지만 이 법정은 또한 정식판결을 내리게 될 때 결과가 뒤집힐 수도 있다. 또한 그렇게 되면 가처분으로 인해 입은 피해까지 고소측이 배상해야 하는 위험이 있다. 애플은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 일단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낸 것이다.

이것만으로 벌써 일부에서는 삼성의 카피캣이 드디어 유럽에서 입증되었다고 말한다. 또한 애플의 아이패드가 가진 독창성이 인정받는 거라고도 말한다. 하지만 정작 애플이 근거로 내세운 지적재산권의 상세 조항을 보면 이건 좀 황당한 수준이다. (출처)

애플은 6가지 부분에서 삼성전자 갤럭시탭 10.1이 아이패드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네 모통이가 균일하게 둥글게 만들어진 사각형 모양의 제품,
제품의 앞표면은 평평하고 투명하다,
평평하고 투명한 앞표면은 뚜렷하게 구별할 수 있는 금속으로 둘러쌓여있다.
투명한 앞표면 아래 중앙에 디스플레이가 위치해 있다.
투명한 앞표면 아래 놓여 있는 디스플레이의 4면은 명확하고 중립적인 경계를 가지고 있다.
제품의 전원을 켰을 때 색상을 가진 아이콘이 디스플레이에 나타난다.



특이한 자사만의 미니멀리즘이라든가, 알루미늄이란 특정 재질을 칭하지 않았다는 점을 주의하자. 아주 범용적인 도형의 이미지와 투명하다는 느낌, 컬러 아이콘이란 것만으로 독특함을 주장하고 있다. 이래서야 아이패드보다 훨씬 전에 나온 HP의 태블릿PC라든가, 전자액자, 자동차 네비게이션까지 걸릴 판이다.

따라서 삼성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출처) 

삼성이 최근 유럽에서 이뤄지고 있는 애플과의 소송에 대해, 네덜란드 법원에 애플의 의장 등록을 무효화 시킬 20여개의 선행 사례를 제출했다고 합니다. 여기에는 1994년 프로모션 비디오 'Knight Ridder'에 등장했던 the Tablet이 포함되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또한 이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삼성의 변호사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According to Apples standards every digital photo frame is an iPad"
(애플 표준에 따르면 모든 디지털 포토 프레임은 아이패드다)
 



독일의 갤럭시탭 수입금지, 애플의 승리인가?

엄밀히 말하면 애플은 아이패드를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은근슬쩍 따라하고 있는 업체들이 얄미워서 소송을 건 듯이 보인다. 하지만 막상 그것을 법으로 걸려다보니 구체적인 근거조항에서는 동의를 받지 못할 만큼 포괄적인 부분을 내세웠다. 그러다보니 사례에서는 별로 동감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뜻이다.

또한 애플이 노리는 건 단지 삼성 한 업체가 아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쓰고 있는 태블릿과 스마트폰 전체가 대상이다. 삼성 갤럭시탭에 대한 독일 법정의 판결이 내려지기 무섭게 이번엔 모토로라가 다음 목표가 되었다. (출처)

애플이 유럽에서 삼성 갤럭시탭 10.1 판매금지 가처분신청에 승리한 데 이어 이번에는 모토로라 XOOM에 대해서도 디자인 표절로 고소했습니다.
 
이번에도 갤럭시탭 10.1을 고소했던 독일 뒤셀도르프 지방법원에 제출했으며, 독일 내 한정인지 유럽 전체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본래 삼성에 대한 승리를 하려면 이 단계에서 최소한 다른 업체와는 충돌하지 말아야 한다. 2차대전 때의 독일도 전쟁 초반에는 영국과 싸우기 위해 소련과는 불가침 조약을 맺었다. 하지만 애플은 지금 동맹회사 하나 없이 모든 안드로이드 업체를 상대로 마구 고소를 남발하고 있다. 그나마 앙숙이었던 MS와 좀 사이가 좋아진 듯 소강상태일 뿐이다.



이번 갤럭시탭 수입금지는 일단 애플의 승리지만, 동시에 애플의 완전한 승리가 아니다. 오히려 애플에 반대하는 진영의 경각심과 위기감을 부추겨 단결을 견고하게 해줄 수 있다. 애플이 고소와 카피캣 이미지로 몰아붙일 상대는 너무 많다. 삼성 다음은 모토로라고, 그 다음은 HTC와 HP가 될 것이다. 최종 목표는 일시 동맹중인 MS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독일법정의 결과는 그나마 별로 팔리지 않던 갤럭시탭의 인지도를 높여줌과 동시에 애플 반대편 진영에게 결속의 명분을 줄 수 있다. 애플의 의도와는 달리 안드로이드 업체가 오히려 더 단단해져 버리는 것이다. 애플도 이런 면을 알고 있을 것인데 무리를 하고 있다.

위에서 내가 말했다. 어차피 세상은 다소의 편법을 쓰는 이웃들이 있기 마련이다. 애플은 이들을 모조리 일도양단해버리려는 충동을 좀 억눌러야 한다. 이들은 애플의 경쟁기업일 지 모르지만 또한 함께 업계를 만들어가고, 소비자를 향해 경쟁하는 동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애플이 좀더 지혜로워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