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애플은 요즘 너무 바쁘다. 한쪽에서는 건강이 부쩍 나빠진 잡스가 제창한 아이클라우드를 완성시키기 위해 일하고 있다. 아마도 잡스는 스스로 경영을 할 수 있는 기간까지 클라우드가 확고하게 자리잡는 걸 보려고 할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 애플은 수많은 경쟁회사들을 특허권을 가지고 몽둥이로 내리치고, 또한 다른 회사들의 특허권 몽둥이를 뒤통수에 얻어맞으며 분투하고 있다. 아마 조금 과장하면 뚝방에서 100대 1로 싸워서 이겼다는 전설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면서 동시에 애플은 자사가 히트시킨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수익모델을 지켜내기 위해 열심이다. 애플의 진짜 경쟁력은 사실 예쁘게 깎아만든 알루미늄 바디나 조나단 아이브의 미니멀리즘 디자인이 아니다. 그 안에서 돌아가는 수많은 앱과 음악에 있다. 이것들이 마치 집단지성처럼 사용자에게 즐거움과 영감을 주고 상승작용을 일으켜 비싼 가격에도 지갑을 열게 한다.

이런 수익모델 싸움 가운데 애플은 의외의 강자와도 싸우게 되는데 전자책에서 대표적인 거대기업 아마존도 그 가운데 하나다. 아마존은 과장없이 말하건대 이미 전자책에서는 당해낼 자가 없는 유일무이한 존재였다. 전세계 책과 전자책을 통틀어 지금 아마존만큼 주목받는 회사는 없다.

그렇지만 애플이 아이패드를 발매하면서 내놓은 아이북스가 아마존을 잔뜩 긴장시키고 있다. 아마존은 본래 전자책 단말기인 킨들을 내놓긴 해도 본질적으로 컨텐츠 전문 기업이다. 눈에 보이는 종이책과 눈에 보이지 않는 전자책, 그 외에도 여러 문화 컨텐츠를 팔아서 이익을 내는 기업이다. 본래라면 애플같은 컴퓨터 기업과는 충돌할 일 자체가 없었다.



하지만 아이북스와 아이패드의 조합은 아마존에게 다시 킨들과 아마존앱으로 이어지는 조합으로 경쟁하도록 부추겼다. 또한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만든 매력적인 시장은 아마존으로 하여금 앱스토어 안에 들어가서 아마존앱으로 사용자를 모으도록 만들었다. 나름 거대기업이라 자부하는 아마존의 굴욕이다.

아마존은 일단 마지막 자존심을 드러냈다. 애플의 단말기에서 돌아가는 앱이고 애플의 앱스토어를 이용하지만 최종 구입은 웹을 이용하도록 함으로서 애플의 세금이라고 불리는 30퍼센트를 수수료를 피해가고자 한 것이다. 사실 이것은 애플의 수익모델에 어긋나는 편법이었지만 그동안은 그럭저럭 묵인되었다.

하지만 최근 전자책서점을 비롯한 많은 컨텐츠 업체들이 애플에게 돈을 주지 않기 위해 비슷한 방법이나 독자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려고 하자 애플이 강하게 제동을 걸었다. 세금을 피하기 위해 위장전입을 하는 시민을 대하는 지배자처럼 애플은 단 한마디로 공포한 것이다. 애플의 제품 위에서 영업을 하려는 모든 사업자는 애플의 결제시스템을 거쳐야 한다고 말이다. 당연히 그렇게 되면 애플의 세금은 피할 수 없다.

(사진출처: 한국경제신문)

작은 기업들이야 어차피 선택의 여지가 없다. 사람들은 거대한 기업인 아마존은 다를까 주시했다. 하지만 아마존조차도 애플의 방침에 별다른 대책이 없었던 모양이다. (출처)

미국 현지 보도에 따르면 아마존닷컴(Amazon.com)이 7월 25일 애플의 앱 스토어 내 과금 규정에 따라 아이튠즈 앱 스토어(iTunes App Store)에 공개하고 있는 아이폰 및 아이패드를 위한 전자서적 어플 iOS용 킨들(Kindle for iOS)에 있었던 자사 사이트로의 구매 링크를 없앤 것으로 나타났다.

아마존닷컴은 아이폰 및 아이패드용 어플을 2.8로 업데이트했는데, 이번 앱 스토어 규정 강화로 킨들 스토어(Kindle Store)로의 링크 버튼을 삭제한 것. 신문과 잡지 구독은 킨들 스토어에서 제공하며, 기존 사용자는 iOS 단말기에서도 열람이 가능하다.

또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all Street Journal)도 구매 링크를 삭제한다고 발표했으며, 코보(Kobo), 누크 키즈(Nook Kids) 등의 써드파티 iOS용 전자서적 어플 역시 자사 사이트로의 링크를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의 전자서적 어플 구글 북스(Google Books)도 이번 주부터 돌연 어플 공개를 중단함에 따라 업계에선 애플의 새로운 규정에 따른 구글의 대응으로 보고 있다.

아마존닷컴, 반즈앤노블, 구글, 코보 등의 전자서적 업체는 iOS 어플로부터 자사 스토어로의 링크를 삭제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코보는 자사 블로그를 통해 애플에 피드백을 보내는 URL를 게재하고 블랙베리 디바이스나 웹OS 디바이스, PC 등과 같은 어플 내 스토어 접속을 애플에 요구하도록 유저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애플은 어차피 자사 기기인 아이폰, 아이패드, 맥에서는 유일신과 같은 존재다. 맥은 컴퓨터이기에 개방을 유지하지만 나머지 두 기기는 그럴 필요가 없다. 따라서 구글과 아마존을 포함한 모든 전자책 업체가 일제히 편법인 링크를 삭제했다. 최소한 따르는 시늉을 한 것이다.

애플은 과연 아마존을 굴복시킬 수 있을까?



하지만 뉴스 아래를 보듯이 순순히 따르는 것이 아니다. 링크만 삭제했을 뿐 아직 애플의 결제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따르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같이 링크를 삭제한 코보는 유저들에게 직접 호소했다. 구글과 아마존도 심정적으로는 코보와 같이 행동하고 싶겠지만 참을 뿐이다.

아마도 지금 보이지 않는 물밑에서는 심각한 대책논의와 함께 협상이 시도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애플을 이끄는 잡스의 고집은 본래 유명하다. 일단 아이튠스에서 대성공을 거둔 이 30: 70이라는 룰을 거둬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결국 잡스는 해당업체들에게 Yes? or Out! (동의하든가, 아니면 나가라)고 두 개의 선택지만을 제시할 게 분명하다. 그러면 업체들의 선택은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 가장 잘나가고, 구매력이 높은 애플의 기기에서 장사할 기회를 누가 포기하려고 할까?



아마존은 결국 애플에게 굴복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게 끝은 아니다. 세계사를 보면 카놋사의 굴욕을 맛본 하인리히 4세가 그후 교황에 대항해서 어떤 행동을 했는지 자세히 나와있다. 구글과 아마존은 굴욕 뒤에서 조용히 칼을 갈 것이다. 그리고 그런 치열한 전쟁이 오가는 무대 뒤편을 전혀 모른채 소비자들은 밝은 애플의 아이북스와 아마존 킨들 앱 위에서 즐겁게 전자책을 읽을 것이다. 놀랄 건 없다. 이건 어느 시대에나 있었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