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나 해 보자. 나는 어렸을 때 프로야구 'MBC 청룡'의 팬이었다. 국민학교 때 청룡의 모자를 쓰고 골목에서 야구를 즐겼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런데 이 청룡이 LG 트윈스로 바뀌면서 내 고민은 시작되었다. 과연 엘지 트윈스는 청룡을 잇는 팀인가? 분명 구성원 자체는 동일했지만 기업이 바뀌고 운영방침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내 마음속의 '블루 드래곤' 에게 반쯤 추억을 맡겨둔 채 엘지 트윈스를 '반만' 응원하게 되었다.



이번에 참으로 오랫만에 엘지 스마트폰에 대해 이야기해 볼 기회가 생겨서 기쁘다. 특별히 엘지를 좋아한다기 보다는 국내 스마트폰에 제대로 된 경쟁 구도가 생기길 바라는 의미가 크지만 말이다. 엘지에서 드디어 국내에 이슈가 될 제품을 출시했다. 바로 안경없이 3D 영상을 볼 수 있는 휴대용 기기가 될 스마트폰 - 옵티머스 3D이다. (출처)

LG전자는 7월 7일 오전 CGV영등포 스타리움에서 박종석 MC사업본부장, 나영배 MC사업본부 한국담당 상무, 서진우 SK텔레콤 플랫폼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3D스마트폰 '옵티머스 3D' 런칭 행사를 열었다.

이번에 출시된 4.3인치의 대형화면에 '옵티머스 3D'는 3D로 촬영, 재생, 저장이 모두 가능한 세계 첫 3D 스마트폰이다. '렛츠골프', '아스팔트(Asphalt 6)', '노바(NOVA)' 등 3D 전용 게임 3종이 탑재됐으며, 글로벌 모바일 게임업체 게임로프트(Gameloft)사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3D 게임 콘텐츠를 대폭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옵티머스3D'로 촬영한 콘텐츠를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유튜브 3D 전용 사이트 업·다운로드도 가능하다. 측면 버튼과 메뉴화면에 각각 '3D 핫키(Hot key)'를 적용해 편의성도 높였다.

이번 런칭 행사에는 영화감독 장진 씨가 참석, 직접 옵티머스3D로 촬영한 장면을 보여주며 일반인들 이해도를 높였다. 옵티머스 3D는 SK텔레콤을 통해 단독 출시되며, 8일부터 사전 예약판매를 실시한다.



다른 뉴스를 보면 엘지가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3D 스마트폰을 출시했다고 타이틀을 뽑고 있다. 맞는 말이다. 그런 면에서 바로 이슈가 될 수 있다. 그런데 바로 여기서 생각해 볼 부분이 생긴다.

왜 엘지만 이렇게 3D가 가능한 스마트폰을 출시하게 되었을까?

1) 다른 경쟁 회사가 이런 아이디어를 생각하지 못해서? 하지만 이번 옵티머스 3D는 발표된 후 상당히 기간이 지난 후에야 한국에 출시된 제품이다. 그동안 다른 업체도 충분히 아이디어 레벨에서 보고 대응할 기회가 있었다.

2) 이 제품에 엘지만 구현해 낼 수 있는 독창적이고 고난이도의 기술이 들어가서? 그건 아니다. 이 제품에 쓰인 시차방벽식 무안경 3D 방식은 이미 닌텐도 3DS에 들어가 있는 샤프사의 디스플레이로 추정된다. 또한 3D 구현 엔진이 독점 특허인 것도 아니다.

문제는 제품출시 이후 막상 3D로 보여줄 만한 컨텐츠의 수급 때문이다. 다른 회사들 역시 시도하고 싶어도 그 부분이 해결되지 않아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을 엘지가 용감하게(?) 나서서 만들고 내놓은 것이다. 아마도 시장성에서 약간의 의문이 들었겠지만 가전사업 부문에서 현재 삼성과 벌이고 있는 치열한 3DTV전쟁의 일환으로서 다소 무리해서 출시한 게 아닌가 추정된다.

LG 옵티머스 3D, 어떤 즐거움을 줄 수 있는가?


3D 입체영상이란 건 그 자체로 보면 그저 10분 정도만 보면 질리는 눈요기거리에 불과하다. 실제와 완벽히 똑같은 입체감이 나는 것도 아니다. 부실하게 대충 만든 3D화면은 마치 사격장 과녁처럼 거리에 따른 판자 몇 개가 입체랍시고 늘어서 있는 수준에 불과하다. 그냥 장난감 수준이란 뜻이다.

진정으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3D는 처음부터 기기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입체감을 잘 살리는 기술적 요소에, 컨텐츠 내용 자체로도 입체감 없이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는 내용적 요소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주로 게임이나 영화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지금 다소 고전하고 있는 닌텐도의 새 게임기 3DS만 해도 그렇다. 초기에 받았던 주목은 옅어지고 있는데 기기 가격은 비싸고, 그만큼 즐거움을 줄 양질의 게임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자 판매량 자체가 별로 늘지 않고 있으며, 판매량이 보장되지 않자 게임회사들이 다시 양질의 게임을 만들길 주저하는 악순환이 시작되고 있다.



옵티머스 3D가 성공하기 위해 명심해야 할 점이 바로 이것이다. 달랑 이제 한국에 하드웨어만 내놓았다고 그걸로 끝이 아니다. 이른바 킬러 컨텐츠라 불릴 만한 어떤 것을 내놓아야 한다. 그래서 컨텐츠를 즐기기 위해 하드웨어를 사고, 하드웨어가 많이 팔리니 수익을 노리고 다시 양질의 컨텐츠가 나오는 선순환을 이끌어내야 한다. 그게 되지 않으면 단지 신기한 눈요기 거리가 3D도 가능한, 평범한 스마트폰일 뿐으로 전락한다.

즉, 세계 최초, 혹은 유일한 3D 스마트폰이란 건 막상 시장에 나오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란 뜻이다. 그 문구에 일단 집어든 소비자가 막상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고,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알게 되면 10분만에 다시 내려놓게 된다.



부디 이번 옵티머스 3D의 성공을 바란다. 이번에야 말로 내가 야구팀처럼 반쪽이 아니라 완전하게 엘지를 응원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