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일화를 한가지 소개해보자.
내가 소설을 쓰면서 막 PC통신에서 활동하던 시절은 이우혁씨의 '퇴마록'이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때였다. 나 역시 군대에서 퇴마록을 아주 재미있게 읽은 팬이기도 했다. 그런데 바로 그 인기가 문제였던 것일까. 퇴마록을 둘러싸고 당시 출판계에서는 어떻게든 그 인기에 편승해보려는 얄팍한 상술이 있었다. 요마록이니, 퇴마XX 등등의 각종 비슷한 네이밍의 소설이 많이 나왔던 것이다.


당시 재미있는 패러디 작가로 인기있었던 어떤 분이 퇴마록을 비틀어놓은 패러디를 '퇴마록 패러디' 란 명칭으로 연재한 것이 불씨였다. 이 패러디의 일부내용에 작가 이우혁씨가 기분이 상해서 직접 개입을 했던 것이다. 아무리 패러디라고 해도 원작자가 원하지 않는다고 했으면 더이상 쓸 수 없다. 라는 것과 상업적인 의도가 있는 것도 아닌데 원작가라고 패러디란 표현의 자유까지 침범하는 것은 너무 한게 아니냐는 의견이 대립했다. 나는 후자쪽을 지지했었다.

그러던 중 이우혁씨가 직접 올린 해명글 가운데 '퇴마록'과 '퇴마'를 상표등록 신청해놓고 있다고 밝힌 글이 최고의 논란거리였다. 나는 직접 글을 올려서 '퇴마록'이라면 나름 수긍할 수도 있지만 '퇴마'란 일반명사를 상표등록하거나 배타적 권리를 주장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서 다시 논쟁이 벌어졌지만 결론적으로 '퇴마'란 단어는 상표등록되지 못했다. 이건 '불교' 나 '귀신' 처럼 일반명사이기 때문이다.


왜 내가 이 서론을 올리는 지는 매우 간단하다. 애플이 지금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에서 '앱스토어'란 단어를 쓰는 회사에 대해 그 명칭을 쓰지 말 것을 법적으로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출처)

판사가 애플이 아마존과의 '앱 스토어' 상표 소송에서 이길 수 있는 것에 회의를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애플은 다른 회사들에 '앱 스토어' 사용에 대한 행정정지 편지들 계속 보내고 잇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주 초 오픈 소스 신설 회사 Amahi는 애플이 자사의 웹사이트 머리 부분에 "앱 스토어"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행정정지 편지를 받았다. 애플은 Amahi에게 자사 웹사이트 "앱 스토어"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중단할 것과 미래에도 이를 사용하는 것을 금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애플은 Amahi보다 더 작은 회사들을 목표로 삼고 있는데, 애플은 어제 pcappstore.com의 소유주에게 행정정지 이메일을 보냈다. 애플은 단순히 행정정지 명령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혼동을 주기 때문에 pcappstore.com 도메인 네임까지 애플에게 넘기라고 요구했다.

애플은 2008년 7월 신청한 이후로 아직 공식적으로 "앱 스토어" 상표를 획득하지 못했다. 미 특허 상표 등록청은 2010년 1월에 애플에게 잠정적인 상표 사용을 허락했으나,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같은 회사들이 이를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은 "앱 스토어" 용어가 단순히 포괄적인 용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애플은 스스로가 앱스토어란 단어를 만든 건 아니지만 그 단어를 지금과 같은 상업적 용어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앱스토어란 단어의 품격을 올리는 데 결정적 공헌을 했다고 여기기에 이 단어를 상표로서 애플만 쓰겠다는 생각을 굳힌 것 같다.

문제는 이 앱스토어란 단어가 겨우 두 단어를 조합한 너무 평이한 단어라는 데 있다. 강조하지만 '애플 앱스토어' 라는 세 단어만 되어도 아무 문제될 것이 없다. 굳이 '앱스토어'란 두단어를 특허내려는 데 문제가 있다. 다음 뉴스를 보자. (출처)

윈도 애호가들이 입수한 윈도8의 새로운 빌드(7989)의 코드를 통해 밝혀낸 새로운 기능에 대한 소식이 있다. 윈도의 코드를 통해본 새로운 점은 앱스토어를 통해 윈도의 기능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윈도8에서 기능을 쓰면서 해당기능을 아마도 '앱스토어'라는 단어로 쓸 것 같다. 처음 뉴스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반대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런데 애플이 소송에 이겨버리면 마이크로소프트도 이 명칭을 쓸 수 없다.

첫 뉴스에서 판사가 회의를 표시했다는 건 이길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뜻이다. 거의 '왠만하면 이 소송, 자네가 질 것 같으니 합의보든지 관두지?' 라는 권유다. 그런데도 애플이 소송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변호사를 살 돈이 없는 작은 회사에게 애플이라는 자사의 위광을 이용해 일종의 '협박'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건 명백한 잘못이다. 최소한 법적 판결을 얻어낸 이후에 하는 것이 맞다.



애플 이전에도 앱스토어란 이름은 있었다. 리눅스에서는 '우분투 앱스토어'가 있었으며, 앱이란 명칭도 널리 쓰였다. 그런데 이런 앱에다가 가게란 뜻의 스토어 하나 붙인 합성어로 배타적 사용을 하겠다는 애플의 의도는 무엇일까? 자기들만 그 단어의 상업적 사용을 하면서 품격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또한 그 품격에 묻어가려는 '사악한' 카피캣을 막겠다는 것이다. 그렇다. 애플 입장에서 보면 세상은 티끌하나 없이 곱고 깨끗한 애플공주와 그 공주를 이용하거나 해하려는 사악한 무리들로 가득차있는 것이다.

앱스토어, 애플 허락받아야 쓰는 이름인가?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을 상대로 외국의 유명회사가 억지에 가까운 명칭소송을 거는 일은 근래에도 있었다. 인텔이 자사의 '인텔인사이드' 상표권을 근거로 디지털카메라 사이트인 '디시인사이드'에게 명칭을 바꿀 것을 요구한 일은 충격을 넘어서 코미디에 가깝다. 하지만 분명히 벌어진 현실이다. 애플이 특히 작은 기업을 상대로 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보자. 당신이 길거리에 신발가게 하나를 차리고 장난삼아 '앱스토어'라는 이름을 지었을 때, 느닷없이 다음날 애플의 변호사가 두툼한 서류뭉치를 들고 나타나 위압적인 태도로 '가게이름 바꾸지?'라고 말할 수 있다는 뜻이다.


상표권은 보호되어야 한다. 또한 애플이 지금껏 이뤄낸 업적도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런 존중을 넘어서 과도한 권한과 힘을 줄 필요는 없다. 앱스토어란 명칭을 애플이 배타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판결이 과연 미국에서 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그 전에 우리는 일반적 단어 두개만을 조합한 이런 것을 상표로 쓰면서 남을 압박하는 행위 자체가 정당한지를 좀더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적어도 나는 아직도 당시 이우혁씨에 감히 반대했던 내 행동을 옳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