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시대의 순자는 성악설을 주장했다. 인간의 본성은 원래 악하다는 이 사상은 본래 인간을 모욕하기 위한 사상이 아니었다. 말하자면 기독교의 원죄사상과도 비슷한데, 인간이 원래 악하니까 항상 조심하고 선하게 행동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긍정적 사상이었다.

그런데 바로 이 사상이 가혹했던 진나라의 법가사상을 불러왔다. 엄한 법으로 이런 악한 본성을 규제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결국 이로인해 진나라가 붕괴했지만 초기 진나라는 오히려 이런 엄격한 법으로 인해 흥하기도 했다. 결국 중요한 건 사람의 선의와 악의를 구분하고 그에 따라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요즘 이통사에 관련된 뉴스를 읽고 있자면 문득 사람이 눈앞의 이익에 얼마나 뻔한 거짓말을 할 수 있고, 얼마나 이익을 위해 남을 무시할 수 있는 지를 알게 된다. 특히 한 가지 뉴스가 아닌 몇 가지 뉴스를 결합시켜 보면 잘 알수 있다. 우선 다음 뉴스를 보자. (출처)

스마트폰 정액제에서 제공하는 음성·데이터 등 할당량 중 소비자가 사용하고 남은 통화량을 소외계층(기초 생활 수급자, 차상위계층)에 지급하자는 네티즌들의 캠페인이 관심을 끌고 있지만, 정작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난감함을 표시하고 있다고 파이년셜뉴스 등이 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스마트폰 정액제를 사용하고 남은 음성·문자·데이터를 소외된 계층을 위해 나눠주자는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매달 제공되는 정액량을 다 사용하지 않으면 이월되지 않고 이통사의 낙전수익이 된다. 기업 마케팅 관점에서 볼 때에는 `정액제`가 이러한 추가 수익을 노리는 전략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통신사는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반응이다. "현실적으로 방법이 없다"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껏 유지해 오던 요금 정책을 바꾸면 큰 혼란이 오기 때문에 현재로선 어렵다" 등의 조심스런 입장을 표시했다.



남는 정액제를 기부하겠다는 요구에 대해 이통사가 들고 있는 핑계를 보자. 1) 유례가 없다는 것과 2) 혼란이 오고, 3) 기술적으로 힘들다 는 말이다. 그래, 이 뉴스만 봐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을 것이다. 그럼 다음 뉴스를 보자.(출처)

접속이 불안정해 일부러 와이파이 기능을 꺼두고 다니는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적지 않다. 최근 통신사들은 이같은 이용자들이 보다 편리하게 와이파이망을 이용할 수 있도록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있어 주목된다. 하지만 이 신기술은 이용자가 일부러 꺼 놓은 와이파이 기능을 원격에서 강제로 '활성화' 시켜 와이파이를 이용토록 할 수 있기 때문에 논란이 예상된다.

사용자가 와이파이 기능을 '일부러' 꺼두는 이유는 하나다. 주로 이동중에 데이터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는데, 와이파이 망에 접속했다가 3G망으로 다시 전환되는 등의 과정이 반복되면서 오히려 데이터 접속이 뚝뚝 끊어지기 때문이다.
골치아픈 것은 통신사다. 3G 망에 부하가 집중되면서 이보다는 설치가 쉽고 저렴한 와이파이 망으로 데이터를 분산해야 하고, 이 때문에 10만곳의 와이파이 존을 구축해 놨는데 정작 이용자는 스마트폰의 와이파이 기능 자체를 꺼버리기 때문이다.

향후 통신사들이 고객이 모르는 사이에 망 선택을 제어하는지, 그같은 내용은 가입자에게 명확하게 알리고 충분히 설명하는지 감시가 필요한 시점이다.


사용자가 바라고 있던 정액제 기부에는 매우 소홀하면서 이번에는 사용자가 원한 적도 없는 강제 와이파이 전환 기술을 개발했다고 아주 기쁘게 알리고 있다.

자, 여기에 위의 논리를 대입해보자.
이런 기술은 우선 아직 세계적으로 쓰이지 않고 있으니 1) 유례가 없다.
강제로 전환하는 기술이 있다는 것도 모르는 소비자들에게 2) 혼란이 온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데 드는 돈과 비용으로 인해 3 ) 기술적으로 힘들 것이다.
그런 데도 이것은 아주 일사천리로 추진하고 있다. 어째서 그럴까?


이통사 기술력, 돈 안되면 갑자기 떨어지는가?

간단히 말해서 이익이 되고 안되고의 차이다. 정액제로 생기는 낙전수입을 다른데 빼앗길 수 없으니 해당 기술 따위는 아무리 개발하기 쉬워도 제공해줄 '생각' 자체가 없는 것이다. 반대로 강제로 와이파이로 전환하는 건 그 자체로 회선설치 비용을 아낄 수 있으니 없는 기술이라도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상황에 따라 이통사의 기술력 수준이 왔다갔다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간단한다. 해 줄 마음이 있냐 없냐의 차이에 따라 기술력 핑계를 대는 것일뿐, 이익만 된다면 어떤 기술이든 개발할 수 있다.



이걸로 끝인가? 아니다. 마지막으로 또 하나의 획기적인 이통사의 기술력을 소개하겠다. 이번엔 무제한 데이터 서비스 사용자를 실시간으로 감시하다가 규제하는 스마트한 기술을 개발했다는 쾌거다.(출처)

월 5만5천원 이상 내면 스마트폰으로 무제한 데이터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가 하반기부터 일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일반 사용자들에 비해 극단적으로 많은 데이터 용량을 쓰는 일부 사용자들에 '제한'을 걸겠다는 것이다.

SK 텔레콤 고위 관계자는 "망 부하를 초래하는 서비스는 동영상 스트리밍 등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대부분인데, 그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바로바로 제어하려면 결국 고객이 무슨 서비스를 이용하는 지 데이터 패킷을 일일이 분석해봐야 한다"면서 "그같은 패킷 분석을 할 인력도 없을 뿐더러, 고객의 사용 서비스를 하나하나 들여다볼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에 그동안 특별히 제어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제 SK텔레콤과 KT는 검색, 웹서핑, e메일 확인 등의 일반적인 데이터 서비스는 그대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동영상 스트리밍과 같이 데이터 부하가 큰 서비스만 선별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내부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주 간단한 남는 정액제 시간 하나 남에게 기부할 수 있는 기술력도 없다는 이통사였다. 그런데 갑자기 어디서 외계인 비행접시를 주웠는지, 이용자가 어떤 데이터를 이용하는지 분석하고 판별하는 아주 고도의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너무 기쁘다. 한국 이통사의 기술력이 드디어 고객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이익을 짜내는 분야에서 세계적인 업체보다 앞서 나가는 것이 너무 기쁘다. 우리 이런 엄청난 기술력을 보여주는 이통사들에게 어서 '금탑산업훈장' 이라도 줘야할까? 아니면 인간의 본성이 악하다는 성악성에 의거해 다스려야 할까? 판단은 이 글을 보는 독자들이 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