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상을 살면서 헌법을 그리 의식하지 않는다. 차라리 사소한 교통법규나 경범죄 처벌법규를 따올릴 지언정, 막상 그 모든 법률의 최상위에 위치한 헌법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무엇보다 추상적이고 아름다운 조문으로 가득찬 헌법이 나 개인을 보호해주고 도와주는 힘이 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민주주의 선진국은 좀 다르다. 미국에서 언론의 자유를 규정한 수정헌법 1조는 첨예한 사회적 논란이 있을 때마다 상기되며 힘없는 개인이나 작은 회사를 지켜주는 힘이 되어주었다. 무엇보다 강한 자들이 그 헌법을 상기하며 자기 힘을 함부로 쓰는 걸 두려워했다.

대한민국에도 분명히 좋은 헌법이 있다. 제헌절이 국경일인 한국은 분명 발전하고 있는 민주주의 국가다. 그럼에도 그 헌법을 절실하게 국민들이 필요로 느끼고 피를 흘려 쟁취해낸 부분이 적기에 그저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을 뿐이다.

시작부터 좀 거창한 이야기를 했다. 그렇지만 본론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꼭 해야할 이야기였다. 그럼 오늘의 주제를 이야기해보자. 한국의 한 전자책 전문업체가 애플 코리아를 상대로 공정거래 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한 게 발단이다. (출처)

한국이퍼브(대표 조유식)는 자사가 개발한 아이패드 애플리케이션의 등록을 거부한 애플코리아를 지난 20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고 26일 밝혔다.

한국이퍼브는 "애플은 2월부터 IAP 방식을 앱 등록심사의 강제사항으로 규정하기 시작했다"며 "이는 과거 공정위로부터 제재를 받은 바 있는 퀄컴 및 MS의 사례와 유사한 '끼워팔기'에 해당하는 중대한 사안이다. 일반 소비자들의 선택권에도 제약을 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이퍼브에 따르면, 애플코리아는 한국이퍼브가 지난 1월 개발한 앱의 결제 방식이 애플의 앱 안에서 결제가 이뤄지는 IAP(In App Purchases) 방식이 아니라는 이유를 들어 승인을 거부했다. 한국이퍼브는 법률 검토를 거쳐 6월 중 미국 애플 본사까지도 제소할 계획이다.


핵심은 한국이퍼브란 회사가 만든 아이패드용 전자책 앱이 애플코리아에 의해 거부되었다는 것이다. 결제방식을 문제삼아 거부당한 해당앱에 대해 해당업체는 애플이 플랫폼 지배자로서 부당하게 자사의 수익모델을 끼워팔기하며 타 업체의 수익모델을 원천적으로 배척한다고 느낀 모양이다.

엄밀히 말해서 이건 내가 말하고자 하는 표현의 자유와는 별 관계가 없다. 그냥 결제방식과 비즈니스 모델의 충돌이니 말이다. 그렇지만 이 뉴스를 본 나는 문득 전자책 업체란 점 때문에 오래전 폐지된 언론, 출판 검열을 떠올렸다.

애플 앱 심사는 전자책 사전검열로 이어질까?



외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것이지만 애플의 앱 심사제도에는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 사기업이 하는 일이고, 싫으면 안 올리면 된다고 변명할 게 아니다. 사람들이 문제삼는 건 절차와 가이드라인의 투명성이다. 비슷한 성격의 앱이 누구는 허락되고 누구는 허락 안되는 일이 있다. 또한 애플이 직접 운영하거나 향후 하고자 하는 비즈니스 모델과 비슷한 앱은 다른 핑계를 대며 불허한다. 한마디로 게임의 룰이 전혀 공정하지 않다.

그래도 아직 법률적 성격이 모호한 앱까지는 상관없다. 그러나 법에 의해 검열받지 않을 자유가 보장된 전자책과 신문, 잡지에 이르러서는 단지 공정성의 문제가 아니다. 애플이라는 사기업이 플랫폼을 쥐고 있다는 이유로 특정한 내용의 전자책이나 신문, 잡지를 자유롭게 검열하고 발행정지시킬 수도 있는 막강한 권한을 쥐게 된다. 그건 민주주의 헌법을 가진 어떤 나라 정부에서도 감히 못하는 일이다.



이런 내 우려에 대해 사기업의 문제인데 지나친 호들갑이라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다시 한번 상기시켜보자면 애플의 기준의 전혀 투명하지 않다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애플이 미국 민주당을 지지하고 있다고 치자. 그렇다면 애플은 앱스토어에 올라오는 앱과 아이북스 등에 등록되는 책, 신문, 잡지 가운데 민주당을 지지하는 내용만 통과시키고 나머지 공화당 지지나 민주당에 대한 공격성 내용이 있는 모든 것을 차단할 수 있다.

핑계는 아무거나 대면 그만이다. 솔직히 아무런 제재규정도 없는 애플의 심사권이니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대도 누가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위험성은 사전검열이라는 독재정권의 위험성만큼이나 심각하다.

애플의 이런 앱 검열 정책에 대해 내가 꾸준히 지적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것이 또다른 앱스토어를 운영하는 업계 전반이나 각국 정부를 자극해서 전자책과 전자 미디어 시대에는 편법을 써서 검열을 할 수 있구나 하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단지 애플 혼자의 문제가 아니다. 애플 역시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한 가지 요소로서의 회사이기 때문이다.




서두에서 말했듯이 이건 거슬러 올라가면 헌법수호의 문제이다. 애플이니까, 혹은 애플에 의해서 헌법이 개인을 지켜주지 못하고, 권리를 박탈하는 사회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법은 만인에 평등하니까 법이 아닌가.


다 함께 생각해보자.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을 적어 올린 앱이나 전자책이 애플에 의해 정당한 이유없이 차단당했을 때 과연 아무 일 없이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1.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05.28 06:56

    잘보고갑니다 좋은하루되세요~!

  2. Favicon of https://nohji.com BlogIcon 노지 2011.05.28 07:01 신고

    흠 과연...그렇게도 해석이 될 수가 있겠군요.

  3.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05.28 07:26

    분명히 생각해볼 일이라고 봅니다. 의외로 요새도 이런 언론 검열과 같은 기본권의 침해를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고 있거든요. 흠흠흠... 처음 헌법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을 때 보스턴리걸이 생각이 나더라고요. 기본으로 돌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그들의 그러한 점을 좀 닮아야 할 것 같습니다.

  4. Favicon of https://rokmc1062.tistory.com BlogIcon 공감공유 2011.05.28 08:07 신고

    좋은 지적이시네요... 너무 과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고..부작용도 나타날 수도..

  5. Favicon of http://blog.daum.net/phjsunflower BlogIcon 꽃집아가씨 2011.05.28 08:23

    아이티쪽 모르는거 있음 이제 니자드님한테 물어봐야겠어요
    전 그때 보셔서 아시겠지만, 거의.. 모르거든요^^
    암튼 전자책은 아직도 갖고싶고.. 스마트폰도..아아아아.
    전 역시 원시시대 사람인가봐요 ㅠ

  6. couche 2011.05.28 09:10

    일부 내용에 공감하는바도 있지만, in app purchase를 강제하는건 애플이 앱스토어를 운영하는 일종의 수수료를 받기 위한 수단인데, 이걸 부정하겠다는 것은 앱스토어의 자원은 사용하면서 사용료는 한푼도 안내겠다는 얘기로 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사전검열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차원의 문제이죠.. 사전검열이란말이 정당성을 얻으려면, in app purchase를 걸고 넘어질게 아니라 실제로 애플이 내용을 문제삼아 등록을 거부한 전자책이 있다는 근거를 제시해야죠.. 제가 보기엔 책값을 다 가지고 싶은데 애플에 내고있는 수수료가 아까워 엉뚱한 in app purchase를 걸고넘어지는것 같습니다..

    • 안드로다 2011.05.28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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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자드님은 이러한 사실적현황에 대한 부작용을 언급하신것같네요. 예전 한국 포탈의 편집권 문제가 정치적 문제로도 확대 돴죠. 애플의 비지니스방식이라면 한국에서는 공정법 부정법 중기법 등등 많은 규제가 있죠. 거기에서 자유롭진 읺을것같군요. 양육강식의 사회를 원하시나보네요. 아울러 헌법에 보장된 언론출판과도 관련된 민주국가의 핵심적인 문제입니다.

    • 대티라울 2011.05.28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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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드로다// 글쓴이와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고 해서 약육강식의 세계를 원한다고 하는 건... 정말 어처구니없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이네요.

    • couche 2011.05.28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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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습니다. 악용하면 충분히 일어날수 있는 부작용이지요.. 그런데 그런 이유에서의 문제제기라면 방법이 좀 틀린것 아닌가 하는게 저의 생각입니다.. 그리고 약육강식의 시장원리를 지지하는바도 아니구요.

  7. Favicon of https://smiletown.tistory.com BlogIcon 스마일타운 2011.05.28 10:48 신고

    잘보고 갑니다.
    행복한 주말 되세요~

  8. Favicon of https://riugoon.tistory.com BlogIcon 리우군 2011.05.28 11:22 신고

    여러가지로 충돌할수 있는 사안같습니다.
    사전검열이 문제될수도 있고, 애플에 앱을 등록해 놓고 수수료가 아까워
    결국은 자기들이 다 먹으려고 하는것 같기도 하고.
    이것저것 잘 따져봐야 할것 같아요

  9. 현실 2011.05.28 13:47

    신한은행가서 농협방식으로 결재하겠다는 소리네요, 재미있는 분들이네..

  10. 스티브 2011.06.12 16:07

    한 의류 제조 회사가... 백화점에서 물건을 팔아야겠다, 하지만, 판매대금은 백화점 수납시스템을 통하지 않고, 자신들의 계좌로 송금을 받는 방법으로 30%에 달하는 비싼 백화점 수수료를 피해나가겠다는 생각으로만 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