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종종 같은 일에 대해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을 보게 된다. 흔히 생각차이라고 하는 이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필수나 마찬가지인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어떨 때 이런 생각차이가 너무 극단적으로 벌어지면 매우 안타까울 만큼의 놀라움을 겪게 된다.



애플에서 생산하는 고급 태블릿 아이패드를 생산하는 곳은 어디일까? 미국이 아니다. 캘리포니아에서 세련된 디자이너들이 만들어낸 모형을 가지고 대만의 폭스콘이 제작을 맡아서는 중국본토의 저임금 기능공에게 내려줘서 만든다. 그들의 노동조건이 열악하다는 건 여러차례 지적되어 왔는데 별 다른 개선이 없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급기야는 아이패드 공장의 폭발과 화재라는 최악의 사고를 불러왔다. (출처)

중국 청두에 위치한 폭스콘 공장에서 폭발을 동반한 화재가 발생하면서 애플의 아이패드 2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화재로 1개동 생산 중단으로 연 500만대 규모의 판매량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5월 22일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0일 발생한 화재로 폭스콘 청두 공장 1개동 생산이 중단, 분기당 최소 150만대, 연간 약 500만대 규모의 아이패드 생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추정했다. 이 중 일부 수요가 삼성전자 갤럭시탭2로 이동, 삼성전자의 통신 부문 영업이익은 약 2천억원(전사 기준 약 1.2%) 증익되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어 단기적으로 국내 IT 산업에 긍정적 효과도 기대됐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태블릿PC 산업이 초기 성장 단계에 머물고 있는만큼 아이패드 공급 감소는 전반적인 산업에 그리 긍정적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이에 따른 반도체 이익 감소분 등 여파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래에셋 증권 이순학 애널리스트는 "이번 사태로 인한 삼성전자 갤럭시탭 2 수요 증가에 따른 영업이익 증가분은 2천 억원 수준으로 추정할 수 있다"며 "아이패드 판매량 감소에 따른 반도체 이익 감소분 등을 고려할 때 미미한 수준"이라고 장기화 될 경우 아이패드 등에 부품을 공급중인 국내업체에도 일정 부분 여파를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나는 이 불행한 사고를 가지고 새삼스럽게 이번 글에서 애플의 하청구조를 공격하거나 순이익에만 얽매인 거래 자체를 논의할 생각이 없다. 삼성의 백혈병 노동자를 가지고 굳이 삼성 그룹 전체의 지배구조나 하청구조 전부를 공격하는 게 별 의미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미 사고는 터졌고 결국 애플은 스스로가 외면한 부분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오히려 내가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따로 있다. 어째서 이런 일이 터졌으며, 이번 사건을 보는 데 있어 무엇이 중요한가 하는 점이다. (출처)

Foxconn은 Chengdu 공장 폭발로 인해 세번 째 사망자가 생겼다고 확인했고, 초기 조사에 의하면 덕트 내의 가연성 알루미늄 재가 폭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재로 인해 폭발했다는 이전 루머를 뒷받침해 준다.
이 치명적인 사고가 있기 2주 전에 워치독 그룹 SACOM은 Chengdu 공장의 직원들의 복지 문제에 대한 보고서를 배포했는데, 관리 문제들, 과다한 노동시간, 위험한 환경 등의 이슈들을 제기했다. PC월드는 특히 연마 부서 주위에 떠도는 - 고도의 폭발성을 지닌 - 다량의 알루미늄 재들에 대한 직원들의 불평들을 강조했다. 이는 이 공장 내에 적합한 재 적출 방법들이 결여된 것을 암시해 준다.
Foxconn은 전에 이 보고서를 묵살했지만, 이 폭발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는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단번에 말해 줄 것이다.

이번 사건의 원인은 분진폭발로 보인다. 미세한 분말이 공기중에 확산되었을 때 거기에 적당한 전기나 불꽃을 대면 순식간에 타오르면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는 현상이다. 밀가루로도 가능하지만 알루미늄 조각이면 더욱 굉장한 위력이 나온다. 로켓의 고체연료 안에 일부러 알루미늄 분말을 넣어 폭발력과 추진력을 높인다는 말까지 있다.



애플 제품에서 우리가 찬양하던 아름다운 알루미늄 바디를 깎아 만들던 것이 원인이다. 가공은 기계가 하지만 그걸 지켜보고 조절해주는 건 사람이다. 그리고 이런 위험을 안고 공장을 돌리는 것도 사람이다. 중국사람이든, 아프리카 사람이든, 미국 사람이든 모두가 같은 사람이다. 이번 사고로 인해 귀중한 사람 목숨이 희생됐다.

아이패드 공장 폭발사고, 무엇이 더 중요한가?

그런데 막상 저 위의 기사는 사람 목숨이 아닌, 돈에 관련된 것만 말하고 있다. 증권 애널리스트가 할 수 있는 말은 저게 고작이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공장이 날아가고 사람이 세명째 죽었다. 그런데 앞으로 우려되는 아이패드 생산차질과 애플의 손실, 경쟁업체의 반사이익만 숫자로 계산하고 있는 게 나는 너무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물론 나도 아이패드를 쓴다. 이 글도 알루미늄을 깎아만든 아이패드에 알루미늄 키보드로 쓰고 있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열악하고 위험한 노동을 감수하다가 사람이 죽었는데도 그저 전세계 아이패드 공급이 달릴까봐 그것부터 걱정하는 건 대체 얼마나 자기만 아는 일인가? 무엇이 더 중요하고, 무엇이 덜 중요한지 분별하지 못한단 말인가?



저런 불행한 사고가 났다면 나는 설사 아이패드2를 예약해놓고 기다리고 있다고 해도 그 물량부족을 걱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차라리 예약을 취소하거나 당분간 구입을 포기하는 한이 있어도 말이다. 사람목숨보다 귀중한 건 아무 것도 없다고 하는 말은 그저 학교 교과서 속에만 있는 말일까? 이럴 때 우리가 몸소 말과 태도로 보여주어야 인간의 존엄성이 사회속에서 유지되고 있다는 걸 믿을 수 있을 것이다.

아이패드 공장의 불행한 폭발사고를 맞아 보다 숙연한 자세로 사고 원인과 함께 개선책을 찾아보자. 그것은 적어도 애플 제품을 쓰고 있거나 구입할 예정인 사람들에게 주어진 도덕적 의무다. 그래야만 현대를 사는 우리가 이기심만 있는 게 아니라 남을 생각하는 사회적 동물(호모 사피엔스)이라는 걸 확신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 소비자이기 전에 인간이다.


P.S : 드디어 새로 노트북을 구입하면서 제 일상이 정상화됐습니다.^^ 이제 좀 편안하게 포스팅 할 수 있게 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