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논란과 반발을 가져온 게임 셧다운제가 국회를 통과했다. 솔직히 21세기 민주주의 사회를 사는 우리가 어째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도 않는 행동에 일일이 규제를 주고 받아야 하는 지도 궁금하다. 그 대상이 비록 16세 이하 연령으로 적용되었다지만 인권이나 의사결정권은 그들에게도 엄연히 존재한다.



민주주의 사회는 현재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합리적이고, 발전된 체제다. 그러나 이 체제에도 약점이 있다. 바로 투표권이 없는 저연령층이나 이미 죽은 자, 태어나지도 않은 다음 세대의 의견은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표를 의식하는 정치인이든 표를 주는 투표권자든 말로는 자기 아닌 다른 집단도 생각하다고 하지만, 막상 이익이나 권리가 첨예하게 부딪치게 되면 대부분 자기를 위한 정책을 만든다.

예를 들어보자. 돈이 많이 들지만 국민을 위해 꼭 해야 하는 사업이 있다. 국가는 그걸 추진해야 하고 국민은 지지한다. 그러나 만일 이 사업을 위해 세금을 많이 올려야 한다고 치자. 사업은 추진하고 싶고 세금은 더 내기 싫다. 그러면 가장 쉬운 방법은 국채를 발행해서 빚을 내는 방법이다. 이러면 이자 약간만 갚으면 된다. 사업이 추진되고 완성되면 혜택은 지금 살고 있는 국민들이 보지만, 막상 그 원금과 이자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거나 어려서 투표권도 없는 다음 세대가 부담해야 한다. 자기 후손을 빚장이로 만들고는 모두가 행복해한다.

서론이 좀 길었다. 다시 게임 셧다운제를 보자. 이 제도는 자기 자제력이 없는 청소년을 게임중독에서 보호하기 위해 만들었다. 밤 12시 이후로 게임을 할 수 없기에 일명 신데렐라법이라고도 불린다. 그러나 막상 보호를 받아야 할 대상은 청소년은 전혀 고마워하지 않는다. 또한 과연 보호가 될 지도 의문이다.


1) 청소년이 이른바 공부는 안하고, 체력을 소모하며 몰입하는 건 비단 게임만이 아니다. 만화책도 있고 판타지 소설이나 무협지도 있다.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가 될 수도 있다. 이들을 게임과 동등하게 취급한다면 모두가 과몰입(중독)이 우려되는 것이니 금지하거나 셧다운제를 도입해야 할 것이다.

2) 농담같다고? 천만에. 실제로 게임셧다운제 관련 법안의 해당조항은 ‘게임’ 이라고만 규정하지 않았다. 인터넷을 통해 전송되는 모든 컨텐츠에 적용할 수도 있게끔 모호하고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다. 집행하는 자의 의지에 따라 무차별적으로 인터넷 카툰, 만화, 애니메이션에도 적용 가능하다.

3) 전자책은 어떨까? 의지만 있다면 해당될 가능성이 무척 높다. 오늘날 미디어는 상호융합되고 있으며 장점이 혼합되는 경향을 보인다. 게임요소를 도입한 전자책은 게임과도 비슷하다. 또한 전자책도 인터넷을 통해 전송된다.



게임 셧다운제, 전자책에도 적용될까?

문제는 게임셧다운제 적용 이후의 움직임이다. 솔직히 이 법 자체가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에 위반되어 위헌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 그 사이에 실질적으로 집행되어 12시 이후 게임에서 청소년들이 강제로 퇴출된다면? 그들이 즉시 공부를 할 확률은 별로 없다.

아마도 전자책을 보거나 만화책, 애니메이션에 심취할 가능성이 높다. 그 가운데서도 자기가 즐기는 게임과 가장 비슷한 특성을 지닌 컨텐츠에 몰릴 수도 있다. 그럴때 가장 가까운 것이 전자책이다. 게임과 전자책은 서로가 특성을 배우면서 발전하는 라이벌 관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럴 때 게임회사들이 취할 수 있는 타책은 무엇일까? 게임에 적용되는 게임셧다운제를 피해서 게임성이 짙은 전자책을 내놓는 길이다. 그리고 책이라 우기는 길이다. 그러면 잠시동안은 게임이 아니므로 비난이 사그라들지 모른다. 결국 진정한 의미에서 게임중독 방지에는 별로 도움이 안된다. 지금도 벌써 일부 온라인 게임 에서는 메일주소로만 알아도 가입할 수 있게 시스템을 바꿨다.

당연히 전자책은 게임 다음으로 셧다운제도의 목표가 된다. 전자책의 장점을 아무리 말해봐야 소용없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 시리다는 말이 있듯이 게임이 초토화되면 그 다음은 전자책이다. 엄청난 피해가 예상된다.



대안은 게임계와 출판계가 힘을 합쳐 게임 셧다운제를 폐기시키고, 새로운 중독방지책을 내놓는 길이다. 둘은 이미 같은 배를 탄 몸이다. 한쪽이 무너지면 다른쪽도 무너진다는 각오로 단합해서 주장하기 바란다. 게임셧다운제를 반대한다! 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