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삼성을 상대로 스마트폰 특허침해로 고소했다는 건 이제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그런데 최근 이에 관련된 흥미있는 후속 뉴스가 많이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애플이 이미 스마트폰 특허침해로 고소한 몇몇 업체의 재판결과로서 해당업체는 전혀 애플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판결이다. 더불어 애플이 이렇듯 고소를 남발하는 점에 대해 법정에서 유의해서 보겠다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도 받았다.



또한 삼성이 드디어 미국 법원에 애플을 특허침해로 맞고소했다. 이전에 애플이 삼성을 고소한 부분이 감성적이고 다소 모호한 디자인, UI인데 비해 삼성이 애플을 고소한 부분은 통화중 인터넷 사용이라든지, 통화품질 개선 등 기술적으로 명확한 부분이라 애플이 패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외국 언론의 관측도 있다.

물론 애플에 아주 절망적인 뉴스만 있었던 건 아니다. 애플이 자사의 독특한 멀티터치 특허를 침해했다고 고소한 한 업체의 고소는 법정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애플은 여기서는 승소했다. 애플은 지금 특허계의 폭주족이나 다름 없다. 장애가 되는 모든 업체를 마구잡이로 들이받고 있다. 여기서 예외가 되는 업체는 기껏해야 일본의 소니 정도일 것이다. 아마도 소니는 스티브 잡스의 비즈니스 모델이었던 만큼 약간의 혜택을 입고 있는 듯 하다.

중요한 건 애플과 삼성의 구도다. 삼성은 이제 외국언론에서도 승승장구하는 애플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업체로 꼽히고 있다. 가전부터 티비, 휴대폰까지의 모든 완제품 영역과 함께 디스플레이 패널부터 반도체까지의 상당한 부품 영역을 차지하고 엄청난 이윤을 남기는 삼성은 분명한 IT계의 공룡이다.



애플이 삼성을 상대로 얼마나 유효한 공격을 날릴 수 있는가는 마치 이종격투시합을 보는 듯한 흥미를 준다. 더구나 애플의 핵심제품인 매킨토시부터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팟에 걸쳐 삼성 부품이 안들어간 곳은 거의 없다. 특히 아이폰의 핵심칩조차도 삼성이 아예 파운드리 생산을 하고 있다. 그 삼성과 싸운다는 게 사실 말이 안된다. 그래서일까. 이번에 애플이 차세대 아이폰등의 프로세서에 삼성이 아닌 인텔을 선정했다는 뉴스가 나왔다.(출처)

EETimes는 5월 2일(현지시각) 새로운 보고서에서 인텔이 애플의 아이팟 터치, 아이패드, 아이폰 프로세서의 메인 제조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iOS 기기에 사용되는 A4, A5 등의 프로세서는 애플이 디자인 했으나 삼성과 TSMC에서 제조를 맡아왔다. 삼성은 현재 애플의 메인 파운드리 업체다. 그러나 애플이 차세대 칩을 인텔에 맡김으로써 수년 내 삼성과 결별할 뜻을 내비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최근 불거진 특허 전쟁과 연관 지어 분석했다. 애플이 라이벌 업체인 삼성을 견제하기 위해 자사에 주요 부품을 조달하는 삼성의 역할을 축소할 필요가 있었으며, 그를 위해 특허 제소라는 명목을 사용했다는 해석이다. 애플이 삼성과의 특허 제소 싸움을 시작할 즈음부터 이미 프로세서 제조업체 물색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위의 기사에서 말한 전문가들의 예상은 대체로 합리적이다. 이 자체로는 별반 의심할 것 없는 보도다. 그러나 과연 이런 전환이 순조로울까? 일단 나는 애플이 그리 쉽게 삼성과 완전 결별을 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설령 독한 마음을 먹은 애플이 인텔을 택한 게 사실이더라도 그 후의 과정은 험난하기만 하다.

애플, 삼성과 결별하고 인텔칩을 쓸 것인가?


1) 인텔은 애플이 원하는 ARM 기반의 설계와 생산에 적합한 곳이 아니다.

우선 자존심 면에서 보자. 인텔은 오히려 ARM을 최대의 위협이자 라이벌로 여기고 있다. 자사의 핵심칩인 X86칩인 아톰이 활약할 수 있는 태블릿과 스마트폰의 영역에서 ARM은 이미 입지를 굳혔다. 더구나 이제는 반대로 노트북의 일부까지 뻗어나가려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인텔이 ARM설계와 생산을 맡는다? 마치 맥도널드가 고객의 요청으로 롯데리아의 불새버거 세트를 만들어 판다는 것만큼 아이러니컬한 일이다.

2) 인텔의 양산능력은 애플의 수요를 전부 채워줄 정도가 되지 못한다.

설령 인텔이 자존심이고 뭐고 버리고 애플을 위해 ARM칩을 만들어주기로 했다. 혹은 애플이 획기적으로 양보해서 인텔이 새로 설계한 아톰같은 칩을 새 아이폰에 탑재하기했다고 치자. 그렇다고 해도 인텔의 양산능력과 수율로는 애플이 원하는 동시 공급능력을 맞추기 어렵다.

현재 인텔의 칩들은 분명 거대한 PC시장에서 순조롭게 공급되고 있다. 그러기에 문제없다고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그 칩들은 대부분 가격이 비싼 고가 칩이다. 수율이 잘 나와주지 않기에 그렇다. 유일한 저가 인텔칩인 아톰은 성능이 너무 떨어진다. 이 칩을 가지고 아이폰을 만들게 되면 아이폰의 칩 공급원가가 확 올라간다. 마진률을 중시하는 애플이 과연 이런 비싼 부품을 쓸까?



3) 인텔이 애플의 칩을 전부 공급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설령 위의 두 조건이 맞았다고 해도 인텔은 엄연히 현재 PC칩도 생산해야 하는 회사다. 여력을 한꺼번에 애플칩 공급에 쏟아버리면 막상 주력제품인 i5, i7칩의 생산은 어떻게 정상적으로 할 수 있을까? 결론은 대규모 투자로 라인을 증설하고 공장을 늘리는 길 뿐이다. 그렇게 되면 그 소요비용은 고스란히 칩 가격에 전가된다. 애플로서는 도저히 채산성이 안맞는다.

4) 나머지 부품조차 전부 삼성을 배제하기란 쉽지 않다.

다 좋다. 때로는 자존심이나 미래전망을 위해 눈앞의 모든 이익과 명분을 전부 포기해야 하는 법이다. 그러나 칩 하나 바꾸는 데도 이렇게 힘이 든다. 그렇다면 앞으로 메모리, 낸드플래쉬, HDD, 디스플레이 패널 등에서 애플은 전혀 삼성을 쓰지 않고 갈 수 있을까? 가능이야 하겠지만 현실적으로 너무 희생이 크다.



과연 애플이 이 모든 희생을 각오하고 미래의 최대 경쟁자인 삼성을 몰아내기 위해 움직일 것인가? 나로서는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본다. 어쨌든 매우 흥미가 가는 일이다. 아마도 비즈니스 역사에 길이 남을 사례가 될 이번 움직임을 주시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