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본은 계속 대지진의 여진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 과거 일본에서 벌어졌던 커다란 지진인 관동 대지진 때, 기묘한 소문이 돌았다. 바로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기에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 사실이지만 재난 때문에 신경이 민감해지고 분노했던 일본인들은 희생양으로 조선사람을 선택했다. 조선인들을 색출해 테러를 가하고 학살하는 일이 벌어졌다. 당연한 일이지만 나중에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는 말은 전혀 근거없는 뜬소문이라 판명되었다.



이처럼 종종 사람들의 불안감을 이용해서 무엇인가 자기가 원하는 목적을 성취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911테러 후의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테러에 대한 미국민의 공포를 효과적으로 이용했다. 그런데 이런 일이 비단 외국의 일만은 아니다. 바로 아주 가까운 우리 한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 주 가장 화제가 되었던 스마트폰- 아이폰의 위치추적과 정보 누출에 무료 와이파이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뉴스다. (출처)

애플의 해명에도 위치정보 추적 논란이 소송으로 번지는 가운데, 위치정보 전송의 경로로 알려진 와이파이(Wi-Fi)의 보안성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구글과 애플이 스마트폰과 PC의 위치정보를 모두 와이파이 망을 통해 수집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보 유출에 무방비로 노출된 와이파이 망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것.

와이파이는 무선접속장치(Access Point)가 설치된 일정 범위의 공간에서 무선 인터넷을 할 수 있는 근거리 통신망을 뜻하는 것으로 국내 이동통신사의 'T 와이파이존', '쿡 와이파이존'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애플과 구글이 와이파이를 통해 위치정보를 전송받는 이유는 별도의 과금이 필요없는 무료 망이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가 사용자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위치정보를 전송받을 수 있었던 것도 무료인 와이파이 망 덕분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와이파이 접속을 차단하면 애플이든 구글이든 위치정보는 전송되지 않는다"라며 "그렇다고 공짜 서비스를 포기할 수도 없어 사생활 침해 위험을 감수하고 와이파이를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뉴스를 보면 마치 공짜 와이파이를 이용하면 위치정보가 유출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느껴진다. 심지어 공짜 와이파이 기능은 사생활 침해 위험을 감수해야만 이용하는 그런 시설인 것처럼 과장한다. 와이파이 기능 자체의 문제점이 아니라 '공짜' 니까 그렇다는 식의 뉘앙스가 깔려있다. 그렇다면 결론은 공짜 와이파이를 없애든가, 사용자가 알아서 와이파이가 아닌 3G망만 이용하라는 것이 된다.

그렇지만 이것은 전형적으로 논점이 빗나간 결론이다. 애당초 무료 와이파이가 문제가 아니거니와 설령 문제라고 해도 핵심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위치정보 추적, 무료 와이파이가 문제인가?


1) 위치정보 전송은 기본적으로 스마트폰 서비스의 하나다. 사실 정 위치정보를 찾기 어렵게 하고 싶으면 와이파이가 아니라 스마트폰에 내장되는 GPS칩부터 없애야 한다. 와이파이가 없어도 이 GPS를 통해서 얼마든지 사용자의 위치를 검출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 기사의 어디서도 GPS는 문제삼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것이 바로 이통사와 스마트폰 업체의 이윤을 창출해내는 산업기반이기 때문이다. 이 칩과 휴대폰 모듈이 달리는 것때문에 와이파이 버전과 3G버전의 가격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위치정보 전송과 저장은 전적으로 운영체제를 만드는 애플과 구글의 소프트웨어 설계의 문제이지 애궂은 무료 와이파이에게는 죄가 없다. 공짜 와이파이라고 해도 운영체제에서 명령을 내리지 않으면 절대 위치정보를 전송하지 않는다.

2) 무료 와이파이니까 아무도 상업적으로 이것을 보호해주지 않는다. 원래 이해당사자가 되면 적극적으로 자기 서비스에 대한 과장된 문제제기나 음해, 루머에 대처하고 해명한다. 그런데 무료 와이파이는 공짜라서 천덕꾸러기 취급만 할 뿐 아무도 보호하지 않는다. 돈을 벌어주는 서비스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도 사실 핵심은 와이파이 서비스 자체가 아니다. 이통사는 어떻게든 무료 와이파이를 없애고 '유료 와이파이' 로 만들고 싶은 것이다. 그러면 그제야 보안 시스템도 도입하고 해명도 해주겠다는 속셈이다. 사실 그것은 무료인 지금도 마음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것인데 무료 와이파이가 싫어서 안하는 것 뿐이다.

3) 엄밀히 말해서 지금 이통사가 깔아놓은 무료 와이파이는 절대 무료가 아니다. 3G이용자들이 낸 정액제 요금을 이용해서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없애지 못하고 오히려 늘리는 이유는 늘어가는 3G 데이터양을 분산시키기 위해서다. 따라서 무료 와이파이에 대한 관리와 보안책임도 이통사에 있다. 그런데 위의 기사는 무료 와이파이라는 이름을 이용해서 자기들의 관리책임을 부정하는 책임회피에 가깝다.

이번만이 아니다. 국제적인 해킹으로 인해 한국 인터넷이 피해를 입을 때마다 그 전파경로나 원흉으로 흔히 무료 와이파이가 지목된다. 아무도 보호해주거나 해명하지 않으니 너무도 쉽게 탓할 수 있다. 만화 독수리 오형제에 나오는 적 괴수 개렉터(?) 보다 매도하기 쉽다.



무료 와이파이는 오히려 더욱 확산되고 발전해야 한다. 이것은 마치 유선 인터넷망처럼 사회의 기간통신망이자 미래의 산업을 이끌어갈 중요한 핵심이다. 우리가 해외에 갔다가 정말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무료 와이파이의 도움으로 정보를 잠시 이용할 수 있어 곤경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늘 있는 것은 소중함을 느끼지 못한다고 어느날 갑자기 전국의 무료 와이파이망이 사라져 버린다고 생각해보자. 과연 우리가 아무 불편없이 생활할 수 있을까? 보다 신중하고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