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나는 종합 격투기를 재미있게 본 적이 있다. 그때 무패의 전적을 자랑하며 엄청난 카리스마를 뿜어냈던 파이터는 러시아의 효도르였다. 46억분의 1 이라 불리는 그의 싸움방법은 참으로 재미있다. 처음에는 어슬렁거리며 마치 동네 아저씨처럼 상대가 공격해오는 데 따라 몇 대씩 치고 받는다.


그러나 그 과정에 상대가 헛점을 보이거나 효도르의 주먹에 정타를 맞으면 분위기가 180도 달라진다. 비틀거리며 쓰러질 듯한 상대에게 엄청난 속도로 달려들어 연타를 날린다. 쓰러진 상대 위에서 그야말로 냉혹한 표정으로 파운딩 펀치를 내려친다. 그걸로 대부분 승부는 끝이 난다. 상대가 헛점을 보이는 순간 최고의 기세로 달려드는 것, 이것이 그의 승리비결이다.

최근 아이패드를 두고 벌이는 애플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태블릿 시장에서는 완전히 독보적인 존재를 구축하고 있기에 좀 느긋해도 되건만, 오히려 아이폰보다 더 공격적인 전략과 빠른 행보를 보인다. 아이패드2를 경쟁업체가 놀랄 정도로 싼 가격에 내놓은 것도 그렇고, 잡스가 '포스트PC' 로 아이패드를 칭하며 나머지 업체를 모조리 카피캣이라 몰아붙이는 것도 그렇다. 마치 승기를 잡은 효도르의 성난 움직임을 생각나게 만든다.



과연 이런 일련의 움직임을 통해서 애플이 노리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을 바로 태블릿 시장의 확대와 함께 노트북 시장의 공략이라고 본다. 우선 다음 기사를 한번 보자. 노트북들이 아이패드의 장점을 흉내내고 있다는 내용이다(출처).

"플래시 메모리 고집적화, 프로세서 고기능화 진전, 그리고 아이패드의 미학 등이 노트북을 더 얇고 가볍게 진화시킬 수 밖에 없다.”

씨넷은 23일(현지시간) 향후 노트북컴퓨터는 아이패드를 흉내내 더 작아지고 얇아지는 쪽으로 진화할 것이며 이를 가능하게 해 주는 3가지 설득력있는 이유를 소개했다.

무엇보다도 소비자들이 얇고 가벼운 제품을 좋아하기 때문에 향후 나올 노트북은 아이패드에 녹아있는 이같은 기술요소를 반영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 전망이다.

보도는 이같은 추세를 반영, 올여름 이후 더많은 맥북에어와 삼성의 시리즈9같은 노트북이 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내년 하반기에는 기가바이트(GB)급 HDD가 노트북시장에서 주류로 부상하는데 별 무리가 없을 것이란 전망도 함께 나왔다.

아이패드가 인기를 얻자 각 노트북 제조사들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당장 눈앞의 매출에는 아직 별 지장이 없다. 그러나 이건 아직 충분히 아랫목이 끓어오르지 않아서일 뿐이다. 노트북 가운데 가장 하위레벨에 있던 넷북시장은 벌써 아이패드에 잠식당해 성장세가 꺾이고 있다. 이어서는 맥북에어와 같은 울트라씬 노트북 차례다. 그런데 애플에게도 고민은 있는 것이 애플 역시 노트북을 제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맥북 시리즈다.



얼마전 매킨토시 운영체제를 만든 개발자가 애플을 떠났다. 그러면서 그는 '통합은 순조롭게 되고 있다.' 라는 묘한 말을 남겼다. 매킨토시 운영체제가 더이상 필요없어지는 것과 함께 통합이란 단어는 곧 주의깊은 분석의 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외국 언론들이 낸 결론은 우연찮게도 내가 아이패드1이 갓 나왔을 때부터 주장한 내용과 거의 같다.

아이패드와 맥북, 하나로 통합될 것인가?

결국 아이패드로 대표되는 태블릿과 맥북으로 대표되는 애플의 노트북 라인이 하나로 통합될 거란 의미다. 그것은 넓게 보면 아이폰의 iOS와 맥의 OS X가 어떤 형태로든 통합될 거란 뜻이다. 기술적으로 보면 일단 통합이라고 해도 몇 가지 종류가 있다,.

1) 하나의 운영체제를 기본으로 나머지 하나의 운영체제가 그 안에서 가상머신을 형성해서 흉내내는 방법이 있다. 현재도 버추어PC나 패러럴스 등 가상머신을 이용하면 하나의 컴퓨터에서 다른 운영체제를 쓸 수 있다. 즉 맥북 위에서 iOS가 가상운영체제로 실행되면서 흡수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이것이 가장 유력한 방법이다.



2) 두 개의 운영체제가 일종의 하위호환 방식을 취할 수 있다. 어차피 둘 다 기본적인 커널은 동일하다. 따라서 API를 호환시켜서 맥북과 아이패드 안에서 서로의 소프트웨어에 대해 일정수준의 호환성을 부여한다. 물론 이럴 경우 100퍼센트 호환은 아니다. 예전에 윈도우 95가 제한적으로 도스와 윈도우 3.1 용 소프트웨어를 실행시켰던 원리와도 비슷하다.

3) 궁극적으로는 두 운영체제를 완전히 통합한 단일 운영체제가 나오게 된다. 도스 커널을 기초로 한 윈도우 98이, 나중에 전혀 다른 커널을 기초로 한 윈도우 2000에 흡수되며 완전통합되어 윈도우 XP란 이름으로 나왔다. 마찬가지로 아이패드와 맥북의 운영체제가 완벽히 하나로 통합된 새 운영체제가 등장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애플은 자사의 제품 라인업을 일부러 죽이거나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통합을 이룰 수 있다. 그리고 보다 궁극적인 목표는 바로 가정용 PC시장의 탈환이다. 태블릿을 점령한 다음, 넷북시장을 차지하고, 이어서 노트북 시장 전체를 차지하면, 나머지는 노트북을 집안에 놓고 쓰는 형태의 변화일 뿐인 데스크탑 PC시장이다.



그것은 전세계 개인용 컴퓨터의 거의 전부에 해당한다. 즉 이제까지 조용하던 MS의 윈도우와 다시 한번 재대결을 벌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맥북과 아이패드의 통합은 이처럼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과연 어떤 미래가 펼쳐질 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