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이패드를 구입한 것은 작년 9월말이다. 나름 가격이 좀 싸졌을 때 사려고 했지만 여의치 않았기에 미뤘다가 구입했다. 일본제였는데 그후 한 달 정도 후에 국내에 정식출시가 되었다.


(사진출처: 인가젯)

나는 일상적으로 들고 다니는 기기가 많지 않다. 될 수 있으면 딱 하나의 다목적 기기로 모든 걸 해결하려는 것이다. 비용도 문제거니와 무게라든가 번잡성에서 보면 기기가 많을 수록 신경이 분산되고 관리가 힘들다. 그런 면에서 나는 아이팟과 스마트폰, 닌텐도 DS와 노트북, 디지털 카메라, 전자책 단말기를 다 같이 들고 다니는 그런 사람을 보면 입이 딱 벌어진다. 각각의 용도가 다르고 이유는 있겠지만 나는 도저히 그렇게는 못하겠다.

아이패드를 통해서 나는 음악을 듣고, 동영상을 보며, 인터넷 이용과 게임, 글쓰기와 독서까지 거의 모든 영역을 다 소화한다. 그러다보니 집에 있는 컴퓨터는 고화질 동영상이나 티비 감상용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그 가운데 내가 아이패드를 통해서 가장 만족스럽게 하고 있으며 긴 시간을 즐기는 분야를 하나 꼽자면 책읽기다.

크고 시원한 화면으로 보는 전자책과 만화책은 아이패드를 산 보람을 느끼게 해준다. 또한 다채로운 각국의 잡지를 감상하고 있자면 액정화면으로 인해 눈이 약간 아픈 것조차 잊고 장시간 독서를 즐기게 된다. 오래 들고 있으면 손목이 아프지만 책 내용에 빠지다보면 신경쓰지 않게 된다.



그렇게 열심히 전자책과 전자잡지를 읽다보니 몇 가지 불만이 생긴다. 전자책은 그래도 인쇄된 잡지책을 레이아웃 그대로 구현해주는 PDF방식이라든가, 글자 위주의 컨텐츠를 선명히 보여주는 epub란 공통 표준이 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앱스토어등을 통해서 유통되는 잡지나 책 가운데는 이런 공통 표준이 아닌 독자적인 형식의 앱형태가 훨씬 더 많은 것이다. 이것은 또한 아이패드 뿐만 아니라 모든 태블릿에 공통된 문제점일 듯 하다.

전자책만 하더라도 포맷은 대충 위의 두 가지 방식이지만 그걸 보여주는 리더는 업체별로 제각각 있다. 본래 아이패드는 애플의 정식 어플인 ibook이 있다. 하지만 아마존은 독자적인 킨들어플로 볼 수 있게 내놓았다. 스탄자라든가 클라우드 리더 역시 전자책용 앱이다. 국내에서는 쿡북이라든가 다른 전자책 리더 회사들이 각자의 포맷과 스토어를 통해 다른 조작법의 리더를 내놓았다.

그러다보니 이 책을 읽다가 다른 책을 읽을 때 종종 다른 앱을 다시 실행시켜 별도 조작을 해야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크게는 비슷하더라도 세세한 부분에서 리더마다 조작법이 다르니 종종 헛갈려서 엉뚱한 조작을 하는 수도 있다. 아이북스는 현재 영문책 위주로만 서비스를 열어놓았고 그 외 지역에 대해서는 아직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니 한글 책을 비롯해 다른 언어 책을 읽고 싶다면 아이북스에서 구입은 포기하고 다른 수단을 거쳐야 한다.



그나마 전자책의 경우는 상황이 좀 나은 편이다. 전자잡지에 관해서는 거의 난립이라고 표현해도 좋다. 그나마 마리끌레그나 싱글스 등 유력잡지를 통합 서비스하는 '더매거진'은 여러 잡지를 한꺼번에 하니까 났다. 디지털 카메라 매거진(DCM), 스터프, 전자신문, 한국경제신문, 스팟매거진, 시사인모바일 등 많은 잡지들이 독자적인 앱 형식으로 배포되고 있다.

책이라면 그저 페이지 넘기고 목차와 책갈피를 관리하는 정도로 대부분의 기능이 끝나니까 조작법이 달라도 그리 큰 차이는 없이 적응한다. 그러나 잡지는 다르다. 특히 아이패드의 특성을 이용하기 위해 독자적인 컨셉을 잡아 내놓은 전자잡지들은 서로가 다른 조작방법으로 사람을 당황하게 한다.

물론 이런 잡지들의 장점도 있다. 다양한 스크롤 조작법을 통한 상쾌감이라든가, 누르면 동영상이 재생된다던가 다양한 효과로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준다. 그야말로 만지면 톡톡 하고 반응하는 재미가 정말 살아있다.



하지만 바로 그 맛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 초반부에 당황하면서 익숙해져야 하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바로 그게 문제다. 잡지를 읽기 위해 굳이 어렵고 귀찮게 무엇인가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더구나 그것이 개별 잡지마다 다르기에 한번 배워도 다른 잡지로 가면 아무 쓸모도 없는 조작법이라면 말이다.

아이패드, 강력한 전자잡지 포맷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나는 다양성을 좋아하는 편이다. 통제된 획일성보다는 다소 혼잡하더라도 다양한 가능성이 보다 많은 발전을 가져온다고 믿는다. 하지만 아이패드를 만든 애플의 기기 속에서 구현되는 철학은 이런 내 생각과는 차이가 있다. 애플이 편리하고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먼저 제시하고 기기 속 앱은 그 인터페이스 위에서 최소한의 변형만 해서 사용자를 편하게 해준다. 그것이 애플의 생각이다.

이런 애플의 철학은 날이 갈수록 빠르고 복잡하게 변화하는 첨단기기에서 사람들이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기술을 빠르고 쉽게 그 결과만 즐기게 하는 효과가 있다. 노력을 최소로 들이고 말이다. 그런 면에서 애플이 지금 거두고 있는 성공의 원동력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아이패드 위에서 돌아가는 전자잡지에서는 이런 통일성이란 장점이 많이 없어지고 있다. 아주 기본적인 스크롤이나 메뉴 호출은 비슷하다. 하지만 예를 들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넘기느냐, 아니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넘기느냐를 비롯해서 아래에서 위로 넘기는 방식을 병용하기도 하고 화면속에 탭을 놔둬서 그것이 화면을 전환하는 등의 복잡한 방식이 점점 쓰이고 있다. 따라서 처음으로 태블릿을 접한 사람들은 당황할 가능성이 높다 다양성을 좋아하는 나조차도 잡지를 읽기 위해 굳이 당황하며 조작법을 그때마다 다양하게 익히고 싶지는 않다.



이런 현상의 원인은 무엇일까? 그건 애플이 전자잡지 회사들이 구현하고 싶은 만큼 활용성이 높고 기능이 강력한 전자잡지 포맷을 제시하거나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눈은 점점 높아지고 경쟁은 치열해진다. 그런데 멀티미디어를 포함한 톡톡 튀는 잡지를 만들고 싶어도 아무런 공통 포맷이 없다보니 서로 독자 앱을 만들게 된다. 또한 이 기회에 애플의 통제에서 좀 벗어나 보려는 생각도 가지게 된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애플이든 아니면 제 3의 회사든 전자잡지를 위한 강력한 포맷을 만들어 내놓아야 한다. 될 수 있으면 무료로 공개된 표준이면 더 좋을 것이다. 유료라면 아마도 애플의 비즈니스 모델과 얽혀서 복잡한 문제를 만들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어쨌든 아이패드에 날이 갈 수록 늘어가는 전자잡지와 전자책을 보면서 느끼는 이런 내 심정은 굳이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아이패드를 비롯해 태블릿 시장 전체의 확장을 위해서라도 시급히 전자잡지 공통 포맷이 나오길 바란다. 각자 실행되는 앱이 아닌 통합된 아이북스나 다른 툴 위애서 모든 잡지를 편하게 조작하며 즐길 수 있는 순간이 와야 한다. 그래야 전자잡지가 한단계 더 발전하며 독자를 순조롭고 빠르게 늘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