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우리는 강제로 무엇인가를 당하는 걸 싫어한다.
예를 들어 학창시절에 그렇게 하기 싫었던 공부도 사실은 강제로 해야하기에 싫었던
경우가 많다. 똑같은 내용이지만 먹고 사는 문제가 걸려서 하거나 취미가 되면 열심히 하게 된다.

한국은 고도성장기에 지도자의 결단에 따라 상명하복으로 따라온 경제 발전사 때문인지 몰라도 강제로 집행되는 제도가 많다. 사용자의 권리보다는 생산자의 편리성이 우선되는 경우가 많고, 개개인의 선택권보다는 통합의 편리함만이 강조된다. 그래서 한국은 민주주의 사회지만 동시에 집단주의 경향이 강한 사회이기도 하다.



지금도 문제되고 있는 제도 가운데 휴대폰의 010 강제 통합제도가 있다. 예전에 각 이통사 고유의 식별번호로 주어졌던 앞자리 숫자 011, 016, 019 같은 숫자들이 번호이동제도에 따라 무의미해지자 모두 회수해 010 으로 통합하고 그 번호를 다른 곳에 쓰겠다는 것이다. 취지는 나쁘지 않지만 문제는 이것이 강제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정 비율로서 010 사용자가 늘어나면 나머지 번호 사용자는 강제로 번호를 반납하고 010 으로 통합당해야 한다.

때문에 3G와 스마트폰 가입을 희망하는 사람은 지금도 010 번호 이동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강제로 집행되는 이것에 반발해서 기존 번호 그대로 스마트폰을 쓰게 해달라는 청원과 움직임이 있지만 아직은 확정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일이 또하나 매우 자연스럽게 벌어지고 있다. 바로 한국의 모든 휴대폰을 스마트폰으로 통일해버리려는 이통사의 음모(?)다. 우선 방송통신위원회의 자료 하나를 보자. (출처 : 방통위, 제2차 스마트폰이용실태조사 결과 발표)



(스마트폰 이용 연령층/계층) 신규 스마트폰 이용자(이용기간 6개월 미만)는 1차 조사에서는 과반수가 남성(58%) 및 20-30대(77.1%), 전문관리직/사무직(59.9%)으로 집중되어 얼리어답터의 특성을 보인 반면, 이번 2차 조사결과는 여성, 40-50대, 서비스/생산직 및 주부 등의 비중이 증가하면서 스마트폰 이용이 전 계층으로 확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단말기 이용 행태) 스마트폰 이용자는 일평균 1.9시간동안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평일에는 점심시간대(‘12-13시’ 33.4%)와 퇴근시간대(‘18-19시’ 33.6%, ‘19-20시’ 31.3%)에 이용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이제 전연령으로 확산된 스마트폰은 하루 평균 2시간에 가까운 이용시간을 보인다. 그만큼 우리 생활과 밀접해졌고 이로인한 경제적 파생효과도 계속 생기고 있다. 그런데 이런 긍정적 효과뿐만 아니라 이동통신사들이 강제로 스마트폰을 모두에게 보급시키려 하고 있다.(출처)



이통사와 제조사들이 일반폰 가격을 확 올리면서 이른바 ‘공짜폰’이 줄었다. 스마트폰 판매량을 늘리려는 수단인데, 일반폰 수요층의 불만이 크다. 5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KT는 작년 성탄절 전후로 ‘번호이동’ 고객으로부터 받는 일반 휴대폰 판매가를 많게는 10만원 정도 올렸다. 때문에 구입 가능한 공짜폰 종류가 기존 대비 절반으로 줄었다.

KT 관계자는 “이번 단가 인상은 시장 상황에 맞춰 나온 일반적인 전략”이라며 “스마트폰 고객 늘리기가 중요한 것도 이유”라고 밝혔다.

스마트폰은 멀티미디어 서비스로 고수익을 창출, 업계 효자로 떠올랐다.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 외에 별 다른 수익을 못내는 일반폰과 비할 바가 아니다. 이통사·제조사들은 판매 전략 초점을 스마트폰에 집중했고, 일반폰에 쏟을 여력은 줄어드는 추세다. 스마트폰을 얼마나 팔았는지가 실적 평가 척도로 자리 잡았다.

결국 스마트폰 접근이 어려운 노인·어린이·장애인·소외계층 등은 기업들의 고객 배려 정책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두가지 뉴스를 결합해 보자. 방통위가 내놓은 자료대로 스마트폰이 모든 연령으로 확산되자, 이통사들이 대한민국의 정보화를 위해 기꺼이 나서서 스마트폰만을 밀어붙이는 것일까? 그래서 돈 없는 아이부터 수입 없는 노인까지 모두 스마트폰으로 스마트한 삶을 살게 해주기 위해서? 그럴 리가 없다.



정답은 위의 뉴스에 나와있다. 일반 피처폰으로는 음성통화 약간의 푼돈과 문자메시지 요금만 받던 것을, 스마트폰은 온갖 안터넷과 결합된 서비스를 제공하며 많은 요금을 한꺼번에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돈이 문제일 뿐이지, 정보화가 되든 말든 그런건 알 바 아니다.

이통사들의 현행 스마트폰 요금제는 철저하게 정액제로 사용자를 이끈다. 한달에 데이터를 얼마 쓰던 말든 상당한 고가의 요금을 무조건 내야만 한다. 쓰다남은 데이터 용량의 이월도 잘 안된다. 무제한 요금제도 내놨지만 월 5만 5천원의 요금은 엄청나게 비싼 요금이다. 노인이나 아이들같이 인터넷을 잘 쓰지 않는 사람들이 저 요금제를 가입해 한번도 인터넷을 쓰지 않아도 요금은 자동으로 꼬박꼬박 빠져나간다.

그런 고가 요금제가 필수인 스마트폰을 이통사들이 반강제로 소비자에게 쥐어주려는 것이다. 이건 매우 심각하다. 다른 나라와 달리 제대로 된 저가폰이나 공짜폰이 없고, 단말기 거품 가격과 보조금에 의지하고 있는 한국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한국은 스마트폰으로 강제 통합하는가?

마치 번호회수처럼 스마트폰으로 대한민국 휴대폰 사용자 모두를 강제로 통합이라도 하려는 걸까. 그렇게 되면 대체 누가 이익일까. 소비자가 이익을 볼 수 있을까? 아니면 이동통신사, 혹은 그 요금에서 부가가치세를 꼬박꼬박 떼어가는 정부가 이익을 볼까?

강제로 무엇인가를 해보겠다는 생각은 이제 21세기 접어든 지도 한참 지난 2011년부터는 안했으면 한다. 스마트폰의 확장은 소비자의 선택권이 보장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 인위적으로 권리를 제한하고 가격을 조정해 흐름을 만들어보겠다는 얄팍한 생각은 이제 그만둘 때가 되지 않았을까. 당분간은 스마트폰이든 피처폰이든 각자 원하는 걸 쓰며 살 수 있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